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만 보는 황창규 회장, SK그룹까지 보는 하성민 사장
입력 2014.07.28 08:50|수정 2014.07.28 08:50
    황창규 회장, 통신사 KT 경쟁력 강화 1순위
    하성민 사장, 수펙스 임원으로서 그룹 성장동력 발굴도 고민
    • [07월22일 16:34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SK텔레콤과 KT 수장의 엇갈린 행보가 화제다. 황창규 KT 회장은 통신업 강화를 외치며 비주력 사업에 대한 정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면 하성민 SKT 사장은 앱세서리(어플리케이션과 액세서리의 합성어) 등 제조업으로 외연을 확장하며 사업다각화에 방점을 찍었다.

      이는 각 수장의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KT를 구하기 위한 해결사로 선택받은 황 회장은 주력사인 KT의 경쟁력 강화를 우선시 하고 있다. 하 사장은 SK그룹 수펙스의 주요 임원으로서 SKT뿐만 아니라 그룹 차원의 의사 결정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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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창규 KT 회장과 하성민 SK텔레콤 사장

      하성민 SKT 사장은 ICT(정보통신기술) 노믹스를 내세우고 있다. 5세대(5G) 네트워크 구축,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ICT솔루션 등의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황창규 KT 회장은 '기가토피아(Gbps+Utopia)'를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다. 사물인터넷 활성화를 위해선 기반 인프라를 제공하는 통신사를 중심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한다는 전략이다.

      통신업계 1, 2위 기업의 수장들이 제시한 미래의 화두는 닮은 듯 다르다. KT는 몸집을 줄이는 반면 SKT는 외연 확장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KT는 비통신 계열사 위주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경쟁력이 떨어지거나 통신업과 관련이 없는 기업 및 사업을 정리해 본업인 통신업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자동차렌터카 업계 1위인 KT렌탈마저 매각을 추진하는 것에서 황창규 회장의 강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SKT는 반대로 사업다각화에 집중하고 있다. 체외진단기기 업체 나오엔텍 지분 확보로 헬스케어 사업역량을 강화하고 있고 경비보안업체 NOSK를 인수해 ICT와 경비보안시스템의 접목을 꾀하고 있다. MP3 제조업체인 아이리버를 인수, 앱세서리 시장 외연 확대도 추진 중이다.

      국내 통신업계는 사실상 치킨 게임이 펼쳐지고 있다. 과도한 마케팅 비용 지출로 출혈이 커진 두 회사가 각기 다른 방향으로 수익성 제고에 나선 셈이다. 각 수장들에 있어서 맡겨진 역할, 그리고 기대감이 다른 점도 방향성이 달라지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황창규 회장은 이석채 전 회장이 사임한 위기의 상황에서 KT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KT그룹의 얼굴인 '통신사' KT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급선무였고 자연스레 KT와 관련성이 떨어지는 계열사는 정리 대상으로 구분됐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황창규 KT 회장은 올해 초 취임 직후부터 주력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계열사 재편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며 "KT렌탈과 KT캐피탈 매각을 시작으로 사업 구조조정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황 회장이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사장 출신인 만큼 그룹 전반보다는 개별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구조조정에 더 강점을 지녔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성민 SKT 사장은 국내 이통업계 1위의 수장이지만, 동시에 SK그룹의 수펙스(SUPEX)추구협의회의 주요 임원이기도 하다. 이런 점이 SKT의 사업 다각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견들이 나온다.

      하 사장은 SK 수펙스의 전략위원회 전략위원장이다. SK㈜의 사업관리부문이 전략위원회로 이관돼 하 사장의 그룹 내 역할이 더 막중해졌다.

      SKT가 인수한 SK하이닉스는 그룹의 새로운 주축으로 부상했다. SKT가 인수 주체이긴 하지만 그룹 경쟁력 강화 차원의 결정이었다. 최근 SKT의 사업 확장은 본업인 통신업에 그치지 않고, 이를 넘어서 다각화하고 있다. SKT의 대표이면서 그룹의 주요 임원인 하 사장은 그룹의 전반적인 경쟁력 강화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위치다.

      재계 관계자는 "하성민 사장이 단순히 SKT의 수장만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현재 하 사장에게 주어진 역할은 SKT 이외의 것들도 포함돼 있는 만큼 SKT의 사업다각화 고민은 그룹 전체의 신규 수익원 발굴에 대한 고민과 연결된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황 회장은 KT그룹에서 KT의 존재감을 중요시 할 수밖에 없고, 반대로 하 사장에 있어 SKT는 그룹의 주요 계열사 중 한 곳이기 때문에 경쟁력 강화 방안을 두고 시각 차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