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매각 중단, 의구심이 현실로…신뢰도 치명타
입력 2014.07.03 09:09|수정 2014.07.03 09:09
    1년여간 매각 공회전, ”곧 된다” 말만 되풀이
    인수자 실체 드러나지 않아…매각 발표 후 투자 유치 행보도
    “제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매각 중단…“예견된 결과” 비판도
    • [07월02일 19:41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1년여를 끌었던 셀트리온 매각이 결국 무산됐다. 매각 초기부터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일 때마다 강한 의지를 보였기에 셀트리온의 신뢰도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2일 셀트리온은 공시를 통해 “매수희망자의 제안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판단해 지분매각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셀트리온은 아울러 “현 시점에서 셀트리온 지분 매각이 회사의 발전과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판매계약이 이어지는 등 결실을 맺고 있어 매각보다는 해외판매망 강화가 적절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4월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매각을 선언하면서 매물로 나왔다. 서정진 회장은 공매도 세력에 대해 불만을 표하며 셀트리온을 외국계 제약사에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지난해 5월에는 JP모간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했다. 서정진 회장은 셀트리온홀딩스를 통해 셀트리온을 지배하고 있다.

      코스닥 시가 총액 1위 기업인 만큼 시장에 미치는 충격파는 컸다. 매각의 진정성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목소리도 생겨났다.

      간혹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제약사의 인수설이 오르내릴 뿐 실체를 확인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협업을 위해 글로벌 제약사의 고위층이 셀트리온을 방문할 때마다 화제가 됐을 뿐이다.

      회사 측은 간간히 공시를 통해 매수희망자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내용을 밝히기만 했다. 지난해 여름부터 1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매각자 측이 밝힌 내용은 “복수의 투자자와 협상이 진행 중이고 조만간 마무리 될 것이다” 혹은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것이 전부였다. 셀트리온의 재무적투자자(FI) 역시 매각 소식에는 깜깜했다.

    • 매각의 직접적인 동기로 제시했던 ‘공매도’ 역시 시장에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다. 코스닥 1위 제약사를 해외에 넘긴다는 우려를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정진 회장 등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시세조종 혐의가 씌워지는 역풍을 맞고 검찰에 고발됐다. 셀트리온보다 공매도가 심했던 기업이 많았던 점, 시장과의 신뢰를 쌓지 못했던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외부와의 소통의 문을 거의 닫았기 때문에 시장과의 오해를 풀기 어려웠다. ‘기술력 있는 회사’ 혹은 ‘실체를 알 수 없는 회사’라는 극단의 평가가 이어졌다.

      지난 5월 검찰은 주가조작 혐의를 받아온 서정진 회장에 대해 약식기소 하기로 결정했다. 통상의 주가조작과 달리 시세차익을 노리지 않았고 공매도 세력에 대한 회사 차원의 대응이 불가피했다는 이유다. 혐의를 한 꺼풀 내려놓은 상황이라 매각 중단 발표 시기도 미묘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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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송도에 있는 셀트리온 1공장

      지난해 매각 발표 후 셀트리온 측이 투자 유치에 먼저 나섰던 점도 의아함을 불러 일으킨다.

      인수·합병(M&A)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매각 발표 후 매각주관사인 JP모간이 사모펀드(PEF)들을 대상으로 투자를 요청했었다”며 “셀트리온을 인수할 곳도 있고 램시마의 유럽 승인도 앞두고 있어 큰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셀트리온 측은 이러한 점을 들어 실사 없이 1000억원가량의 투자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지난해 6월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테마섹이 기존 투자자 중 한 곳이기 때문에 투자 유치라기 보다는 ‘매각을 하지 않기 위한 시간 벌기’가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회사 매각 가치에 대한 의구심도 풀리지 않았다. 오히려 회사가 밝힌 대로라면 해외 투자자와의 시각차만 확인했을 뿐이다. 시장에선 그 동안 제조원가가 높다는 점, 판로를 뚫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점 등을 지적하며 우려섞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한 국내 제약사는 셀트리온에 관심을 드러냈지만 셀트리온의 시가총액이 훨씬 큰 데다 주가에 거품이 껴있을 경우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인수 의사를 접기도 했다.

    • 셀트리온 매각자 측은 그 동안 램시마의 미래 가치가 반영되지 않은 재무제표는 의미가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아울러 해외 투자자들이 셀트리온의 성장성을 높이 반영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제안을 받지 못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반대로 투자자 측과 성장성에 대해선 의견 합치가 이뤄졌다고 가정한다면 애초부터 매각할 의지가 없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서정진 회장은 지난해 “주주와 국민이 매각을 번복해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면 번복을 생각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실제 가치가 어떻든 셀트리온이 바이오시밀러 불모지에서 성과를 내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 하다. 이런 회사를 해외에 매각한다는데 대한 비판도 있었기 때문에 매각 번복의 역풍은 크지 않았을 수도 있다.

      셀트리온은 그러나 1년여의 기간 동안 곧 매각된다는 주장만 되풀이 하다가 제안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말로 매각을 중단했다. 이런 결과에 대해 시장에서는 ‘예견된 결과’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매각 의지에 대한 의구심도 확신으로 바뀌었다. 서정진 회장과 셀트리온의 신뢰도에도 큰 타격을 입힐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