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담보로 김남호 부장 동부화재 지분 요구…동부그룹 '난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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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월17일 15:53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동부그룹과 주채권은행인 한국산업은행의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이 진통을 겪고 있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지난해 약속한 사재출연에 대한 시각 차이가 원인이다.
산은은 김 회장이 현재 담보로 제공한 자산을 활용해 사재를 출연하고, 대체 담보로 김 회장의 장남인 김남호 동부제철 부장의 동부화재 지분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동부그룹은 지나친 요구라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1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동부그룹과 산은은 아직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하지 못했다. 올해 약정 대상인 14개 대기업 계열 중 유일하다. 동부그룹은 지난해 산은과 3년짜리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했지만, 올해 약정 대상 기업 선정 방식 등이 변경되며 다시 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연의 원인은 지난해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할 때 동부그룹이 제시한 자구안 중 하나인 김 회장의 사채출연이다. 당시 김 회장은 사재를 1000억원 출연해 동부제철 등 자금 사정이 어려운 계열사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산은은 이번 약정에도 같은 자구안을 포함해야 하며, 김 회장이 약속한 대로 조속히 사재출연을 통해 동부제철을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김 회장이 보유한 동부화재 지분과 한남동 자택 등 자산 대부분은 금융기관에 담보로 제공된 상태다. 김 회장은 지난 4월 말 산은이 동부제철에 1200억원 규모 브릿지론(bridge-loan)을 제공할 때에도 본인의 자산을 담보로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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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은 김 회장의 여력이 충분치 않은 만큼 동부제철 브릿지론 담보 중 일부를 담보 해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담보가 해지된 자산을 활용해 사재출연을 하라는 것이다. 대신 브릿지론의 새 담보로 김 부장의 동부화재 지분을 요구했다. 김 부장은 동부화재 지분 14.0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동부그룹은 산은의 요구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애초 동부제철은 자회사인 동부특수강을 상장시켜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다가 최근 진성 매각으로 돌아섰다. 경영권 지분을 매각하는 만큼 상장 때보다 더 많은 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분할을 마친 인천공장(현 동부인천스틸) 매각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동부제철에 대한 김 회장의 사재출연이 이전만큼 절실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동부그룹은 이번 약정에 김 회장의 사재출연 시기와 대상 계열사를 변경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은이 이 제안을 거부하며 평행선이 그려진 것이다. 산은은 동부그룹에 인천공장이 언제 팔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작정 사재출연을 미룰 수 없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동부그룹 역시 그룹의 후계자인 김 부장의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는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동부그룹은 동부제철 등 산업계열사를 동부씨엔아이가 지배하고, 동부생명·증권 등 금융계열사를 동부화재가 지배하는 구조다.
김 부장은 동부씨엔아이와 동부화재의 최대주주로서 그룹의 경영권을 사실상 승계받은 상황이다. 김 부장이 동부화재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고, 이 중 일부를 잃게 되는 상황이 오면 그룹 승계구도가 흔들리게 되는 셈이다.
산은 관계자는 "채권단이 동부그룹에 김 부장의 지분을 직접 담보로 요구한 건 아니다"면서도 "다른 담보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고 사실상 김 부장의 동부화재 지분 외에 담보로 잡을 만한 게 없다는 게 채권단의 판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