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으로 흥한 SK하이닉스, M&A로 D램 의존도 낮춘다
입력 2014.06.20 07:30|수정 2014.06.20 07:30
    낸드플래시 강화…상반기에만 관련업체 두 곳 인수
    삼성·SK·마이크론 D램 시장 과점화 대비 사업다각화 추진
    • [06월18일 15:25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52주 신고가를 경신중인 SK하이닉스가 사업다각화를 통한 체질 개선에 나섰다. 주력사업인 D램이 호황을 보이고 있지만, 과점 시장이 되면서 추가 외형확장이 쉽지 않다. 회사는 D램 의존도를 줄이고, 수급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는 낸드플래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잇따라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다.

      SK하이닉스의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2분기 실적 호조에 대한 전망으로 연일 신고가 행진이다. 18일에는 주당 4만9000원에 장을 마감해 전일 대비 350원 떨어졌지만 5만원 돌파는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게 증권업계의 전망이다.

    • SK하이닉스의 신고가 행진은 D램 업황 호전이 뒤받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매출액은 전 세계 매출액의 91.2%를 차지한다. 2012년 마이크론이 엘피다를 인수한 이후, 빅3의 과점 체제가 형성되면서 치킨게임으로 요동치던 D램 반도체 가격은 안정을 찾았고, 2013년 하반기부터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D램 시장의 과점화로 D램 가격이 안정되고 공급 과잉이 줄어들었다"며 "3분기에는 PC D램의 가격도 상승할 가능성이 있고 신제품 출시에 따른 모바일 D램의 수요도 확대돼 향후 실적 개선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는 SK하이닉스의 목표가를 5만원 후반대로 상향 조정하며, 투자의견도 '매수'를 외치고 있다.

      D램 가격이 안정세를 찾았지만, SK하이닉스의 고민은 여전하다. D램 의존도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3조7400억원의 전체 매출액 중 D램 매출은 80%(2조9900억원)에 달했다. 17%(약 6360억원)가 낸드플래시였다. SK하이닉스는 통상 전체 매출의 70~80%가 D램, 20~25%가 낸드플래시, 나머지는 CMOS 이미지센서 등 시스템반도체 및 파운드리다. D램 사업이 부진하면 SK하이닉스 전체가 흔들린다는 불안감이 상존한다.

      이에 SK하이닉스는 사업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핵심은 낸드플래시 역량 강화이다. 낸드플래시의 수요량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하반기 출시 예정인 애플 아이폰6 신규물량에 대한 기대감, 차세대 저장장치로 떠오른 SSD(솔리트스테이트드라이버) 시장의모 확대 전망으로 낸드플래시 가격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6년부터 낸드플래시 시장 규모는 D램 시장 규모를 초과할 예정이다.

      매출액 기준으로 SK하이닉스의 세계 D램 시장 점유율 27.8%(2014년 1분기 기준)를 기록했다. 반면 낸드플래시는 12~13% 정도로 삼성전자와 도시바, 마이크론에 이어 4위에 그쳤다.

    • SK하이닉스는 최근 낸드플래시 업체 M&A에 적극적이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자체 기술 개발 대신, 기술력을 갖춘 해외 업체들을 인수함으로써 빠른 시간 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지난해 3조380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이익을 기록했고 현금성자산만 3조원에 육박하는 등 M&A에 쓸 실탄도 풍부하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상반기에 소프텍 펌웨어 사업부(벨라루스), 바이올린메모리 PCIe 카드사업부(미국) 등 낸드플래시 업체 두 곳을 인수했다. 이에 앞서 2012년 아이디어플래시(이탈리아)와 LAMD(미국), 2013년 이노스터 eMMC 컨트롤러 사업부(대만)를 인수했다. 최근 3년간 인수한 낸드플래시 관련 기업만 다섯 군데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반도체 시장에서 낸드플래시 비중이 점점 커지는 상황에 맞춰 SK하이닉스도 해외 업체 인수를 통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도전하는 것”이라며 “점유율이나 기술력에선 아직 부족한 면이 있지만, 해외 업체 인수를 통해 낸드플래시 역량을 차근차근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인수한 소프텍을 어떻게 관리할지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혔다.

      잇따른 M&A로 외형확장에 그치지 말고 시너지 확대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해외 업체를 인수했다고 해서 기술력을 완전히 습득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인수한 해외 업체를 잘 관리해서 해당 기술력을 전수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IT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인력확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고 낸드플래시 업체 M&A의 목적 중 하나도 이것"이라며 "대기업 IT 계열사 경우 외부 인재들이 적응을 못해 이탈하는 사례가 많은 만큼 이들을 정착시키는 데 노력해야 M&A 효과가 발휘될 것"이라고 전했다.

      SK하이닉스는 D램, 낸드플래시 외에 시스템반도체 사업 강화도 고민하고 있다. 이를 위해 관련업체들에 대한 M&A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있다. 다만 사업 불확실성과 SK하이닉스의 사업 방향성이 분명하지 않아 구체적인 움직임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규모가 크지 않은 M&A는 SK하이닉스 자체적으로 추진할 수 있겠지만, 최태원 회장의 부재 속에서 규모가 크거나 회사의 사업전략에 큰 영향을 미치는 M&A에 나서기는 어렵다"며 "현재로선 낸드플래시 부문을 강화하기로 방향을 정한 만큼 당분간 외형확장도 여기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