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銀 독립경영 보장한다더니…예견된 조기통합 카드
입력 2014.07.21 08:30|수정 2014.07.21 08:30
    [하나-외환 투뱅크 3년째 ⑦]
    업계선 하나銀으로 통합 간주…외환 "정상적 영업활동 힘들어"
    외환銀 경영진 과반이상 親하나금융 인사…"조기통합 예견"
    • [07월16일 17:49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외환은행의 5년간 독립경영을 보장하겠다던 하나금융지주의 공언(公言)이 공언(空言)에 그치고 있다. 외환은행의 경영진이 친(親)하나금융 인사로 채워지면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공정한 경쟁은 애초에 기대하기 어려웠다는 지적이다.

      외환은행의 신규 출점이 사실상 가로 막혔고, 기업고객들은 두 은행이 하나은행으로 합병될 것으로 고려해 외환은행과 재계약을 하지 않는 등 외환은행의 영업활동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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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2월 17일 작성된 노사정 합의서

      지난 2012년 2월 외환은행이 하나금융지주에 편입됐을 당시 합의서에 따르면, '향후 5년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독립경영을 보장하고 이후 상호 합의를 통하여 합병에 대해 협의한다'고 명시돼 있다. 합병은 대등합병으로 하고 '경쟁력 있는 조직체계를 도입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을 인수하기 전인 2010년과 2011년에는 외환은행의 순이익이 하나은행을 앞섰다. 2011년 외환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조6221억원, 하나은행은 1조2390억원을 기록했다. 외환은행이 현대건설의 지분매각을 통해 약 8756억원의 일회성 이익이 발생한 점을 감안해도 하나은행과 대등했다. 2012년 1분기, 외환은행이 하나금융지주에 편입됐을 당시만 해도 외환은행의 순이익은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 두 은행간 실적은 지난해부터 크게 엇갈리기 시작했다. 외환은행은 2012년 대비 절반수준인 360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반면 하나은행은 전년 대비 14% 증가한 6552억원을 기록했다.

      격차가 벌어진 이유가 다양하겠지만 그 중에서도 경쟁관계에 있는 기업대출 분야에서 외환은행이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없게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일부 대기업들은 일찌감치 하나은행을 중심으로 두 은행이 통합될 것으로 보고,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에 분산돼 있던 기존 대출을 하나은행으로 일원화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났다"고 말했다.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이 공동으로 지점을 보유한 공기업에서도 재계약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을 잠정적으로 통합될 것으로 간주, 한 곳의 은행만 입점하도록 하는 사례도 있었다.

      지난 2011년 이후 두 은행의 기업여신규모는 꾸준히 성장했지만 성장률에선 하나은행이 앞섰다. 지난 1분기 하나은행의 기업여신은 59조3930억원으로 2011년 같은기간 41조4820억원 대비 약 43%가량 증가했다. 외환은행의 기업여신은 1분기 기준 30조7430억원 수준으로 2011년 대비 약 29% 성장하는데 그쳤다.

    • 은행업계 관계자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공동으로 지점을 보유한 업체에서 재계약 시점에 한 곳의 지점만 재계약을 하도록 유도한다"며 "일반 기업체에서는 당연히 하나은행으로 통합되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어 외환은행이 재계약을 따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외환은행이 사실상 외형 성장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의견도 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하나금융지주에서 외환은행의 신규 지점 개설을 허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외형성장을 가로막았다"며 "공정경쟁을 통해 경쟁력있는 조직으로 합병을 검토하자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고 말했다.

      외환은행 임원진을 봐도 그 정황을 예견할 수 있다. 기존에 하나금융지주 출신 인사 또는 친(親)하나금융의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자리잡고 있어 외환은행이 독립적인 경영을 보장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총 16명인 외환은행의 경영진 중 과반이상이 하나금융 출신 또는 친(親)하나금융 인사로 분류되는 임원들로 포진해 있다. 6명으로 구성된 여신위원회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임원들 중 대다수는 친하나금융으로 분류된 인사로 알려졌다.

      이미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조기통합을 위한 사전작업을 시작한 상태다. 지난 15일부터 18일까지 진행된 비전스쿨에서 외환은행 부서장들을 대상으로 조기합병에 동의를 구하는 작업을 진행할 계획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 외환은행 관계자는 "이미 큰 틀에서 하나은행으로의 통합이라는 결론을 지어놓고 조기통합의 구실을 만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