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카카오 합병, 다음 주식팔고…카카오 사라"
입력 2014.05.30 08:48|수정 2014.05.30 08:48
    [김현섭 대신자산운용 헤지펀드 본부장 인터뷰]
    "저위험-중수익 원하는 투자자를 위한 펀드"
    "우수한 펀드매니저 헤지펀드로 몰릴 것"
    • [05월29일 19:29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다음커뮤니케이션(이하 다음)과 카카오가 합병을 발표했다. 일반적인 투자자라면 상장사인 다음 주식을 사려고 나설 것이다. '자본시장의 꽃'으로 불리는 헤지펀드 매니저라면 어떻게 투자할까.

      정답은 다음 주식은 공매도(숏)하고, 카카오 주식을 장외에서 매입(롱)하는 것이다. 교환비율을 중심으로 고평가된 주식과 저평가된 주식을 선별해 투자하는 것이다. 결국 두 회사는 합병할 것이기 때문에 롱과 숏의 포지션 차이는 상쇄되고, 교환비율과 주가 변화에 따른 차익만 남는다. '합병 무산 가능성'외에는 투자 위험이 거의 없다.

    • 이런 투자 방법이 바로 이벤트드리븐(event-driven) 전략이다. 기업의 경영 과정에서 일어나는 합병·분할·주식 교환·법정관리·실적 등 '이벤트' 전후로 형성되는 비합리적인 주가에서 차익 기회를 노리는 것이다.

      김현섭 대신자산운용 헤지펀드본부장(사진) 국내에서 유일한 이벤트드리븐 펀드의 운용을 책임지고 있다. 롱숏 전략 일변도의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에서 '신선한' 투자 전략을 채택한 펀드 중 하나다.

      김 본부장은 "이벤트드리븐 펀드는 글로벌 헤지펀드 시장에서 롱숏 전략보다 더 규모가 큰 저위험-중수익 투자 방식"이라며 "정해진 합병비율을 이용한 차액매매가 가능한 만큼 투자 위험을 낮추며 좋은 수익률을 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이 이벤트드리븐 펀드를 처음 만든 건 아니다. 대신자산운용이 지난해 3월 의욕적으로 펀드를 론칭했지만, 1년 동안 눈에 띄는 수익이 나지 않았다. 설정액도 100억원수준에 머물렀다.

      김 본부장이 올초 이벤트드리븐 펀드를 맡으며 수익률 곡선이 좀 더 안정적으로 우상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5월 말 현재 펀드의 누적 수익률은 9.46%에 달한다. 수탁고도 최근 1000억원 수준으로 커졌다.

      대신자산운용의 이벤트드리븐 펀드가 투자한 대표적인 이벤트는 호남석유화학·KP케미칼 합병,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한국타이어 주식 현물출자, 네이버 기업 분할 등이 있다. 이런 이벤트에서 펀드는 대부분 두 자릿대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는 "이벤트에는 항상 기회가 있기 때문에 얼마나 좋은 이벤트가 생기느냐가 문제"라며 "어떤 이벤트를 선택하느냐가 핵심 역량"이라고 말했다.

      대신자산운용 헤지펀드그룹은 이벤트드리븐 전략을 위해 이벤트 전문 분석 매니저를 두고 있다. 공시와 뉴스 등을 분석해 투자에 적합한 이벤트를 찾고, 회의 과정에서 자원 배분과 투자 전략의 큰 틀을 설정하는 전문 인력이다. 김 본부장은 모두 4명의 매니저와 함께 롱숏 펀드와 이벤트드리븐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이벤트가 없을 때 이벤트드리븐 펀드는 자산을 채권에 투자한다. 이렇다보니 시장의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오로지 이벤트에 집중해 차익 기회를 엿보기 때문이다. 수익 기대감이 있을 경우엔 기업공개(IPO)나 대량매매(블록세일)에도 투자한다.

      김 본부장은 당분간 국내 시장에만 투자를 할 계획이다. 확신이 없는 해외 시장에 고객의 돈을 가지고 뛰어들 수 없다는 생각이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진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고,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간접적인 경험을 쌓고 있다. 해외 투자 경험이 있는 인력도 확보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현재 대신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헤지펀드 규모는 5000억원 수준이다. 김 본부장은 펀드규모를 2조원까지 키워나갈 생각이다. 투자 포트폴리오로 100여곳 이상의 기업을 가지고 있고, 함께 하고 있는 매니저들이 대규모 자산을 운용해 본 경험이 충분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김 본부장이 그리는 한국형 헤지펀드의 미래는 어떨까. 김 본부장은 "훨씬 더 커지고 견고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수한 인력이 헤지펀드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재야고수로 이름을 날린 김 본부장이 대신자산운용의 헤지펀드를 맡은 것도 이런 이유다.

      그는 "헤지펀드는 성과를 내는 매니저에게 성과급 등 후한 보상을 해줄 수 있지만 일반 뮤추얼펀드는 그렇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능력있는 매니저들이 헤지펀드로 몰리면 자연스레 스마트한 자금들도 헤지펀드로 쏠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이 더 커지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김 본부장은 완화가 필요한 규제로 ▲펀드매니저가 자기 펀드에 투자하지 못하게 하는 것과 ▲5억원 이상 자산을 갖추지 못하면 헤지펀드에 투자하지 못하는 것 ▲헤지펀드 매니저가 되려면 2년간 1000억원 이상 운용경험 등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점 등을 꼽았다.

