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쿠전자, IR도 없이 '수십조' 해외 청약받은 비결은
입력 2014.08.04 08:42|수정 2014.08.04 08:42
    [Weekly Invest]
    삼성생명보다 참여 기관 많아…70%는 해외서 신청
    해외 IR 없이도 '대박'…"관성적 외국계證 선임 줄어들 것"
    • [08월03일 12: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쿠쿠전자의 이번 기업공개(IPO) 청약 결과는 국내 공모주 시장에 큰 의미를 던져줬다. 대형 공모 흥행의 필요충분조건으로 여겨지던 해외 기업설명회(IR)를 진행하지 않고도 해외투자자들로부터 수십조원 규모의 신청을 받은 까닭이다.

      쿠쿠전자는 수요예측에서 국내외 711곳의 기관투자가로부터 8억8000만주의 신청을 받았다. 역대 최다 기관 참여 수로 분석된다. 사상 가장 큰 IPO 공모였던 삼성생명보험 수요예측에는 412곳의 기관이 들어왔었다.

      8억8000만주 중 대략 70%가량인 6억여주는 해외에서 들어온 신청이다. 확정 공모가(10만4000원)로 따졌을 때 62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싱가포르투자청(GIC)·블랙록·피델리티·웰링턴 등 평소 국내 공모주에 큰 관심이 없는 기관들이 대거 참여했다. 일부 미국계 기관은 '이전에 거래관계가 없었지만 주식 배정시 차별을 두진 말아달라'고 요청을 하기도 했다.

      쿠쿠전자는 해외 IR을 따로 진행하지 않았다. 우리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 주관사단이 영문으로 된 투자설명서를 작성해 배포하고, 현지 시간에 맞춰 하루에 한두 차례씩 컨퍼런스콜을 진행한 정도다. 홍콩·뉴욕 등 현지의 증권사 해외법인에서도 일부 마케팅을 맡았다.

      흥행을 위한 여러 요소가 충분히 조합됐다는 분석이다. 쿠쿠전자가 중국 프리미엄밥솥 시장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은 해외 기관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요소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국내 면세점에서 연간 200억원어치의 쿠쿠전자 밥솥을 구매한다는 사실은 해외에도 익히 알려져있다.

      환율도 쿠쿠전자에 우호적이었다. 원화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거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며 해외 기관들의 환 손실 우려를 상당부분 불식시켰다. 환율은 해외 기관들이 국내 투자를 고려할 때 최우선 순위로 검토하는 항목이다. 지난 2011년 롯데쇼핑의 마이너스금리(엔화 트렌치) 전환사채(CB)에 투자한 일부 투자자들은 3년만에 환 차익으로만 25%가량의 수익을 냈다.

      이런 요소를 고려한다 해도 블랙록이나 GIC 등 세계적인 기관투자가들이 쿠쿠전자에 투자 의사를 표시한 건 하나의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통상 해외 IR을 진행한다면 대표이사나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직접 나서 1~2주간 수억원의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쿠쿠전자는 이런 절차 없이도 최상의 결과를 끌어냈다.

      이런 결과는 국내 공모주 거래에서 해외 기관과의 네트워크와 해외 IR 등을 책임져왔던 외국계 증권사의 역할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진다. 국내 대형증권사의 해외 네트워크가 이전과 달리 두터워지면서 외국계 증권사의 차별성이 줄어들고 있는 까닭이다. LIG넥스원이 주관사단에 외국계 증권사를 포함할 지 여부를 두고 고민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아직 국내 증권사의 네트워크는 홍콩·싱가폴에 치우쳐 유럽·미국 쪽 네트워크는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다만 관성적으로 해외 투자 유치를 위해 외국계 증권사를 한 곳 이상 무조건 선임하는 사례는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