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캐피탈, 미래에셋증권 회사 돈으로 '부채' 상환?
입력 2014.07.22 09:34|수정 2014.07.22 09:34
    미래에셋생명 최대주주 변경, 사모펀드(PEF) 지분 매각 풋옵션 조건 발동
    풋옵션 행사하면 증권이 지급한 돈으로 갚아야…국민연금ㆍ사학연금 등 투자펀드 수익
    증권 주주들의 이익침해에 따른 배임 논란 일어날 수도
    • [07월18일 17:55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미래에셋생명의 최대주주 변경으로 인한 논란이 심화되고 있다.

      미래에셋은 이번 거래를 '증권과 생명보험간 시너지' 목적이라고 공표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미래에셋생명에 출자한 사모펀드(PEF) 투자금 상환재원 마련 목적일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거래가 진행되면 사모펀드가 미래에셋생명에 투자한 지분을 미래에셋캐피탈이 되사줘야 하는, 이른바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조건(Put Option Trigger)이 발동한다. 이로써 미래에셋캐피탈이 약 4000억원에 해당되는 돈을 사모펀드에 지급해야 한다

      사모펀드로서는 미래에셋생명이 2016년 고가에 기업공개(IPO)가 되기 어려운만큼 현재로선 풋옵션 말고는 투자금을 회수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결국 이를 예측한 미래에셋이 스스로 풋옵션 조건을 발동시키고, 미래에셋증권 내부자금으로 미래에셋캐피탈의 풋옵션 '빚'을 갚는 모양새가 된다.

    • 미래에셋캐피탈은 사실상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개인 회사다. 결국 박현주 회장 개인회사의 이익을 위해 미래에셋증권 주주들의 이익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 최대주주 변경으로 2011년 우선주 투자 조기상환 조건 발동

      미래에셋생명은 지난 2011년 6월 사모펀드(PEF)로부터 40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자본확충을 통해 지급여력비율(RBC)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 증자로 미래에셋생명 RBC비율은 170%대에서 270%대로 높아졌다.

      증자를 위해 미래에셋생명은 전환우선주(CPS) 3000억원과 상환전환우선주(RCPS) 1000억원 어치를 발행했다. 두 곳의 사모펀드가 이에 참여했는데 일본계 오릭스 PE와 조홍식 대표의 LTI인베스트먼트가 공동운용사를 맡은 '오릭스-LTI PEF'가 3000억원을 인수했다.

      LTI인베스트먼트가 수년간 이 증자 과정을 주력으로 진행했다.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등 몇몇 공동 운용사를 찾아 펀드 조성을 진행하다가 조건이 맞지 않아 무산된 이력도 있었다. 수년간의 노력끝에 LTI는 국민연금(1500억원)을 비롯, 사학연금, 우정사업본부, 산은캐피탈 등 내로라하는 국내 공공연기금과 기관투자가 9곳이 참여했다.

      이외에 KB자산운용의 'KB메자닌사모증권투자신탁제1호'가 1000억원어치를 인수했다. 여기에도 또한 국민연금 돈이 포함됐다.

      이 과정에서 미래에셋생명 1대 주주인 미래에셋캐피탈과 사모펀드 주주들은 몇 가지 주주간계약(SHA)을 맺었다. 대부분 사모펀드 수익률 보장을 위한 풋옵션(Put Option)조항들로 알려진다.

      일단 2016년까지 미래에셋생명이 상장되지 못할 경우, 사모펀드들은 미래에셋캐피탈에 주식을 되사라고 요구할 수 있는 풋옵션을 갖고 있다.

      동시에 미래에셋생명의 최대주주가 바뀔 경우, 역시 같은 형태로 풋옵션이 발동된다.

      그리고 미래에셋의 결정으로 미래에셋생명 최대주주가 캐피탈에서 증권으로 바뀌면서 이번에 이 풋옵션 조건이 적용되게 됐다. 

      일단 이사회 결정이 나온 정도지만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변경 승인이 나고, 사모펀드가 풋옵션을 행사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하면 미래에셋캐피탈은 현금을 들여 이 지분을 되사줘야 한다. 가격은 3000억원에 연 8% 복리를 적용한 것으로, 3년이 지난 지금 3780억원에 달한다.

      ◇캐피탈, 생명 지분 증권·운용에 팔아 풋옵션 자금 마련

      풋옵션이 발동되지 않을 해결책이라고는 미래에셋생명을 높은 주가에 상장하는 방법이 거의 유일하다. 그러나 이 또한 현재로선 그리 여의치 않다.

      투자자들이 상장을 통해 투자를 회수하려면 공모가가 우선주 투자금액(1만4200원)을 넘어서야 한다. 미래에셋생명의 주당순자산(BPS)은 1만원 선이다. 할인율까지 감안하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7~1.8배 이상 나와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보험업계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2010년 이후 0.7~1배에 그치고 있다. 상장을 통한 투자 회수가 현시점에선 불투명하다는 결론이다.