      그는 "펀드매니저의 투자를 허용하면 좀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재간접펀드 등으로 소액투자자들이 헤지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길도 열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 이벤트 드리븐 전략은 무엇인가

      "이벤트에는 기회가 있습니다. 항상 하나는 저평가되고 다른 하나는 고평가되기 때문에 둘이 같을 수가 없습니다. 저평가된 회사의 주식을 사고 고평가된 회사의 주식을 팔면 됩니다. 그러면 포지션이 제로가 됩니다. 시장의 차익거래 기회가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즉, 안전마진입니다."

      - 그렇다면 고평가와 저평가 기준은 어떻게 되는가

      "다음과 같은 가정을 한번 해 봅시다. 두 회사 주식이 만원인데 합병비율이 1대 2라고 하면 두 주 받는 회사의 주식을 매수 하고 한 주 받는 회사의 주식을 매도하면 됩니다. 이러한 포지션을 가지는 순간 아주 단순한 차익거래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런 단순한 차익거래 말고도, 복잡한 과정의 차익거래 기회가 시장에 존재합니다. 무위험 기회가 시장에 있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전략을 사용하는 이벤트드리븐 펀드가 전세계적으로 규모가 큽니다. 에버그린 이벤트드리븐 펀드는 중위험 고수익을 추구합니다. 리스크를 더 작게 가져가면서 수익을 추구하고자 하는 투자자에게 이벤트드리븐 펀드를 추천합니다.”"

      - 이전에는 이벤트드리븐 펀드가 없었는지

      "헤지펀드 자체가 생긴지가 얼마 안됐습니다. 그런 의미에선 운용하는 다양한 전략을 개발해야 합니다. 경쟁자가 적으니깐 운영하기 쉬운 부분도 있긴 합니다."

      - 이벤트드리븐 전문 펀드로는 국내 유일한데

      "작년 3월에 대신자산운용에서 처음으로 만들었고, 올해부터 제가 직접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100억원 정도 규모 였으나 이후 직접 운영하면서 1000억원 규모로 펀드 규모가 커졌습니다. 직접 나서서 자금 모집에 앞장서서 펀드 규모를 키웠습니다. 수익률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습니다. 펀드가 조성된 이래 지금까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적이 없습니다."

      - 이벤트가 없을 때는 어떠한 방식의 투자가 이뤄지는지

      "이벤트가 없을 때는 채권 운용을 합니다. 이벤트가 발생하기 전에는 채권 운용만 하고 이벤트가 발생하면 들어가는 방식이라 마이너스 수익률이 날 가능성이 극히 작습니다. 또한 롱숏 펀드처럼 포트폴리오를 가져가는게 아니니까 시장에 대한 베팅을 하지 않고 이벤트만 보면 됩니다. 시장에 이벤트가 없을 수는 없습니다. 좋은 이벤트가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 어떤 이벤트에 투자할 지가 중요할 것 같다

      "이벤트를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매니저가 따로 있습니다. 이벤트가 발생하면 팀원들과 함께 모여서 같이 회의를 하고, 이 이벤트에는 어느 정도 투자할지 결정합니다."
       
      - 헤지편드는 결국 인력싸움이다. 인력을 얼마나 확충할 계획인지.

      "사람이 많을수록 잘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수익률에 도움이 된다면 펀드매니저를 늘릴 생각이 있습니다. 현재 4명의 매니저가 근무하고 있는데 5명까지 늘릴 생각입니다. 해외물을 다뤄본 경험이 있거나 해외 경험이 있는 펀드매니저를 데려오려고 합니다."

      - 해외 투자 여부는.

      "해외 포지션은 안 가지고 있습니다. 아직은 고객 돈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는 판단에서 입니다. 하지만 시뮬레이션 등 꾸준히 관련 스터디는 계속 해나가고 있습니다."

      -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을 어떻게 보시는지

      "저는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진시장은 헤지펀드가 주요상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부침은 있을 수 있습니다. 어떤 시장이건 흔들리지 않고 가는 시장은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엔 가는 방향은 정해져 있고, 헤지펀드는 훨씬 더 커지고 견고해 질 것입니다."

      -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현재 능력있는 펀드매니저들이 보상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하지만 헤지펀드는 펀드매니저에게 성과급도 많이 주고 운용보수도 많이 줍니다. 우리나라는 10억 받는 펀드매니저 찾기가 힙듭니다. 해외에는 수백, 수십억을 받는 매니저도 존재하는 상황입니다.

      헤지펀드는 충분한 보상과 명예를 얻을 수 있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우수 인재가 헤지펀드로 몰려들면 스마트한 자금들도 헤지펀드로 향할 겁니다. 능력있는 매니저들이 열심히 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아주는 게 중요합니다."

      - 헤지펀드 관련 규제 중 개선됐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5억원 자산이 있어야 헤지펀드에 투자할 수 있다는 규제가 있는데 이런 부분은 펀드오브펀드 등을 통해 투자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으면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펀드매니저가 자기펀드에 투자 못하게 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열심히 하려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지 않습니까. 운용경험 제한도 그렇습니다. 애널리스트 한 분을 운용역으로 모시려고 했는데 2년간 1000억원 이상 운용경험이 없으면 헤지펀드 매니저로 활동할 수가 없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