'거래 수주해야 한다' 절박감에 경쟁강도 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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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콘텐츠는 4월 16일 13:55에 인베스트조선(Invest.chosun.com)의 유료고객 서비스를 통해 소개되었습니다.]
증권사들이 공모 유상증자 거래에서 인수 부담을 지는 대가로 받는 수수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올해 들어선 평균 수수료율이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1%를 밑돌기 시작했다. 증권업황이 침체된 상황에서 투자금융(IB)부문의 생존경쟁이 치열해진 까닭이다.
16일 인베스트조선의 집계에 따르면 올들어 현재까지 국내 기업들은 11건의 공모 유상증자(모집주선 제외)를 진행해 5516억원을 조달했다. 이들이 잔액인수 계약을 맺은 인수단에게 지급한 총 인수수수료는 54억여원이었다. 평균 수수료율은 0.98%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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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유상증자 인수수수료 1%는 IB의 수익성을 지키는 심리적인 마지노선 역할을 해왔다. 3%에 달하던 기업공개(IPO) 수수료율이 1~2%로 떨어지는 와중에도 유상증자 수수료율은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적었다. 지난해 공모 유상증자 전체 평균 수수료율은 1.3%대였다.
올들어 평균 수수료율이 떨어진 데엔 대규모 거래의 수수료율이 크게 낮아진 점이 주로 작용했다. 한미약품은 946억원 규모 주주배정 증자를 진행하며 주관·인수를 맡은 미래에셋증권에 0.2%의 수수료를 지급했다. 인수 위험이 주식 대비 적은 회사채를 인수했을 때와 비슷한 수준의 수수료다. 이 수수료율은 다른 증권사들로부터 "IB업계의 공멸을 불러올 것"이라는 지탄을 받았다.
1803억원을 유상증자로 조달한 현대엘리베이터는 대우증권·대신증권 등 인수단에 0.9%의 수수료율을 제시했다. JB금융지주의 1415억원 유상증자는 1%에 딱 맞춰 수수료를 지급했다.
이런 저 수수료 기조는 올해 내내 지속될 전망이다. 6월중 유상증자를 통해 1511억원을 조달할 예정인 KCC건설은 KB투자증권·HMC투자증권·하이투자증권으로 구성된 인수단에 0.45%의 수수료를 지급할 예정이다. KB투자증권에 대표주관수수료로 0.35%를 추가 지급하지만, 이를 합쳐도 전체 수수료율이 0.8%에 그친다.
KCC건설은 지난해 141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KCC 및 정상영 KCC 명예회장 일가가 지분의 66.52%를 가지고 있어 구주주 전량 청약시 실권 부담이 크진 않다고 해도, 실적이 악화된 건설사 주식 인수 위험을 지는 대가로는 너무 적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처럼 수수료율이 낮아진 것은 증권업황이 침체된 상황에서 IB부문이 생존을 위해 출혈경쟁을 감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KCC건설의 경우 초기 삼성증권과 관련 업무를 준비했으나 이후 내부 논의를 거쳐 KB투자증권으로 주관사를 옮겼다. 이 과정에서 수수료율에 영향이 있었을 거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미약품 유상증자의 경우도 비슷하다. 이전에는 트랙레코드(거래 실적)를 갖추기 위한 공기업 공개입찰 경쟁에서나 제시됐을법한 수수료가 일반 기업 거래에 적용되기 시작했다는 지적이다. 기업들이 구주주 청약분에는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으려 하는 등 IB의 경쟁구도를 활용해 조달 비용을 낮추려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채권처럼 차환 수요가 꾸준하지 않은 주식 부문 거래의 경우 '이 거래를 따지 못하면 구조조정될 수도 있다'는 절박감이 굉장히 커진 상황"이라며 "중소기업의 경우 거래를 수주해도 손실 위험으로 리스크검토 절차에서 중단되는 경우도 있다보니 대기업 거래에 낮은 수수료로 들어가는 게 흐름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