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회사채 先판매 또다시 논란
입력 2014.07.28 08:30|수정 2014.07.28 08:30
    롯데그룹, 일본계 투자자들과 금리 사전 조율
    "대주주가 일본계…하지만 자본시장법과 맞지 않아"
    • [07월23일 18:27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롯데그룹의 회사채 발행을 두고 회사채 시장 관계자들의 불만이 다시 커지고 있다. 계열사들이 회사채를 발행하기 전 일본계 투자기관으로부터 낮은 금리로 투자를 약속 받는 것이 문제로 꼽힌다.

      구두 약속이라도 발행 전 투자자들과의 사전 확약은 자본시장법 규정을 고려하지 않은 행위이기 때문이다. 또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공정한 가격으로 회사채를 사들이는데 방해가 돼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는 지적이다.

      롯데케미칼이 오는 28일 발행하는 6500억원어치의 회사채 중 3년 만기 2000억원 회사채에는 일본 투자기관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들은 개별민평(민간채권평가사가 집계한 금리평균) 대비 -8~-6bp(1bp=0.01%포인트) 범위에서 2000억원어치의 투자의사를 밝혔다. 저금리에 자금이 몰리며 3년물 발행 금리는 민평 대비 -6bp에서 확정됐다. 롯데케미칼이 회사채 발행 전에 일본기관들이 수요예측 때 낮은 금리로 3년물에 참여할 것임을 알았다는 게 시장관계자들의 전언이다.

    • 롯데케미칼과 신용등급이 같은 SK에너지(AA+)의 경우 3년물 회사채에 개별민평 대비 -4bp까지 투자자금이 참여했다. 최종 금리는 개별민평보다 1bp 차감된 수준에서 확정됐다.

      금융당국은 공정한 회사채 가격 형성을 위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만 수요예측 시행 이전까지 투자자와의 접촉이 가능토록 하고 있다. 자본시장법 119조에 따르면 '증권을 모집 또는 매출을 하려는 경우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모집이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에 따라 산출한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에게 새로 발행되는 증권의 취득의 청약을 권유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규정에도 롯데그룹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기 전에 스스로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 회사채 발행금리를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결정하기 위해 도입한 회사채 수요예측 제도 자체에 역행하는 행위를 계속 하고 있는 셈이다.

      한 증권사 채권영업담당 관계자는 "국내 투자기관들은 롯데그룹 회사채에 투자할 때마다 저금리를 내세우는 일본기관이라는 막강한 경쟁자와 항상 경쟁을 해야해 불만이 크다"며 "그러나 이를 제재할 마땅한 방법이 없어 상당 기간 이런 패턴이 되풀이됐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이 일본계 자금을 끌어들이는 일은 별반 새롭지 않다. 롯데그룹의 지주사 격인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는 일본롯데홀딩스다. 롯데그룹의 주거래 은행도 미즈호, 미쓰비시UFJ 등 일본계 은행들이다. 일본계 투자기관들에게 롯데 회사채는 일본에서보다 높은 금리의 채권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 메리트가 있다.

      그러나 이 때문에 롯데그룹의 회사채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뒤처지고 있다. 결국 일본계가 투자할 규모를 제외한 나머지를 놓고 국내 기관투자가들끼리 치열한 경쟁을 하는 셈이다.

      롯데그룹의 이 같은 행태로 증권사들이 받는 주선수수료는 계속 낮아지고 있다. 증권사들의 투자자 모집과 관련된 역할이 줄기 때문이다. 그러나 롯데 회사채라는 대어(大魚)를 트랙레코드(실적)에 올리기 위해 증권사들은 치킨게임을 자처하며 낮은 주선수수료를 감수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롯데그룹의 이러한 행태를 제지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증권신고서 제출 전에 투자를 확약받았다는 것을 입증하기에는 시간도 오래 걸릴뿐더러 쉽지 않은 일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