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펀드서 '쓴 맛' 본 PE, 2호 펀드서 '단 맛' 즐긴다
입력 2014.06.19 08:44|수정 2014.06.19 08:44
    우리PE 2호서 '대박'…신한PE도 '미소'
    투자주기 짧아져 2년내 자금 회수도
    건전한 장기투자자 명성 사라져
    • [06월17일 10:37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국내 사모투자펀드(PEFㆍ이하 사모펀드) 시장에 몇몇 주목할만한 특징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는 출범 10년을 돌파한 업계에 쌓인 경험치의 소산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일부 특징은 거칠어진 시장환경에 대한 억지대응 성격도 짙다.

      우선 '1호/2호펀드 역전' 현상이 뚜렷하다. 한참이나 '투자 성과가 좋지않다'고 괄시(?)당했던 은행계 PE운용사들의 대대적 약진이 두드러진다.

      당장 주목받는 회사가 우리PE다. 1호 펀드(3440억원)의 경우, 보광그룹 계열사 신텔, 웅진캐피탈과 함께 인수한 유피케미칼, 우리은행이 인수한 금호종합금융 등이 투자금 회수에 난항을 겪으며 골머리를 썪었다.

      그러나 블랙스톤과 함께 국민연금 자금을 받아 설립된 2호 펀드(6061억원)는 상황이 완전 다르다. 미래에셋과 함께 산 아퀴시네트(타이틀리스트)는 세계1위 기업답게 꾸준히 실적 개선이 예상되고, 현대로지스틱스 지분투자는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보증금 2000억원을 반환 받으며 투자금 회수가 이뤄졌다. IPO(기업공개)가 진행 중인 NS홈쇼핑이나, 인터파크와 함께 인수한 아이마켓코리아 투자는 이미 '대박'이 예고된 투자다.

    • "같은 기간에 형성된 펀드 가운데 가장 높은 이익률이 예상되다"는 게 업계의 중평이다.

      신한PE도 분위기가 좋은 편이다. 역시 1호 펀드(3000억원)는 셀런 등의 투자로 고심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2호 펀드는 모간스탠리PE와 함께 투자한 전주페이퍼 실적이 좋은 편이고 에버다임-타워크레인도 추후 괜찮은 수준의 경영권 매각이 예상된다. SK건설 전환사채(CB)투자는 이미 투자금 회수 방안이 마련돼 있고, 이투스는 투자금 회수가 끝났다.

      출발은 늦었지만 역시 은행권 PE인 농협PE도 최근 시장에서 각광받는 추세다. 조용히 추진하던 동양매직 인수전에서 쟁쟁한 후보들을 물리치고 인수를 달성했다. 아주IB, 큐캐피탈 등 딜소싱 능력이 있는 운용사들과 협업해 지난 해 1000억원, 올해는 2개의 2000억원대 블라인드 펀드를 등록해 운용자산 수탁고(AUM)가 1조원을 넘었다.

      반면 H&Q AP 코리아가 2호 펀드에서 고생하고 있다. 2호 펀드에서 투자한 바이아웃 투자인 에스콰이아가 50억원 연체로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 위험이 생겼다. 메가스터디도 인수 후 그닥 주가가 오르지 않은 상황에서 매각이 진행 중이다. 물론 2010년 하이마트 경영권 분쟁 당시 2호 펀드로 900억원 투자, 1600억원 회수라는 버팀목이 있어 펀드 수익률을 논하기는 아직 이른 상황이다. 그래도 1호 펀드의 기록적인 수익률(Gross IRR 30%)과 비교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PEF들의 투자주기가 짧아지는 경향도 나타난다. 최근 MBK파트너스가 코웨이 인수 이후, 인수금융 차환(Refinancing)을 통해 국민연금ㆍ새마을금고 등에 배당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기간만 놓고 보면 투자후 1년반만에 실시되는 자금 회수다.

      스카이레이크 인큐베스트가 지난해 3월 인수했던 제어시스템 자동화 업체 에스아이티에 대해 씨티증권 등을 자문사로 검토하고 매각을 검토하면서 화제가 됐다. 역시 투자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자금회수가 진행된 때문이다.

      상황은 다르지만 LIG넥스원에 투자했던 펀드들도 때이른 투자금 회수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스틱인베스트먼트를 위시한 5개 재무적 투자자(FI)들이 지분 49%를 4200억원에 인수한 지 딱 1년 3개월 지났다. 2016년 약속한 IPO시점을 훨씬 앞두고 주관사 재선정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실제 IPO시기는 알수 없지만 이르면 3년도 채 지나지 않아 투자금 회수가 가능할 수도 있다.

      이런 조기상환 움직임은 업계 전반을 두고 볼 때 달가운 일은 아니라는 평가가 많다.

      빠른 투자금 회수는 미리 배당을 받게 되는 기관투자가(LP)들과 실무진에게는 환영받는 일이다.

      그러나 적어도 5년 투자를 논하던 PEF들이 투자한지 2년도 안되어 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일반 개인주주들의 상장사 주식투자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지적도 많다. 국내 PE들이 '장기투자', '기업가치 개선', '건전한 기업경영의 동반자' 라는 수식어와는 점점 거리가 멀어진다는 지적과도 겹친다.

      한때 풋옵션을 활용한 PEF들의 메자닌 투자가 '사실상 사모펀드들의 대출영업'이라고 비난받은 것과 같은 논리다. 자금이 급한 기업이나 주주들에게 급전을 투자하고 상황이 개선되자마자 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제대로 된 PEF투자냐는 비난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