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카카오 합병, '다음'이 안보인다
입력 2014.05.26 18:17|수정 2014.05.26 18:17
    다음, 모바일 플랫폼 경쟁력 강화 기대
    IT업계 “카카오, 우회상장外 매력없다”
    다음카카오 경영진 엑시트 창구 마련
    • [05월26일 15:48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 국내 2위 포털업체 다음커뮤니케이션(이하 다음)이 국내 1위 모바일 메신저업체 카카오를 흡수합병한다. 시가총액 3조원의 정보통신(IT) ‘공룡’의 등장에 관련업계에는 기대감과 불안감이 공존하고 있다.

      모바일과 웹의 합병 시너지로 ‘다음카카오’가 네이버의 대항마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지만 업계 성장성이 한계에 직면한 상황에서 합병 이후 ‘다음’이 보이지 않는다는 어두운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합병이 다음카카오 경영진들의 투자회수 창구 마련이라는 평가도 하고 있다.

      ◇ 회사 “시장 대응 추진력 확보”…증권업계, 합병 시너지 기대감

      다음과 카카오는 양사의 합병에 대해 핵심 역량을 통합해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정보·생활 플랫폼을 구축,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 환경에서 경쟁력을 극대화라고 설명한다.

      최세훈 다음 대표는 “카카오의 강력한 모바일 플랫폼 경쟁력과, 다음이 보유한 우수한 콘텐츠 및 서비스-비즈니스 노하우, 전문기술이 결합하면 최상의 시너지 효과를 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석우 카카오 대표는 “양사의 핵심 경쟁력을 통합해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강력한 추진력을 확보하게 됐다”며 “통합법인은 모바일을 비롯 IT 전 영역을 아우르는 커뮤니케이션-정보-생활 플랫폼 사업자로 성장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증권업계는 양사 합병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음은 그동안 주춤했던 모바일사업 및 해외 진출에 탄력을 받고, 카카오는 전략적인 신사업 추진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대신증권은 “다음은 3년째 마이너스 성장 중이었으나 카카오는 성장하는 단계여서 합병하면 성장과 가격 측면에서 성장이 기대된다”고, 현대증권은 “크게 보면 다음이 성장 동력을 얻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모바일 플랫폼이 취약하다는 약점을 보완할 수 있게 돼 다음과 카카오는 모두 윈윈게임”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10여년 간 지속해온 네이버의 국내 포털시장의 영향력을 상당 부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주가 상승도 점치고 있다. 하나대투증권은 “시가총액 기준만 고려해도 합병 후 최소 30% 이상의 주가상승 요인이 있다”며 “시너지까지 고려하면 추가 상승이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동양증권은 “카카오의 모바일 플랫폼과 다음의 PC 콘텐츠의 결합은 다음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다음과 네이버의 시가총액 격차도 줄어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 업계 성장성 한계 직면에 시너지 제한적…“네이버 대항마 어려워”

      다음카카오가 네이버의 대항마가 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다음의 시총은 1조원이 조금 넘는다. 장외시장에서 카카오 시총은 약 2조3500억원으로 추정된다. 합병 시 시총은 3조원 이상이 된다. 하지만 25조원의 네이버에 비하면 8분의 1 수준에 그친다.

    • 지난해말 연결기준 카카오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108억원, 658억원이다. 다음은 매출액 5308억원, 영업이익 818억원이다. 단순 합산시 다음카카오의 연간 매출액은 7400억원, 영업이익은 1500억원가량이다. 매출액 1조2235억원, 영업이익 5904억원의 네이버와 비할 바가 못 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합병 초기 경영진 내 혼선이 발생하게 되면 오히려 단기적으로는 수익성이 더 악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IT 업계에서는 다음의 경우 모바일 플랫폼 확대라는 효과가 기대되지만 카카오는 큰 이점이 없다는 평가다.

      IT 업계 관계자는 “내년 기업공개(IPO)를 앞둔 카카오가 현 시점에서 다음과의 합병으로 기대할 수 있는 산업적 효과는 이메일, 다음 카페 정도”라며 “네이버의 메일, 라인(LINE), 밴드(BAND)와 유사한 포트폴리오를 갖추는 효과가 있지만 큰 의미가 있을 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IT 관계자는 “미국의 페이스북, 중국의 위챗, 한국의 네이버 등 글로벌 메신저 전쟁을 앞둔 상황에서 카카오의 해외 시장 진출 효과에 대한 의문이 나오는 시점”이었다며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은 일단 국내에서 경쟁하는 네이버의 대항마를 만들겠다는 이벤트인 동시에 국내 플랫폼 시장의 성장 한계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페이스북의 왓츠앱이 4억명, 위챗이 6억명, 네이버의 라인이 4억3000만명의 가입자수를 확보하고 있다. 반면 카카오는 1억3000만명에 불과하다.

      결국 카카오 입장에선 우회상장이 최우선 목표였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내년 IPO 이후 투자자들을 만족시킬 만한 실적을 기록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다음과의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으로 선회한 이유라는 설명이다.

      ◇ 우회상장外 메리트 없어…“경영진 엑시트 목적” 의견도

      일각에선 사업적 시너지와 더불어 다음과 카카오 경영진이 엑시트(Exit;투자회수)를 대비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번 합병 과정에서 다음 측은 이재웅(다음 지분 13.67% 보유) 등 설립 멤버와 경영진 지분을 모두 매각하되 독립적인 법인 형태를 유지하는 ‘피인수’를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웅 전 대표는 2000년 이후 보유 지분을 지속적으로 줄여왔고 다음의 모든 직책을 버리면서 다음에서 손을 떼려고 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카카오 최대주주인 김범수 의장은 카카오 지분 29.90%를 갖고 있다. 자신이 100% 지분을 소유한 케이큐브홀딩스(카카오 지분 23.70% 보유)까지 포함하면 보유 지분만 50%가 넘는다. 김 의장 입장에선 우회상장을 통해 엑시트 창구를 마련한 셈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IT 생태계는 일반 제조업계와 달라 엑시트 시점에 대한 고민을 훨씬 빨리한다”며 “특히 네이버, 카카오, 다음 등을 이끄는 이른바 포털 1세대들에 있어 업계 성장성이 한계에 직면하면서 새로운 사업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된 만큼 엑시트에 대한 고민도 깊어질 시기가 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