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황 개선 없는 상황 속 완만한 성장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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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월25일 09:46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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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9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4회 DIY 리폼 박람회'에 참가한 한화L&C 부스 전경.(사진=한화L&C)
건축자재(건자재) 빅3 업체들이 전방산업인 건설업 부진 속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 신축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고 기존 주택의 리모델링이 활성화하면서 건자재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건자재 규제가 늘면서 고급화 전략을 쓴 것도 매출 신장에 한몫했다.
현재 국내 건자재 시장은 KCC, LG하우시스, 한화L&C 등 빅3가 주도하는 과점시장이다. KCC는 유리부문의 강점을 갖고 있고, 석고보드ㆍ상재 등 건축자재 시장에서 40% 이상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LG하우시스는 PVC창호ㆍPVC바닥재 부문의 국내 1위의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고, 한화L&C는 인조대리석 부문에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업황 불황으로 건설사들의 부진은 끝이 보이지 않지만 건자재 업체들은 오히려 실적이 개선되는 추세다.
한화L&C는 영업이익이 2012년 102억원에서 지난해 222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LG하우시스는 같은 기간 151억원에서 468억원으로, KCC도 770억원에서 954억원으로 증가했다.
부동산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점이 가장 크다. 주택 신축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건자재 업체들은 B2B(기업 간 거래)에서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로 판매처를 다변화하고 있다.
최근 입주물량 증가 및 정부의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으로 건자재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입주물량은 지난 2013년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올해에는 전년보다 36%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올해부터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허용되면서 분당, 목동 등지의 리모델링 수요 증가로 건자재 부문 수요가 증가했다.
건설사들의 아파트 공급물량에 의존하던 것에서 주택개보수 및 리모델링 수요 증가에 발맞춰 소비자들에게 직접 다가가는 전략을 쓰고 있다. 건자재 업체들이 최근 들어 TV 및 신문 등을 통해 광고 노출도 늘리고 있는 것도 이와 맞닿아 있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는 창호나 인테리어 제품이 이사 건수에 민감했지만, 향후에는 이사가 아니더라도 에너지 절감, 공간 활용 등 건자재에 대한 소비자 인식 변화로 관련 제품 수요가 구조적으로 늘어날 것이다"고 말했다.
정부규제 강화가 건자재 업체의 수익성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는 2009년 에너지 설계 기준을 첫 도입한 이래 규제를 강화했다. 친환경 건자재 사용을 정책적으로 의무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건자재의 가격 상승 및 고품질 제품에 대한 판매가 증가했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고효율의 친환경 제품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기술력을 갖춘 몇몇 업체의 매출 신장이 기대된다"며 "다만 이러한 기술력을 갖추기가 쉽지 않아 상위권 업체 중심의 과점 시장이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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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자재 업체 부상으로 금융권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관련 업체들의 인수합병(M&A) 및 기업공개(IPO)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모건스탠리 프라이빗에쿼티(PE)는 한화L&C를 인수했다. 모건스탠리PE는 한화L&C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하며, 향후 5년 후 기업가치가 현재보다 두 배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건자재 업계 관계자는 "한화L&C가 적극적으로 추진한 인조대리석 사업이 그동안 예상외로 수익이 나지 않고, 상위 3개 업체 중에서 특별히 강점을 가진 부문이 없어 매각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가 예전부터 나왔다"며 "건자재 업계가 다시 부상하고 있는 만큼 모건PE에 인수된 한화L&C가 어떤 실적을 보여줄 지 관심"이라고 말했다.
KCC 및 LG하우시스 등 상장업체들의 주가 상승에 비상장 하위 업체들의 상장 추진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2007년 이후 네 차례나 상장심사 통과에 실패한 건축용 데크플레이트 생산업체인 덕신하우징은 올해 상장심사를 통과했고, 금속 조립구조재 업체인 원하이텍도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다만 향후 급격한 매출 신장은 어렵다는 분석이다. 리모델링 및 고부가 제품에 의한 실적 향상이 이뤄지고는 있지만, 전방산업인 건설업의 업황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는 급격한 실적 개선은 어렵다는 설명이다.
건자재 업계 관계자는 "리모델링 등에 따른 신규 수요 창출에 의해 실적이 나아지고 있지만, 건설업황이 좋아지지 않고서는 급격한 실적 상승은 기대하기 힘들며 완만한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