      결국 최대주주 변경이 아니더라도 어차피 풋옵션 트리거가 향후에 발동될 가능성이 적지 않았다. 달리 말하면 미래에셋캐피탈은 풋옵션의 발동을 거의 기정사실화 하고 미리 대비했어야 할 상황이라는 얘기다. 발동이 확정된 풋옵션은 사실상 '빚'에 해당된다.

      문제는 풋옵션을 받아줘야 할 미래에셋캐피탈에 현금이 없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번에 미래에셋캐피탈이 미래에셋생명 주식을 미래에셋증권에 팔면 이 문제가 해결된다. 이번 지분매각으로 미래에셋캐피탈은 미래에셋증권으로부터 3202억원, 미래에셋자산운용으로부터 700억원의 현금을 받게 된다. 당장 풋옵션이 발동한다고 해도 상환에 쓸 충분한 현금이 마련 된다.

      미래에셋은 이에 대해 "지분매각과 함께 풋옵션 트리거가 발동되는 것은 맞다"며 "하지만 사모펀드가 당장 풋옵션을 발동시킬지는 알 수 없으며, 이들이 2016년까지 기다리면 배당포함 연간 8%수익을 받고도 그때가서 풋옵션을 행사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미래에셋은 "풋옵션이 발동될 경우라도 미래에셋캐피탈이 회사채 발행 등 시장차입으로 현금을 마련하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렇다하더라도 이번 거래로 미래에셋증권의 자기자본 가운데 3000억원 이상이 미래에셋캐피탈로 유입되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삼성생명보다 비싼 미래생명…미래에셋證 주주 권익 침해 논란

      또다른 논란거리는 '이해 상충'(Conflict of interest)부분이다. 즉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개인회사 이익을 위해 상장사인 미래에셋증권 주주들의 이익이 침해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점이다. 관건은 그만큼 미래에셋생명의 기업가치가 높은가 하는 점이다.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회사인 미래에셋캐피탈은 따져보면 박현주 회장 개인회사다. 박현주 회장 본인이 지분 48.7%를 보유하고 있다. 역시 박현주 회장 본인이 최대주주인 미래에셋컨설팅ㆍ미래에셋펀드서비스를 통해 추가로 지분 28%를 갖고 있다. 미래에셋캐피탈이 받는 메리트의 상당 부분은 결국 박현주 회장 본인에게 돌아간다.

      반면 상장사인 미래에셋증권의 주주들이 처한 상황이 다르다.

      미래에셋은 '시너지 확대'라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결과적으로 미래에셋증권은 미래에셋생명 주식 지분을 떠안게 됐다. 이를 위해 내부에 보유한 현금 3200억원을 썼다. 이런 거래가 명분과 당위성을 얻으려면 미래에셋생명이 그만큼 성장성이 있어야 한다. 아울러 또 미래에셋증권에 충분한 도움이 되어야 한다.

      미래에셋은 이에 대해 "미래에셋생명이 금년들어 800억원 정도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매입 지분율(27%)를 감안하면 ROE가 올해 실적으로 7~8% 잡힌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미래에셋증권은 미래에셋생명의 밸류에이션과 경쟁력을 보고 투자를 진행했으며 1만1100원이라는 가격은 삼일-삼정-안진 3개 회계법인에 의뢰해 보험사 가치평가와 상속ㆍ증여법 관련 이슈를 감안해 적정가치로 평가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미래에셋생명의 '미래가치'에 기대는 부분이 적지 않다는 게 문제다. 또 미래에셋생명 매각에 반영된 PBR은 업계 1위인 삼성생명(현재 1배 내외)보다도 높다. 앞으로 미래에셋생명 또는 생명보험사의 평가가치(밸류에이션) 수준이 얼마나 변할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현시점에서 미래에셋생명이 국내 1위 생보사보다 더 값어치 있다는 평가를 스스로 내린 셈이다. 아울러 미래에셋생명의 운용자산 성격이나 향후 성장성이 생보사 평균 또는 보험업계 1위 회사보다 더 뛰어나다고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박현주 회장이 최대주주인 미래에셋캐피탈을 위해 상장기업인 미래에셋증권의 이익이 사용됐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이 논란이 해소되려면 증권이 생보사 1대 주주가 된 것이 향후 증권의 성장성에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이 향후 충분히 입증돼야 한다. 미래에셋은 기업설명회(IR) 등을 통해 이 부분을 강조하고 있으나 증권 주주들과 투자시장은 의구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일례로 당장은 아니더라도 수년뒤 미래에셋생명 지급여력비율(RBC) 개선을 위한 추가증자 필요성이 발생할 경우, 이는 고스란히 미래에셋증권이 져야할 부담이 된다.

      이번 거래로 미래에셋증권 주주들의 이익 침해가 이뤄졌다고 판단될 경우 얘기는 더 복잡해진다. 미래에셋증권의 이사회가 주주이익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배임'이슈에 휘말릴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