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한 대기업 코파펀드…중소·중견 펀드는 잘 될까?
입력 2014.04.30 09:00|수정 2014.04.30 09:00
    지난해 2곳 5900억원•올해 1곳 2000억원 등 PEF 등록
    운용사 역할 커져…펀드 결성액 30%이상 운용사 등 출자
    "큰 성과 어렵다" vs "투자 가능성 커졌다"…전망 엇갈려
    • [본 콘텐츠는 4월 23일 14:23에 인베스트조선(Invest.chosun.com)의 유료고객 서비스를 통해 소개되었습니다.]

      국민연금이 과거 결성된 코퍼레이트 파트너십 사모펀드(Co-Pa PEF : 이하 코파펀드)의 투자 부진을 질책한 가운데, 최근 들어 중소·중견 코파펀드 결성이 이어지고 있다. 기존 대기업 코파펀드와 구조가 다른 만큼 투자에서도 차별화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23일 국민연금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결성이 확정된 중소ㆍ중견기업 코파펀드 운용사는 'IBK기업은행-SK증권', 'SC PE', '큐캐피탈-NH PE' 총 3곳이다.

      기업은행과 SK증권은 작년 2월에 총 3000억원 규모의 'IBK-SK 중소중견 글로벌 투자파트너십' PEF를 등록했다. 또 SC PE가 지난해말 2900억원 규모의 'SC PE 제3호' 펀드를 등록했는데 이 펀드 또한 중소ㆍ중견기업 코파펀드다. 국민연금은 각각 2000억원을 출자했다. 이외에도 지난 3월말 큐캐피탈파트너스와 NH PE가 2000억원 규모의 NH-QCP 중소중견 글로벌투자파트너십 펀드를 등록했다. 국민연금 출자액이 1400억원이다.

    • ◇ 운용사 출자 비율 높고 역할 중요…"블라인드펀드와 유사" 평가도

      과거 코파펀드는 국내 대기업이 해외투자에 나설때 이를 지원하는 차원에서 국민연금과 함께 조성된 펀드였다. 특정 대기업이 PEF운용사와 손을 잡고 신청하고 국민연금이 이를 승인하는 구조로 KT&G, 포스코, GS건설, 동원, SK, KT 등이 펀드를 만들었다.

      이에 반해 중소·중견 코파펀드는 투자 여력이 부족한 중소·중견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결성됐는데 이때 같이 투자하는 '특정 기업'이 따로 지정되지 않았다. '중소·중견 기업의 수출 확대 및 해외 기업 M&A, 해외 법인 신설 등'의 테마만 확보되면 다양한 투자가 가능하다.

      운용사 역할에서도 중소ㆍ중견기업 코파펀드는 기존 펀드와 차이가 크다. 대기업 코파펀드의 운용사는 금융·세무 업무 등 펀드 운용의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투자대상을 물색하는 역할도 있지만 같이 투자하는 특정 대기업이 원하는 회사여야 했다. 반면 중소·중견 코파펀드 운용사는 직접 투자 대상을 물색하고 펀드 운용과 관리 전반을 모두 담당한다.

      결과적으로 중소ㆍ중견기업 코파펀드는 투자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존재하지만 보통의 '블라인드 PEF'와 상당히 비슷한 모양새를 띤다.

      대신 기존 대기업 코파펀드는 운용사의 출자비율이 1~2% 수준인데 비해 중소·중견 코파펀드의 운용사는 전체 펀드의 30% 이상을 후순위로 출자해야 했다. 이로 인해 SC제일은행,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 등 은행을 배경으로 하는 운용사들만 중소ㆍ중견 코파펀드 참여가 가능했다.

      운용사 선정은 별도 컨테스트를 거치지 않고 개별 심사를 통해 선정했다. 국민연금이 연간 자금운용계획에 따라 중소·중견 코파펀드 결성 계획을 밝히면 위탁운용사는 그에 맞춰 제안을 한다. 이후 국민연금이 외부 자문기관 검증과 운용사 선정위원회를 거쳐 적격운용사를 선정하는 구조다. 이 때 적격운용사는 과거 수익률과 법률 위반 사항 등을 검토해 각 건 별로 선정하게 된다.

      IBK기업은행이나 큐캐피탈 등은 국민연금 자금을 받아 투자한 업력이 길어 적격운용사 선정이 어렵지 않았다. 반면 SC PE는 아직까지 국내에서 가시적인 투자 성과를 거둔 사례가 상대적으로 적다. 국민연금 출자금을 받은 것도 지난 2010년 국민연금 그로쓰캐피탈 운용사에 선정된 것이 거의 처음이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은 "SC PE의 경우 해외 본사의 트랙레코드(실적)을 참고해 적격운용사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 "기존 코파와 비슷한 전철 밟을 것" vs "투자 소진 가능성 커져"

      올해 1월 기준 국민연금은 총 14곳의 대기업과 코파펀드를 결성했거나 펀드 결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들 대기업 코파펀드에 대한 국민연금의 출자 약정액은 총 4조6400억원에 달한다. 기업의 출자 금액까지 고려하면 투자여력은 9조원 이상이다.

      그러나 이들 대기업 코파펀드의 투자는 손에 꼽을 정도다. 국민연금이 코파펀드 투자현황 및 계획을 점검하고 운용사들을 질책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중소·중견 코파펀드 역시 비슷한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없지 않다.

      PEF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수요가 많다고 보기 어려운데다 인수 여력이 있는 대기업의 M&A도 잘 성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운용사들의 해외 투자 경험도 많지 않아 중소·중견 코파펀드가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책금융공사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결성을 추진 중인 6000억원 규모 글로벌협력펀드와 성격이 비슷해 투자기업 물색 경쟁이 예상된다는 분석도 있다.

      그래도 상대적으로 대기업 코파펀드보다 더 자유롭기 때문에 투자소진 가능성이 클 것이란 지적도 있다.

      다른 PEF 업계 관계자는 “중소·중견 코파펀드는 기존 코파펀드처럼 한 곳의 기업 혹은 그룹과 투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투자 대상이 많아진다는 장점이 있다”며 “일반 블라인드펀드처럼 투자 대상을 자유롭게 물색하면서도 기업과의 협조관계를 유지하는 유연한 투자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코파펀드의 투자 성과가 미미한 가운데 국민연금으로선 새로운 중소·중견 코파펀드로 실적을 거두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며 “이 경우에도 기존 코파펀드를 참고하고 보완해 투자 소진 가능성을 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운용사가 펀드 규모의 30%를 출자하기 때문에 책임 운용이 가능해질 것이란 의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