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사상 최대 적자에도 '함구령'…시장불안 증폭
입력 2014.08.04 08:41|수정 2014.08.04 08:41
    대규모 적자에 조선사 전반에 대한 불신 확산
    • [07월31일 14:13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현대중공업이 예상을 뛰어넘은 대규모 손실를 기록하면서 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현대중공업이 손실에 대한 구체적인 상황을 설명하지 않고 있어 투자자들의 불안은 증폭되고 있다. 이에 국내 대형 조선사에 대한 재평가 필요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지난 29일 금융시장과 조선업계는 현대중공업의 어닝쇼크에 충격을 받았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분기에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이 각각 1조1037억원, 616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조선·해양·플랜트 전 부문에서 손실이 났다. 실적 발표 후 현대중공업은 비상경영체제 돌입을 선언했다.

      시장에선 현대중공업의 '안일한' 자세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대규모 손실과 관련해 회사 측은 환율하락과 대형공사 손실 5000억원 충당 때문이라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을 뿐이다. 어느 사업장에서 어느 규모의 손실을 반영했는지, 그리고 향후 추가로 발생 가능한 손실 규모에 대한 설명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금융업계는 말 그대로 비상이 걸렸다. 누구도 1조원이라는 영업적자를 예상치 못했다. 이는 증권사 추정치의 최소 10배 이상이었다. 신용평가업계도 마찬가지다. 실적 발표 후 3일이 지났지만 사태 파악을 못하고 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사항 파악은 안 됐다"며 "현재 나와 있는 자료가 부족하다 보니 회사 측에 직접 문의해서 알아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그나마 손실분을 추정해 발표한 증권사도 향후 전망에 대해선 쉽사리 얘기하지 못했다.

      성기종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해양부문에서 설계변경에 따른 손실이 3000억원 정도 될 것으로 추정된다"며 “설계변경에 따른 손실분이 얼마나 해소될지는 현재 상황에서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의 '모르쇠'는 다시 한번 삼성중공업과 비교되고 있다. 지난 1분기 5000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쌓은 삼성중공업은 사장이 직접 투자자들과 만나 손실에 대해 해명했다. 당시에도 현대중공업은 조선 부문 1700억원 손실에 대해 자세히 얘기하지 않았다.

      현대중공업에 대한 불신은 조선업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금융업계는 현대중공업의 대규모 적자를 계기로 국내 대형 조선사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해양플랜트에 설계능력 부족에 따른 잦은 설계변경 등으로 대규모 손실이 난 점을 감안하면 과연 국내 조선사가 해양플랜트 사업을 계속 영위할 수 있느냐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한 신용평가사 애널리스트는 "현대중공업의 해양플랜트 대규모 손실은 설계능력 부족이 근본적 원인으로 지목된다"며 "국내 조선사의 해양플랜트 사업 능력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는 만큼 이와 관련한 정밀한 재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