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우리투자證합병 시너지, 급여체계 조율이 '열쇠'
입력 2014.07.17 08:00|수정 2014.07.17 08:00
    성과급 중심 vs 기본급 중심
    노노-노사 갈등 번질 수 있어
    주도권 싸고 정치 싸움 우려
    '찬밥 신세 될라' 이직 고려도
    • [07월16일 15:46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올해 말 하나의 회사로 합쳐질 NH농협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이 기대했던 만큼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다. 시장에서는 두 증권사의 급여체계가 달라 이를 융합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회사의 핵심 경쟁력은 결국 인적 자원에서 나오는 만큼 급여체계는 합병의 성패를 가를 주요 변수로 꼽힌다.

    • 지난해 말 기준 NH농협증권의 직원당 평균 연봉은 5250만원이다. 우리투자증권은 5818만원으로 11%가량 높다. 급여 수준만 봐선 큰 차이는 없어 보이지만 체계는 다르다.

      우리투자증권은 대체로 기본급 및 제수당이 높은 급여체계를 택하고 있다. 강성노조의 힘이 바탕이 됐다는 평가다. 대신 성과급(인센티브)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불만이 많다.

      NH농협증권은 반대다. 기본급 및 제수당은 우리투자증권과 비교해 낮은 편이지만, 성과급 체계는 더욱 잘 잡혀있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이 때문에 NH농협증권은 개인 능력으로 실적을 낼 수 있는 영업 인력, 시쳇말로 '선수'들이 선호하는 증권사로 꼽힌다.

      합병 후 우리투자증권 식 급여 체계가 정착하면 높은 성과급을 받아왔던 NH농협증권의 영업직원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투자증권 투자금융(IB) 부문의 경우 사업부 손익분기점(BEP)을 기준으로 초과 수익의 25%를 성과급으로 배분한다. NH농협증권의 경우 30~40%를 배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계약직의 경우 거래 건별로 성과급을 주는 경우도 있을 거란 지적이다.

      반면 NH농협증권 방식의 급여 체계가 정착할 경우 영업부서의 비용이 많이 늘어나게 된다. 우리투자증권 소속 소매(리테일) 및 지원 직군의 반발도 우려된다. 자칫 노-노갈등이나 노-사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합병 후 큰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는 IB부문의 경우 이질적인 두 조직의 문화를 어떻게 융합할지가 과제다. NH농협증권은 부동산 및 유동화 부문에 강하고, 우리투자증권은 기업공개(IPO)나 채권인수·커버리지(Coverage) 등 전통적인 IB에 강하다.

      잘 융합한다면 서로의 약점을 가릴 수 있지만, 쉽지만은 않을 거란 평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NH농협증권의 기존 직원들이 수익보다는 관계에 초점을 맞춘 회사채 인수영업을 기꺼이 맡을 것이라곤 생각되지 않는다"며 "기업금융에 익숙지 않은 NH금융지주 방식의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 적용됐을 때, 지금 우리투자증권만큼의 실적이 날지도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런 문제들은 결국 합병법인의 주도권을 NH농협증권 출신들이 쥐느냐, 우리투자증권 출신들이 쥐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릴 거라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평가다.

      우리투자증권 출신의 한 관계자는 "LG투자증권과 우리증권을 합친 우리투자증권이나 세종증권이 NH농협지주에 넘어가 만들어진 NH농협증권 모두 내부의 '정치 싸움'이 타사에 비해 심한 편"이라며 "내부에서 벌써 '정치로 진검 승부를 보자'는 말이 나온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라고 말했다.

      브랜드에 대한 우려도 있다. 실제로 옛 LG투자증권의 그림자가 희미해지며 우리투자증권의 LG 관련 회사채 주관 점유율은 2009년 90%대에서 올 상반기 15%로 급락했다. 우리투자증권이 LG그룹을 사실상 내부시장(captive market)으로 삼아 영업력을 확장해 온 점을 고려하면 간단히 넘기기 어려운 문제로 꼽힌다. NH농협으로 브랜드가 바뀌면 이 같은 현상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NH농협증권에 없는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일부 우리투자증권 직원들은 합병 후 '찬밥'이 되지 않을까 두려워한다"며 "지인이 최근 이직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