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유동성 확보, 현대증권 매각에 달렸다
입력 2014.05.15 09:03|수정 2015.07.22 10:49
    금융3사ㆍ현대상선 사업부 매각 등
    '3.3조원 자구안 발표' 성과 나오는 듯
    현대상선 수익성 등 전망은 불투명
    • [본 콘텐츠는 5월 14일 13:28에 인베스트조선(Invest.chosun.com)의 유료고객 서비스를 통해 소개되었습니다.]

      현대그룹의 유동성 위기 극복 노력의 결과가 5월을 기점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예정됐던 현대상선 LNG사업부 처분과 함께 현대로지스틱스 경영권 매각이 빠르게 진행되며 성과가 나오는 모양새다. 

      남은 관건은 산업은행이 추진하는 현대증권ㆍ저축은행ㆍ자산운용 금융계열사 매각의 성사여부다. 다만 이 작업이 성공한다고 해도 내년 이후 해운업황 개선에 따른 현대상선의 수익성 회복이 이뤄지지 않으면 현대그룹의 장밋빛 미래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현대그룹은 작년말 유동성 회복을 위해 3.3조원대 자구안을 발표했다. 이는 크게 ▲금융3사 매각  ▲현대상선 사업무 매각 ▲자본확충 세 가지로 구성됐다. 거창하게 '3조원 이상을 모을 수 있다'고 했지만 각 자산의 값어치를 감안할 때 투자업계는 이를 고스란히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 일례로 당장 가시화됐던 현대상선 항만터미널 즉, 부산 신항만 터미널은 원래부터 예정된 하나대투 계열의 재무적 투자자(FI) 뉴오션웨이를 대체할 수 있는 새 FI 찾기에 그쳤다. IMM인베스트먼트가 3000억원을 투입해 이 자리에 들어 앉은게 전부다. 정작 현대그룹으로 들어온 현금은 약 500억원 가량에 그친다.

      대신 현대그룹은 지난 3월 구주주들을 중심으로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를 성사시키면서 1800억원의 현금을 모집하는데 성공했다.

      유동성 확보의 '전환점'은 현대로지스틱스 처리에서 비롯됐다. 당초 유가증권시장 또는 코스닥 시장 상장(IPO)을 놓고 혼선을 빚다가 이를 폐기, 4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조달할 수 있는 지분 매각으로 선회했다. 롯데그룹 등의 인수제안도 있었지만 현대그룹과의 가격 이견 차이로 고심하다가 일본계 자금인 오릭스의 참여로 투자목적회사(SPC) 설립을 통한 경영권 매각을 진행하게 됐다. 현대그룹으로서는 현대로지스틱스에 대한 지배권을 아예 놓지는 않으면서 현금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5월말께면 매매계약 수준까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동시 다발적으로 현대상선 LNG 사업부문 매각이 4월말 본계약을 체결하면서 총 4000억원의 현금확보 (매각대금 5000억원-현대상선 투입 1000억원)를 가능하게 했다. 여기에 LNG사업부문 양수도 과정에서 현대상선 등의 부채 5000억원이 이전됨을 감안하면 이 거래로 약 1조원에 달하는 유동성을 확보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현대그룹은 이 네 가지 작업으로 약 1조7000억원 가량의 확보를 달성하게 된 것으로 예상된다. 기대한만큼은 아니더라도 상당 부분 구조조정과 유동성 확보의 성과를 거둔 셈이다.

      남은 매각대상은 현대증권 등 금융3사, 그리고 반얀트리 호텔 등으로 좁혀진다. 이와 별도로 현대상선의 벌크 전용선 사업부 매각도 거론되고 있다. 9척의 사선과 4척의 용선을 보유, 포스코, 한전, 글로비스 등이 화주인 사업부다.

      매각가격에 대한 이견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반얀트리 호텔이나 벌크전용선 등은 시장에서 소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어쨌든 이들에 대한 시장수요가 없지 않기 때문이다.

      역시 문제는 현대증권 매각이다. 현대그룹이 7000억~1조원이라고 금액을 예상했지만 시장에서는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는 수치다. 최근 수익성 악화로 구조조정이 한창인 국내 증권업계 상황에서 이만한 값을 주고 누가 현대증권을 사줄 것이냐는 고민이 남는다.

      게다가 현대증권 최대주주인 현대상선의 보유지분 22%(530만여주) 장부가격이 5822억원(2013년말 기준)에 달하는데 이 가격이 얼마만큼 반영되느냐 여부도 미지수다. 여기에 자베즈 사모펀드(PEF)가 투자한 우선주 등 9.54%에 대한 공동매각권(Tag Along)처분문제 등도 감안돼야 한다.

      일단 산업은행이 신탁방식을 통해 현대증권 지분 14.9%를 담보로 잡고 2000억원의 담보대출을 제공했다. 현대증권이 매각되면 이 대출금이 고스란히 현대그룹의 현금이 되다보니 우선 급한 현금은 받은 상황이다.

      어쨌든 현대그룹 유동성 확보의 최종 성적표는 현대증권 등을 최종적으로 얼마에 매각하느냐에 전적으로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방안이 모두 현실화되면 무려 6.3조원에 달했던 현대그룹의 순차입금이 3조원대로 줄어들고 부채비율도 300% 후반 정도로 급감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 현대그룹의 성공적인 미래를 예측하기는 아직 어렵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올해 6월과 12월에 다시 도래하는 현대상선 관련 파생상품 계약 부담은 둘째치더라도 현대상선의 수익성 확보가 여전히 불확실하다.

      세계 상위 3대 해운사의 동맹(P3)체제가 확고해지며 이익률은 더 낮아지고 있다. 매년 수천억원에 달하는 현대그룹의 금융비용을 감안하면 결국 수익구조의 정상화가 원천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신용평가 등이 지적한대로 현대상선이 지난 10년간 평균치인 1.8%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해야 그나마 현대상선 이자비용(금융비용) 충당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반면 현대상선은 지난해에도 7100억원대 당기순손실을 낸 상황이다. 또 현대그룹은 내년에도 1조원이 넘는 회사채 등 시장성 차입금 만기도래를 대비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올해 이래저래 구조조정에 성공해도 내년 이후 상황이 어찌될지는 미지수"라는 게 현재 현대그룹이 처한 상황으로 요약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