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카카오 합병, 화두는 '생존'
입력 2014.05.27 09:01|수정 2014.05.27 09:01
    다음, 신성장 발굴 실패로 역성장…합병으로 모바일 경쟁력 제고
    카카오, "자생적 성장 너무 느리다고 판단…다음의 자원 활용"
    • [05월26일 15:58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다음커뮤니케이션(이하 다음)과 카카오 합병의 배경엔 생존에 대한 절박감이 있었다. 모바일 시대 신성장동력을 찾는 데 실패한 다음과 작은 덩치로 글로벌 플랫폼 전쟁의 한 가운데 발을 들인 카카오의 이해관계가 일치한 것이다.

      두 회사의 합병은 올해 초 급물살을 탔다. 양사의 경영진이 격변하는 IT시장에서 어떤 제휴사업을 함께 할 수 있을 지 고민하던 와중 합병까지 이야기가 번진 것이다. 최세훈 다음 대표는 26일 "양사 경영진들이 항상 함께 무엇을 같이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이야기가 발전해 합병까지 만들어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 두 회사의 최대주주인 이재웅 다음 창업주와 이범수 카카오 의장이 의사 결정을 내린 건 지난 3월로 추정된다. 두 회사는 그 직후 합병주선인으로 삼성증권을 선정하고 구체적인 합병 준비에 들어갔다. 4월말에는 삼정회계법인과 계약을 체결하고 비상장사인 카카오에 대한 가치 평가를 진행했다. 두 회사는 가치 평가가 완료된 직후인 지난 23일 이사회를 열고 합병을 결의했다.

      두 회사는 '사업적 시너지를 위한' 합병이라는 순수성을 강조하기 위해 구주 양수도 없는 순수 합병을 선택했다. 합병 후 다음은 카카오의 이사진을 모두 사내이사로 받아들여 통합 이사회를 꾸리게 되며,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된다. 이재웅 창업주와 이범수 의장이 통합이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할 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음은 신규 사업에 대한 갈증이 큰 상태였다. 모바일 플랫폼으로 내놓은 '마이피플' 서비스가 표면적으로는 2000만 가입자를 확보했지만, 실제 시장 점유율은 미미했다. 의욕적으로 시작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게임·지역정보사업도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 와중에 실적은 역성장을 거듭했다. 지난해 다음의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661억원으로 2012년 766억원에 비해 14% 감소했다. 매출은 늘어나는 추세지만, 이는 오버추어 철수 등 검색광고 플랫폼 시장의 변화에서 온 일시적인 효과라는 지적이다.

      이런 와중에 1억4000만여명(추정치)의 가입자를 확보한 국내 1위 모바일 플랫폼인 카카오와의 합병은 경쟁에서 뒤쳐진 다음에 새로운 성장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 카카오는 지난해 매출 2107억원, 당기순이익 614억원을 기록하며 2012년 대비 각각 4.5배, 11.5배 성장했다. 애니팡 등 국민게임을 만들어 낸 '카카오톡 게임하기' 사업의 호조로 급성장했지만, 카카오 역시 성장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었다.

      이석우 카카오 공동대표는 "해외 시장에서는 큰 딜이 만들어지고 (경쟁사들이) 발 빠르게 시장에 대응해가며 성장하고 있다"며 "우리는 직원을 힘들게 선발해 비즈니스를 하나하나 만들어가다 보니 너무 오래 걸리고 경쟁에서 뒤쳐질 거라는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창업 5년차인 2012년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지난해 이익 수준을 크게 늘렸다. 그럼에도 불구, 페이스북에 합병된 왓츠앱(What's app)이나 네이버의 라인에 비해 모회사를 포함한 기업의 규모나 자금력 면에서 상당히 경쟁력이 떨어졌던 것이 사실이다. 자금력과 인력을 갖춘 다음과의 합병을 통해 사업을 확장할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포석이다.

      두 회사는 당분간 현재의 체제를 유지하며 각자 진행하고 있던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후 시너지가 날 만한 부분끼리 묶어 우선적으로 통합을 진행한다. 일단 카카오 모바일 플랫폼에서의 친구 관계를 바탕으로 다음의 검색정보와 생활서비스를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방식으로 신사업 추진을 구상 중이다.

      카카오의 경우 내년 중반 기업공개(IPO)를 계획하고 있었다.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 향후 신사업 진출을 위한 재원으로 쓴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IPO를 선택할 경우 필연적으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빠른 시너지'를 최우선 가치로 두고 합병을 추진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최 대표는 "인터넷, 모바일, 그 다음엔 어떤 세상이 올 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다음카카오는 모바일 그 다음의 세상을 준비하는 최초의 회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