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외환 통합 험난 예고…통합 시너지 효과도 물음표
입력 2014.07.09 09:13|수정 2014.07.09 09:13
    [하나-외환 투뱅크 3년째⑤][Weekly Invest]
    "외환銀 독립경영 보장 약속 깬 것"…은행·카드 노조 대립 가능성
    외환銀 기업가치 훼손 심각…업계 "1+1=2 쉽지 않다"
    • [07월06일 12: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합병 카드를 꺼냈지만 그 과정은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외환은행의 5년간 독립경영 약속을 파기하면서 노조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하나-외환 통합의 첫 단추인 카드사간 합병 과정이 주목된다.

      조기에 통합을 하더라도 생각했던 시너지가 날 지는 불확실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환은행의 강점이라고 불린 외환 업무의 시장 지배력은 이미 약해져 애초에 기대했던 효과가 반감될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김정태 회장이 3일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통합을 언급하자 외환은행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외환은행 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김정태 회장의 '통합논의' 발언은 2·17 노사정 합의서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폭거"라며 "합의서에서는 '5년간 외환은행의 법인 및 명칭을 유지하고 합병여부는 5년경과 후 상호합의를 통해 협의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합병을 전제로 한 사전작업은 중대한 합의위반 행위"라고 반발했다.

      노조는 "김정태 회장은 '비용절감'을 운운하지만 외환은행의 가장 큰 '비용'은 바로 하나금융지주로 인한 것이며 하나금융지주가 인수 전후 외환은행에서 빼내간 돈은 이미 2조원에 달한다"며 "합병추진을 서두르는 진정한 목적은 바로 내년 3월 김정태 회장 본인의 연임에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12일부터 전국 집회를 포함, 모든 수단을 동원해 투쟁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 이미지 크게보기
      김한조 외환은행 행장

      은행 통합의 전초전이라고 할 수 있는 카드 통합에서도 노조의 반발은 만만치 않다.

      하나금융은 당초 3월말까지 외환은행에서 카드사업을 떼어내 올해 안에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를 합병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고객정보 분리 규정이 엄격해지면서 금융당국의 예비인가가 늦어졌다. 외환은행은 5월21일 고객정보가 보관된 전산시스템을 물리적으로 분리할 것을 부대조건으로, 외환카드 분사에 대한 예비인가 승인을 받았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16일 외환카드 본인가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본인가를 받게 되면 외환카드 분사는 본격 수순을 밟게 된다. 하나금융이 하나SK카드와의 통합에 속도를 내면 12월 중 두 카드사가 합병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의 합병은 외환은행 노조뿐만 아니라 하나SK카드 노조도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연내 합병을 한다고 하더라도 당초 생각했던 시너지가 날 지도 의문이다. 하나금융이 인수한 이후 외환은행의 체력 자체가 너무 약해졌기 때문이다.

      한 때 하나은행보다 높았던 외환은행의 순이익 규모는 지난해 4000억원대로 곤두박질 쳤다. 무엇보다 외환은행의 전통 강점이었던 외국환·수출입 업무의 시장 지배력을 잃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2011년 외환은행의 외환수수료 이익은 2180억원이었으나 지난해말에는 1920억원으로 감소했다. 국내 외국환 부문의 시장점유율은 2011년 수준인 25%를 유지하는데 그쳤다.

      은행권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외환을 강화하면서 외환은행만의 강점이 사라지고 있다"며 "특히 하나금융이 기업금융 주도권을 하나은행이 쥐게 함으로써 기업금융에 강점을 지니고 있던 외환은행의 영향력이 약해졌고, 이로 인해 대기업 외환도 약해지는 악순환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 자산건전성도 저하 추세를 보이고 있다. 기업대출 중 위험 업종으로 고려되는 해운 및 조선업(6.4%)과 부동산(8.3%), 건설업(9.6%) 비중이 총 24.4%로 다소 높은 편이다. 자산건전성 지표 자체는 아직 양호한 편이라지만 불안한 경기상황과 부동산경기 침체 지속 등 기업 및 가계 대출자산의 부실확대 가능성은 여전히 잠재돼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초 하나금융은 리테일과 프라이빗뱅킹(PB)이 강한 하나은행과 외환과 여신, 대외 업무가 노하우가 있는 외환은행이 만나면 큰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한 지 3년이 지난 시점에서 외환은행의 강점은 사라졌고, 하나은행 역시 존재감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하나금융은 해외법인에서 두 은행간 시너지가 나고 있지만, 이를 그룹 전체로 확산시키기엔 미미한 수준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지난 3년간 특히 외환은행의 기업가치가 크게 훼손되면서 1(하나은행) 더하기 1(외환은행)이 더 이상 2가 아닌 상황이 됐다"며 "노조와의 약속을 깨가면서까지 둘을 합친다고 해서 '2' 수준의 시너지를 내기는 쉽지 않아 보이고, 오히려 외환은행 내 반(反)하나 기조만 더 커져 그룹 분위기만 해칠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은행간 보수 격차, 중복 운영에 따른 비용 절감, 경영 전략 일관화의 어려움을 위해서라도 두 은행간 통합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에 어느 정도 공감은 하지만, 그보다 양 사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 선행돼야 시너지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