産銀만 바라보는 동부, 신보만 바라보는 産銀
입력 2014.06.30 08:27|수정 2014.06.30 08:27
    동부제철 자율협약, 신보 반대 '암초'
    동부CNI 디폴트 위기 '産銀 지원만 기다린다'
    • [06월27일 14:25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동부그룹의 구조조정이 고비를 맞고 있다. 한국산업은행(이하 산은)과 신용보증기금(신보)은 동부제철에 대한 차환 지원과 자율협약 체결 여부를 두고 논의를 거듭하는 중이다.

      내달 초 회사채 자체 상환이 불가능해진 동부CNI는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산은의 지원 없이는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황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

      산은은 지난 24일 동부제철에 대한 자율협약 체결 방침을 밝혔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도 이에 대해 긍정적이다. 자율협약은 회사에서 먼저 채권은행에 신청해야 하는만큼 동부제철 내부적으로 자율협약 체결을 위한 서류 작업이 한창이다.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해 신청은 내주로 넘어갈 전망이다.

      동부제철 자율협약의 변수는 신보다. 신보는 동부제철과의 자율협약 체결 및 회사채 차원 지원을 거부하고 있다. 지금까진 자구계획안의 정상적인 진행이 가능할 것이라는 예측 하에 지원했지만,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신보의 요구는 '동부제철의 자구안이 예정대로 실행될 것이라는 신뢰를 달라'는 말로 요약된다. 단순히 김 회장 일가의 담보 추가 제공 여부로 신보 입장이 바뀌진 않을거란 지적이다. 신보는 이전 차환 지원 과정에서도 동부제철의 자구안 실행 속도에 대해 부정적 의사를 비춰왔다.

      산은은 신보를 설득하고 있다.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간 뒤 재무구조를 안정화시키는 것보단 자율협약 체제 아래에서 차환지원 등을 통해 정상화를 도모하자는 것이다.

      동부제철이 워크아웃에 들어갈 경우 여신 규모가 1조원에 달하는 산은은 수천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게다가 동부그룹의 자산 매각과 관련한 전권을 위임받은 상황에서 구조조정 진행 속도가 더딘 점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기 어려울 거란 평가다.

      동부그룹 비금융계열사의 지주회사격인 동부CNI도 상황이 여의치 않다. 동부CNI는 내달 5일 200억원, 12일 3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차환을 위해 250억원 규모 담보부사채 발행에 나섰지만, 금융감독원이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하며 일정을 맞추기 어려워졌다. 지난 26일 한국기업평가가 동부CNI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투기등급인 BB+로 강등하며 발행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동부CNI는 자체 상환 능력이 없다. 지난 3월말 기준 현금성 자산이 17억원에 불과한데다, 계열사 중심 시스템구축(SI)업체인만큼 대규모 현금을 일거에 동원하기 어렵다.

      동부CNI는 금융권, 특히 산은의 지원만 기다리고 있다. 산은은 동부CNI의 회사채만 일부(이달 만기 500억원 중 100억원) 가지고 있을 뿐 직접 여신이 없어 아직까진 지원에 발벗고 나서지 않고 있다.

      다만 동부제철의 최대주주이자 동부 비금융계열사의 지주회사격인 동부CNI가 무너지면 동부제철을 비롯해 동부그룹 구조조정 전반이 흔들리게 된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물론 산은 내부에서도 "동부CNI는 살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당국도 동부그룹이 지금보다 더 큰 위기에 봉착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모습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동부그룹과 주채권은행이 잘 협의하고 있을 것"이라며 "원만한 해결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