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늪 빠진 삼성전자 모바일, 향후 진짜 과제는?
입력 2014.07.21 08:25|수정 2014.07.21 08:25
    구글 생태계에 안착 여부 중요해져
    中 샤오미 등 신흥 후발주자 경쟁 강화
    • [07월15일 15:43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삼성전자 모바일 부문이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사업 환경은 더 악화하고 있다. 경쟁사인 애플이 아이폰6에 대한 대대적인 물량 공세를 예고한 것은 단기적 악재일뿐, 중장기적으로는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는 평가다.

      탈(脫)안드로이드를 주창하며 개발에 나선 자체 운영체제(OS) 타이젠의 출시 일정이 계속 미뤄지면서 구글이 생태계에 안착 여부가 중요해졌다. 기존 애플과 화웨이, 레노버 외에 샤오미라는 만만치 않은 중국의 신흥 후발주자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경쟁 강도가 한층 강화한 것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줄었다. 갤럭시S4 판매가 꺾였고, 갤럭시S5는 전작들에 비해 기대에도 못미치는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글로벌 IT 시장에선 애플이 아이폰6의 초도 생산물량을 아이폰5에 비해 2배 이상 늘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삼성전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애플과의 차별 요소는 큰 화면이었다. 그런데 애플이 4.7인치 이상인 아이폰6의 물량 공세를 예고하고 있다.

      문제는 삼성전자에 있어 애플은 단기적 악재이고, 중장기적으론 앞으로 숙제가 더 많고 풀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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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에릭 슈미트 구글 이사회 의장, 래리 페이지 구글 CEO,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창립자(출처=구글 홈페이지)

      그 중 하나는 구글과의 관계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세계 88개국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 비율은 67.5%로 절반을 넘는다. 특히 한국은 그 비중이 93.4%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구글의 OS인 안드로이드는 삼성전자를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 군림하게 하는 데 일등공신이었지만, 동시에 삼성전자가 하드웨어 제조업체로 발목이 잡히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바다, 타이젠 등 자체 OS 개발에 나섰지만 신통치가 않다. 바다는 이를 탑재한 웨이브 시리즈의 판매 부진으로 다른 제조사로 넓히지 못한 채 지난 4월 지원을 종료했다. 타이젠의 경우 이달 10일 러시아에서 타이젠 기반 스마트폰인 ‘삼성Z’를 출시하려 했지만 돌연 취소됐다. 타이젠 스마트폰 출시가 미뤄진 것은 3번째다.

      IT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수직적이고 실패를 허용치 않는 기업 문화상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버텨내기가 쉽지 않다"며 "국내외 IT업계에서 OS를 포함한 삼성전자의 소프트웨어 개발 성과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게 실정"이라고 전했다.

      오히려 구글이 만들어 놓은 생태계에 배제되지 않을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돈독했던 삼성전자와 구글의 관계는 시장 환경 변화에 맞춰 느슨해졌다. 내년에 출시될 예정인 안드로이드 TV의 경우 소니·샤프·TP비전 등과 손을 잡았다. 삼성전자는 제외됐다.

      삼성전자가 생각했던 삼성 중심의 생태계는 구축되지도 못한 상태다. 그렇다고 안드로이드를 대체할 마땅한 OS도 없다. 삼성전자를 대체할 하드웨어 제조업체는 충분히 많다. 현재로선 삼성전자가 구글 생태계 안으로 들어가 확실하게 자리를 잡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나온다. 위기에 처한 삼성전자 입장에선 느슨한 동맹(同盟)보단 확고한 혈맹(血盟)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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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샤오미의 '홍미'

      경쟁상대가 늘어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애플의 공세가 예정돼 있고, LG전자도 G3를 기점으로 반전을 꾀할 기세다.

      중국 업체들은 앞으로 가장 경계해야 할 경쟁상대들이다. 그 중에서도 최근에 가장 주목받고 있는 회사는 샤오미(小米)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5월 주요 35개국 이동통신 시장 집계 결과, 중국 샤오미의 Mi3와 홍미(紅米) 두 제품이 판매순위 7위와 9위에 올랐다. 애플과 삼성전자 외에 10위권 내 제품을 배출한 업체는 샤오미가 유일하다.

      샤오미의 올해 상반기 휴대전화 판매량은 총 2611만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판매량(700만대)의 4배에 육박한다. 이 기간 매출액은 330억위안(약 5조4169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49% 늘었다. 지난해 매출액 316억위안을 뛰어넘었다. '중국의 애플', '짝퉁 애플'로 불리는 샤오미는 이제 중국은 물론 세계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가장 위협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IT 업계 관계자는 "타이젠으로 삼성전자 내부에서조차 'OS는 안된다'라는 인식이 굳어지고 있고, 중국업체에 대한 인식도 과거에 비해 크게 달라지기 시작했다"며 "특별한 사양과 기능을 가진 새로운 제품을 내놓지 못한다면 삼성전자가 업계 1위 자리를 계속 지킬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