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의 파고' 몰려오는데…삼성이 그리는 승계 구도 로드맵은
입력 2014.05.15 08:57|수정 2014.05.15 08:57
    지주회사 도입 등 급변 가능성 적어…삼성SDS 상장으로 승계 구도 완성
    우선 '순환출자' 해결에 초점…보험업업 개정안 등 규제 대응해야
    • [본 콘텐츠는 5월 14일 11:28에 인베스트조선(Invest.chosun.com)의 유료고객 서비스를 통해 소개되었습니다.]

    • 사업 구조 개편에 나선 삼성그룹이 얽히고설킨 계열사간 지분 정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3세 승계를 앞두고 미래 먹거리 발굴에 집중하는 동시에 순환출자·금산분리 등 추후 문제가 될 수 있는 규제 위험에도 대응하느라 분주한 모양새다.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는 지난해 말 기준 54개(1% 이상 16개)에 달한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등 금융·산업 간 교차 출자 이슈도 있다. 순환출자 금지와 금산분리 강화로 요약되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과 배치되는 지배구조다. 관련 법안들이 속속 입안되며 삼성그룹이 운신할 공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룹 승계 구도에도 관심이 쏠린다. 삼성SDS가 상장되면 사실상 승계 구도는 완성되는 셈이라는 분석이다. 지주회사 전환 등 급격한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은 크지 않은 가운데 규제에 따른 계열사 간 지분 정리가 당분간 지속될 거라는 관측이다.

      ◇ 생명 지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량 승계할 듯

      삼성그룹 지배구조는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를 어떤 방식으로 보유할 것인가로 단순화할 수 있다. 삼성그룹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직접 보유하는 지분 외에도 삼성생명(지분율 7.21%, 특별계정 제외)과 삼성물산(4.06%)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해왔다.

      이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은 이런 지배구조의 안전핀 역할을 해왔다. 에버랜드가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 가치는 지난해 말 기준 4조원이다. 에버랜드 총자산의 47%에 달한다. 지난 2012년 말엔 55%였다. 에버랜드가 만약 삼성생명의 최대주주였다면 삼성생명 주가 변동에 따라 지주회사 요건(자회사 주식가치가 총자산의 50% 이상)을 충족하게 될 수 있다.

      에버랜드가 보험지주회사가 되면 삼성생명 및 금융계열사는 보유할 수 있지만,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보유할 수 없게 된다. 삼성전자 주식을 직접 보유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현재 가지고 있는 바이오 계열사 지분도 타 계열사에 넘겨야 한다.

      승계 구도에서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도 바로 삼성생명 지분의 '온전한 승계'로 압축된다. 삼성생명엔 국민연금 등 경영권에 도움을 줄 만한 우호 주주도 마땅치 않다. 이 회장의 지분은 삼성생명 지배를 위해 반드시 모두 승계해야 하는 지분인 것이다.

      이를 위한 삼성그룹의 해결책이 바로 삼성SDS 상장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의 삼성생명 보유 지분 가치는 현재 3조6000억원이다. 이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모두 승계받았을 때 예상되는 상속·증여세는 1조8000억원이다. 이 부회장이 보유한 삼성SDS 지분 11.25%의 가치는 현재 최대 2조원 이상으로 평가된다. 이 부회장은 이 지분을 매각하거나 물납해 세금을 해결할 수 있다.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의 현재 가치는 7조원이다. 이 부회장이 3조5000억원 안팎을 들여가며 이 지분을 모두 승계하기엔 부담스럽다. 일단 승계 후 지분 절반을 매각하거나 물납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충당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세금 부담 분산을 위해 이 부회장을 비롯한 세 자녀가 삼성전자 주식을 나누어 승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 순환출자 해소 집중…계열사 에버랜드 지분 정리 가능성

      당장 지주회사 전환 등 급격한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은 크지 않다. 현재 삼성그룹의 움직임은 순환출자 해소에 맞춰져 있다. 앞으로 2~3년 내 모든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다는 마스터 플랜을 세우고 이에 대한 실행에 들어간 상태다.

      이는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공정거래법 개정안(통칭 신규 순환출자 금지법)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박근혜 정부 경제민주화 정책의 대표적 공약 중 하나인 이 개정안은 기존 순환출자를 인정하되 신규 순환출자는 금지하는 게 골자다.

      삼성 입장에서는 기존 순환출자가 인정되는 상황에서 굳이 지배구조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지주회사 도입에 시간과 비용을 소모할 이유가 없다. 다만 신규 순환출자 금지가 삼성그룹같이 지배구조가 복잡한 기업의 자본 이동에 상당한 장애물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정리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조만간 삼성에버랜드 지분 정리가 진행될 수 있다. 제일모직과 합병할 삼성SDI의 에버랜드 지분 8%와 삼성전기가 보유한 에버랜드 지분 4% 등이 대상 지분으로 꼽힌다.

      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순환출자도 풀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8조원 수준으로 움직이기가 어려워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7.18%(8000억원 규모)를 정리할 가능성이 크다.

      ◇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보유 규제 잇따라 입법

      순환출자를 해소하더라도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보유를 허용하지 않으려는 규제가 잇따라 입법 논의되고 있다는 점은 삼성의 부담으로 남는다. 최근 야당에서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삼성의 지배구조에 직접적인 제재안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의 주요 내용은 보험사가 자산운용 비율을 산정할 때 취득원가 대신 시가를 반영하자는 것이다. 현재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가치는 14조원으로 시가 평가 시 계열사 지분취득 한도인 '총자산의 3%'를 훌쩍 넘는다. 이 법이 만약 국회를 통과한다면 삼성생명은 새 규정에 따라 5년 이내에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보험사가 자산운용 비율을 산정할 때 취득원가를 반영한 이유는 2003년 법 개정 당시 자기자본 대비 투자 규제를 도입할 때 취득원가를 반영하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보험사는 자기자본 대비 60% 이상 주식을 보유할 수 없는데, 이때 자기자본에서 보유 주식의 취득원가를 제외하며 자산운용 비율에서도 주식을 취득원가로 계산하도록 한 것이다.

      법 제정 당시 미국 뉴욕주의 보험업법이 취득원가를 채택하고 있다는 점과 규제 준수 의지에 상관없이 시가 변동에 따라 규제 준수 여부가 달라진다는 점도 반영됐다.

      이 개정안에 대해선 삼성생명뿐만 아니라 보험업계가 대부분 반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장기 투자를 통해 주식시장 안정과 가입자 수익을 추구하는 보험사의 운용 철학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유지된다 해도 의결권 규제 이슈를 넘어야 한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지난해 6월 금산분리 강화를 목적으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금융계열사의 비금융계열사 의결권 행사 한도를 현행 15%에서 5%로 줄이는 내용이다.

      금산분리 강화는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국정과제에도 포함됐던 사안이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7.33%(특별계정 제외)의 삼성전자 지분 중 2.33%를 행사할 수 없게 된다.

      삼성그룹은 이런 와중에 바이오·헬스케어 등 신수종 사업에 대한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금융·건설·화학 계열사의 구조조정과 사업재편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이마켓코리아와 삼성코닝은 외부에 매각했고 일본과 독일 등에서 현지 회사 인수를 검토하기도 했다. 3세 승계를 앞두고 갈 길 바쁜 삼성이 지배구조와 관련한 각종 규제에 어떻게 대응해나갈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