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팜한농 빠진 동부씨엔아이, 지주회사 재검토 전망
입력 2014.07.08 08:41|수정 2014.07.08 08:41
    [Weekly Invest]
    계열사 경영권 잃을뻔한 동부, 동부씨엔아이 다운사이징
    지분 매입 여력 크게 줄고 정식 지주사 전환 어려워져
    • [07월06일 12: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동부그룹 비금융계열사의 지주회사 역할을 해왔던 동부씨엔아이가 회사 규모 축소(다운사이징)에 나섰다. 그룹 사정 및 다운사이징 배경 등을 고려하면 동부씨엔아이의 지주회사 기능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조만간 단행될 것으로 여겨지던 정식 지주회사 전환도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 동부씨엔아이는 4일 회사채 상환을 위해 동부팜한농 지분 40%(보통주 기준)을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자녀인 김주원씨와 김남호씨에게 매각했다. 이와 더불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동부팜한농 잔여 지분 매각 ▲금융IT사업부문 매각 ▲전자재료 부문 매각 등 재무구조 개선 계획을 발표했다.

      동부씨엔아이는 업계 7위권의 시스템통합(SI) 업체다. IT부문의 매출 비중이 70%에 가깝다. IT부문의 핵심은 동부화재·동부생명 등 금융계열사가 고객인 금융IT 부문이다. 이 사업을 매각한다는 건 사실상 주력사업을 내놓는다는 의미다.

      동부씨엔아이가 금융IT사업 및 전자재료 등의 매각을 끝내고 나면 현재 연간 5000억원대인 매출액이 20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해 글로벌(무역) 부문은 1200억원대, 컨설팅(지주회사) 부문은 100억원대 매출을 올렸다. 여기에 대외 IT부문의 매출이 일부 더해진다.

      동부씨엔아이가 회사 규모를 줄이려는 건 유동성 위기가 그룹 전체로 파급되는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목적으로 분석된다. 만약 동부씨엔아이가 오는 7일과 14일 만기가 돌아오는 500억원의 회사채를 상환하지 못했을 경우, 주주간 계약 등에 의해 동부팜한농과 동부메탈의 경영권을 잃을 수도 있었다.

      현금창출력이 크지 않은 동부씨엔아이는 그간 차입을 통해 동부건설 등 비금융계열사 지분을 매입해왔다. 지주회사 전환을 염두에 둔 재무 운영이 계열사를 잃을 수도 있는 위기를 불러온 셈이다. 동부씨엔아이에 대한 다운사이징 방침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동부씨엔아이는 한때 60% 이상을 보유하고 있었던 동부팜한농 지분을 대폭 줄였다. 기업 덩치 면에서 비금융계열사의 핵심인 동부제철은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에 들어간다. 사실상 동부씨엔아이가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다. 게다가 지분율만 따지면 동부건설 외엔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요건(상장사 20%, 비상장사 40%)을 충족하는 계열사가 없다.

      다운사이징이 진행되면 동부씨엔아이는 부채를 크게 줄이고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하지만, 계열사 지분을 대규모로 매입할만한 현금 여력은 사라진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발표를 비금융계열사에 한해 지주회사 정식 전환 방침을 포기하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승계 등을 고려하면 2세인 김남호 동부제철 부장이 지분을 보유한 동부씨엔아이를 완전히 포기할 순 없겠지만, 현 상태로 보면 동부씨엔아이가 정식 지주회사로 전환해 비금융계열사를 지배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동부그룹은 "비금융계열의 지주회사 전환 및 가능성 등에 대해선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