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포스코 회장, 전방위 압박에 '내실' 선택
입력 2014.06.25 07:30|수정 2014.06.25 07:30
    수익성 및 재무구조 악화로 국내 신용등급마저 강등
    강판 시장 공급과잉…"발전 외 패키지 인수 시너지 떨어져"
    • [06월24일 16:24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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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준 포스코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장고 끝에 동부 패키지(동부제철 인천공장·동부발전당진)를 인수하지 않기로 했다.

      수익성 악화 및 재무부담 증가로 해외에 이어 국내에서까지 신용등급이 강등된 상황에서 무리한 인수합병(M&A)이 그룹에 부담으로 작용할 여지가 커졌다. 강판 시장의 공급과잉이 심각한 상황에서 굳이 인천공장을 더한 패키지로 인수할 필요가 있냐는 점도 작용했다. 추가 확장 대신 약속대로 내실을 선택했다.

      포스코가 정밀실사를 통해 매긴 동부 패키지의 가격은 5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반면 산은은 9000억원 정도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산은이 전체 인수대금의 60∼70%가량을 지원해 준다고 했지만 포스코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권오준 회장은 24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인수 때 감당해야 할 재무적 부담에 비해 사업성이나 그룹 전체에 미치는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동부제철 인천공장의 주력 생산품인 컬러강판은 공급과잉 상태에 있다. 국내 컬러강판 수요는 130만톤 정도에 불과하지만 공급규모는 220만톤에 이른다. 포스코강판과 동부제철 인천공장의 합병으로 규모의 경제를 이루더라도 그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룹의 신용도가 계속 추락하는 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말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포스코의 국제 신용등급을 떨어뜨렸다. 이에 권 회장은 취임 후 자신의 임기 동안 연결기준 매출 78조원, 영업이익 5조원을 달성하고 수익성 확대 및 차입금 감축을 통해 글로벌 신용도를 'A' 수준으로 되돌려 놓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6개월도 안돼 국내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가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강등했다. 20년만의 강등이자, AAA등급 기업의 첫 강등이었다.

      포스코그룹의 대규모 투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쌓인 상황에서 포스코에너지가 이미 매각가격 4000억원 규모의 동양파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상황이었다. 동부 패키지까지 인수하게 될 경우 그룹 전반의 신용등급 연쇄 강등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권 회장은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을 개별적으로 인수하는 것에 대해서도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동부발전당진이 개별 매물로 나올 시 재검토 의사를 묻는 질문에 권 회장은 "딜이 나오면 다시 한번 고민해봐야 부분"이라 말하면서도 "포스코에너지가 동양파워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상황에서 동부발전당진까지 인수할 여력이 있는지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동양파워 발전소 건설에만 4조원가량이 들어가게 될 예정으로 일단 동양파워 키우기에 집중할 가능성이 있다.

      취임 이후 줄곧 강조해 온 '재무구조 개선, 철강사업 이외의 모든 사업은 정리대상'이라는 목표와도 배치된다는 점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권 회장 입장에선 동부 패키지 인수 포기로 내실에 집중할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