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카카오 합병, 재빨리 실리 챙긴 삼성증권
입력 2014.05.28 08:52|수정 2014.05.28 08:52
    합병으로 기울자 구조 제안…상장주관사서 합병자문사로
    자문수수료에 IT모바일 트랙레코드 챙겨
    • [05월27일 11: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다음커뮤니케이션(이하 다음)과 카카오 합병 실무는 삼성증권이 담당했다. 카카오 기업공개(IPO) 주관사로 사실상 내정 상태였던 삼성증권은 카카오가 다음과의 합병으로 마음이 기울자 재빠르게 합병자문사 자리를 꿰찼다.

    • 삼성증권은 지난해부터 카카오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지난해 10월 카카오 우리사주 25만여주를 프라이빗뱅킹 영업망을 통해 매각했고, 지난해 말에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참석한 가운데 상장과 관련한 설명회(PT)를 진행하기도 했다.

      IPO 거래를 따내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던 국내외 증권사들을 부담스러워하던 카카오는 지난해 하반기부턴 삼성증권 외 접촉 창구를 거의 닫다시피 했다. 삼성증권 외에는 해외 마케팅을 위해 왓츠앱(What's app) 매각을 맡았던 모간스탠리를 주관사 후보로 염두에 둔 정도였다.

      올초까지만 해도 내년 상반기 직상장에 무게를 뒀던 카카오는 지난 3월을 기점으로 다음과의 합병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김 의장과 이재웅 다음 창업주가 마음을 굳히자 이 같은 분위기를 눈치 챈 삼성증권은 발빠르게 움직였다.

      카카오에 피인수를 원했던 다음과 상장을 원했던 카카오의 줄다리기가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으로 기울자 삼성증권은 구주 양수도 없는 순수 합병 구조를 제안했다. 양사는 합병의 대의명분을 극대화하며, 어느 한 회사의 현금 유출이 없는 이 구조를 받아들였다. 구조가 확정되자 양사는 지난 4월말 삼정회계법인을 통해 비상장사인 카카오 가치 평가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증권은 자연스레 합병자문인 지위를 획득했다. 주총 결의 이후 합병신주 발행 및 상장을 주관하는 상장주관사 역할도 담당한다. 이번 합병 거래의 실무를 도맡은 것이다.

      합병에서 카카오의 기업가치는 주당 11만3430원, 총 3조1356억원으로 평가됐다. 카카오가 내년 상반기 직상장에 나섰다면 현재 가치에 신주 발행 25% 기준 공모 규모가 6200억여원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상장시 인수수수료가 1% 전후임을 고려하면 이 거래의 수수료는 62억원 수준이다. 삼성증권이 모간스탠리와 주식을 절반씩 인수했다면 대략 30억원의 수수료 수익을 확보할 수 있었다.

      삼성증권은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 결정으로 인해 내년 중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됐던 카카오 상장 수수료 수익을 놓쳤다. 그러나 합병자문사 지위를 확보하며 이를 상당 부분 만회할 수 있게 됐다. 삼성증권이 이번 거래로 받게 될 수수료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합병법인의 시가총액이 4조원에 달하는 대형 거래임을 고려하면 상당한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기술발전이 빠르고 인수합병(M&A)이 빈번한 IT모바일 업계에서 자문실적(트랙레코드)을 쌓았다는 점에서도 삼성증권 입장에서는 손해볼 것이 없다는 평가다.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은 삼성증권의 신원정 IB본부장과 심재만 기업금융1사업부장이 직접 진두지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