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생명 매각…투자부담 미래에셋證에 넘겨
입력 2014.07.16 16:17|수정 2014.07.16 16:17
    증권-보험 시너지 "지분 거래 없이도 가능"
    자회사 지분 줄여 캐피탈 강제 지주회사 전환 회피도
    • [07월16일 15:19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 미래에셋생명보험이 미래에셋증권의 자회사가 된 것을 두고 시장에선 생명에 대한 투자부담을 증권으로 넘기고 지주회사를 회피하기 위한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꼼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래에셋생명은 기업공개(IPO)가 미뤄지며 다른 방법으로 자본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때 박현주 회장의 개인회사인 미래에셋캐피탈 대신 미래에셋증권의 자금을 사용하려는 포석으로 읽힌다는 것이다. 캐피탈에서 자회사를 떼내면 '지긋지긋한' 지주회사 강제 전환 이슈와도 거리를 둘 수 있다.

      ◇ "굳이 자회사로 두지 않아도 시너지 가능한데…"

      미래에셋캐피탈은 15일 자회사인 미래에셋증권에 미래에셋생명 지분 27.42%를 매각했다. 이어 지분 6%를 미래에셋자산운용에 팔았다. 미래에셋캐피탈은 미래에셋생명 지분율을 26.24%로 줄였고, 최대주주 자리를 미래에셋증권에 넘겼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번 거래에 대해 ▲성장성이 높은 보험·연금 비즈니스로 수익원을 다변화하고 ▲은퇴 비즈니스 경쟁력 강화 등 시너지를 내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논리를 시장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다. 이미 미래에셋금융그룹 내에서 협업을 해오고 있던 마당에 굳이 자산관리 시너지를 위해 지분을 취득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미래에셋생명의 지난해 자기자본수익률(ROE)은 모두 3%대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올해엔 생명의 ROE가 증권보다 더 낮을 전망이다. 수익성 제고 효과는 미미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증권-보험간 시너지를 추구한다면 굳이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지분 6%를 추가로 넘길 필요가 있었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 IPO 늦어진 미래에셋생명, 이번 거래로 더 어려워져

      미래에셋생명은 2012년부터 상장을 추진해왔다. 자본을 확충해 성장성을 제고하고, 국제회계기준(IFRS) 2단계 전환과 금융당국의 지급여력(RBC)비율 기준 강화에 대비할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생명의 실적이 하향곡선을 그리며 올해에도 상장은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해 미래에셋생명은 611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2012년 857억원 대비 28% 역성장했다. 주당 순이익도 2012년 593원에서 지난해 393원으로 급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에셋생명의 자본확충 수요는 아직 남아있다. 이는 결국 미래에셋증권의 부담이 될 전망이다. 미래에셋캐피탈은 지난 3월말 기준 현금성 자산이 167억원에 불과하다. 미래에셋생명의 자본을 늘려주려면 결국 캐피탈의 최대주주인 박현주 회장의 주머니에서 자금이 나와야 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캐피탈로는 생명의 자본을 확충해주기 여의치 않고 박 회장의 부담이 커지는만큼 그룹의 맏형 격인 미래에셋증권 아래로 옮긴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번 거래는 미래에셋생명의 상장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이번 거래에서 미래에셋생명의 가치는 주가순자산비율(PBR) 기준 1.1배로 계산됐다. 현재 기존에 상장된 생명보험사들의 주가 대비 PBR은 0.8~0.9배 수준이다. 추후 미래에셋증권이 '계열사 주식을 비싸게 샀다'는 논란을 피하려면 업종의 주가가 재평가되길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 일부러 부채 늘리던 캐피탈, 생명 매각해 지주사 전환 이슈 회피

      이번 지분 매각으로 미래에셋캐피탈은 금융지주회사 강제 전환 이슈에서도 한숨 돌리게 됐다. 금융지주회사로 전환되면 자회사 외 계열사 지분 보유 금지 등 여러 제약이 생기기 때문에, 미래에셋캐피탈은 그간 결산 전 부채를 늘리는 방식으로 이를 회피해왔다.

      금융지주회사는 ▲1000억원 이상의 자산을 가진 회사이며 ▲보유한 계열사 지분 합계액이 총자산의 50%를 넘을 경우 지정된다. 미래에셋캐피탈은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이 2조1453억원, 계열사 지분 가액 합계가 1조515억원으로 이 기준을 간신히 벗어났다. 지난해에도 4분기에만 차입금을 4800억원이나 늘렸다.

      이번 매각으로 미래에셋캐피탈이 보유한 미래에셋생명 지분 가치는 장부가 기준 3848억원에서 1692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자회사 지분 가액 합계는 8360억원 수준이 된다. 미래에셋캐피탈은 지금보다 부채를 2000억원 이상 줄여도 지주회사 전환 부담이 없다.

      시장에서는 미래에셋캐피탈이 보유 중인 미래에셋생명 잔여 지분도 추가로 증권에 매각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