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덤핑·줄세우기로 시작한 롯데케미칼 채권 발행
입력 2014.07.17 08:20|수정 2014.07.17 08:20
    롯데케미칼 6500억 채권 발행 주선수수료 불과 5.9억
    우리證 발행 주선 수수료 역대 최저 9bp 제시…롯데케미칼, 우리證 제시한수수료 수준 상한 설정
    금융시장 "수수료 짠 롯데·수수료 덤핑 단골 우리證 만났다" 비난
    • [07월09일 19:13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롯데케미칼의 6500억 채권 발행 주관사 선정은 증권사의 수수료 할인 경쟁과 이를 이용한 롯데케미칼의 증권사 줄 세우기로 끝났다. 이 과정에서 우리투자증권이 제시한 저렴한 수수료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한번 하락한 IB 수수료는 원상 복귀가 어려웠던 과거 사례에 볼 때 이번 롯데케미칼의 채권발행 주선수수료 수준의 전반적인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또한 우리투자증권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수료 덤핑 증권사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우리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KB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DB대우증권을 주관 증권사로 선정하고 이달 말 6500억원의 채권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 증권사가 받을 주선 수수료는 채권 인수금액의 9bp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롯데케미칼은 4000억원의 채권을 발행하면서 각 채권인수금액당 수수료로 20bp를 지급했다.

      올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발행한 회사채 가운데 가장 낮은 수수료이자 IB 시장에서 롯데에 붙여준 ‘짠물 롯데’ 또는 ‘껌값 수수료 롯데’라는 수식어를 다시 확인시켰다.

      롯데케미칼의 9bp 수수료는 롯데케미칼을 제외한 그룹내 제조기업 채권 발행 사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5월 롯데푸드의 주선 수수료가 10bp로 롯데케미칼과 별반 차이가 없지만 롯데푸드의 발행은 일본계 은행이 대부분을 투자하기로 사전 조율이 있었고 주관사의 역할은 미미했다. 10bp면 적정 수준이었다는 평가다.

      이 같은 수수료 하락을 촉발시킨 곳은 다름 아닌 증권사들로 이 가운데 우리투자증권이 제시한 수수료가 9bp였다. 다른 경쟁 증권사들의 수수료 수준도 낮았다. 10bp에서 15bp 정도였다. 이달 초 4000억원을 발행한 롯데쇼핑의 수수료가 15bp였으며 롯데케미칼의 발행 금액이 더 큰 점을 고려해 이 같이 제안했다는 게 증권사들의 얘기다.

      처음부터 수수료가 9bp인 것은 아니었다. 거래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주관사 제안서를 접수받은 롯데케미칼은 실무 검토 단계에서 책정한 주선 수수료는 15bp였다고 한다. 주관사도 5곳이 아닌 우리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KB투자증권 3곳만 택할 예정이었다.

      이같은 안은 대표이사의 결제를 통과하지 못했다. 허수영 롯데케미칼 대표이사가 각 증권사들이 제시한 수수료 수준을 확인한 이후 ‘가장 높은 15bp로 수수료를 결정한 것은 잘못됐다’며 우리투자증권의 9bp에 수준에 맞추고 한국투자증권과 KDB대우증권도 주관사 단에 포함할 것을 지시했다. 주관사는 총 5곳으로, 수수료는 9bp로 하락했다. 주관 업무 수행 능력에 대한 평가는 사실상 배제됐다는 후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우리투자증권이 주관사 자리를 따내기 위해 수수료를 무기로 삼았다기 보다는 주관사를 꼭 하고 싶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 같은데 결과적으로는 수수료 하락의 빌미를 제공한 꼴이 됐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은 공식 입장을 통해 “롯데케미칼에 제출한 제안서 내용을 외부로 공개하지 않기로 회사측과 약정했기 때문에 답변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밝혔다.

      우리투자증권의 수수료 덤핑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한국가스공사 유상증자에서 7bp를 제시했다. 당시 우리투자증권은 각 증권사에 ‘수수료 경쟁은 하지 말자’며 다른 증권사들을 설득했던 터라 경쟁 증권사의 뒤통수를 쳤다는 비난을 샀다. 현재 진행중인 한국가스공사의 자본확충용 채권 발행에도 우리투자증권은 다른 증권사의 20% 수준을 수수료로 제시했다.

      우리투자증권의 이 같은 수수료 덤핑은 주로 랜드마크 딜에서 나타난다는 점에서 전략적인 선택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번 하락한 수수료는 제자리로 돌아 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수수료 수준이 공시되는 상황에서 다른 기업들도 수수료 인하 요구에 나설 가능성도 높아졌다. 롯데케미칼의 9bp 수수료는 일반 회사채 시장 발행 주선 수수료 하락의 심리적 저항선도 무너트렸기 때문이다.

      이번 롯데케미칼의 수수료 줄세우기로 롯데그룹에 대한 금융시장의 평판은 더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9월 세계여행관광협회 아시아 총회 개최를 앞두고 국내 증권사 IB부서로부터 작게는 수천만원에서 1억원까지 후원협찬을 받기도 했다. 롯데그룹의 자금조달, 기업공개, M&A 등에 참여해 수수료 수입을 거둔 정도에 따라 후원금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