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어닝쇼크發 조선 빅3 등급 강등 초읽기
입력 2014.08.04 08:52|수정 2014.08.04 08:52
    해양플랜트 시설 저가수주 우려 현실화
    신평업계, 조선 빅3 신용등급 강등 움직임
    • [08월01일 15:44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이른바 조선 '빅3'에 대한 신용등급 강등이 가시화하고 있다. 업계 1위 현대중공업이 1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낸 것이 신호탄이 됐다. 신용평가사 등 금융업계는 우량 신용등급을 유지해 온 대형 조선사들의 조선·해양·플랜트 등 사업 전반에 대해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지난 29일 현대중공업은 올 2분기에 1조1037억원어치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조선·해양·플랜트 부문의 일부 대형 공사의 공정 지연에 따른 손실이 원인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국내 신용평가 3사들은 즉각 조치를 취했다. NICE신용평가는 현대중공업의 신용등급(AA+)을 ‘하향검토 등급감시’ 대상에 등록했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도 등급전망을 각각 ‘부정적’, ‘부정적 검토 대상’으로 변경했다. 등급전망에 대한 조치는 제각각이지만, 신용평가 3사 모두 현대중공업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릴 가능성을 내비쳤다.

    • 업계 1위이자 최고 신용등급 AA+를 보유한 현대중공업이 신용등급 하향 위기에 놓인 주된 이유는 그 동안 해양생산설비 프로젝트에 대해 제기된 저가수주 우려가 수면 위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해양부문 관련 건설기술·설비는 조선 빅3를 다른 조선사들과 차별화하는 핵심기술이다. 아직 구체적인 사업 부문별 손실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설계능력 부족으로 인한 현대중공업의 올 2분기 해양플랜트 부문 손실만 3000억원으로 추정된다.

      금융업계에선 GS건설의 사례를 비춰봤을 때, 현대중공업의 2분기 확정 실적이 나오는 오는 15일 직후 신용등급이 하향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GS건설은 지난 4월초 1분기 해양플랜드 저가수주로 인한 대대적인 손실을 발표하자 신용평가사들은 곧바로 회사의 신용등급 AA-에서 A+로 강등시켰다.

      현대중공업의 신용등급이 하향될 위기에 처하면서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나머지 빅3의 신용등급 조정 가능성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삼성중공업(신용등급 AA)은 이미 1분기에 5000억원 규모의 대손충당금을 쌓았다. 그러나 한 신평사 관계자는 "2분기에도 큰 폭의 손실을 실적에 반영한다면 등급이나 등급전망이 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상황은 약간 다르다.

      수주 출혈경쟁에서 밀리면서 저가수주 문제에서 한 발 비켜서있기 때문이다. 또 지난 3월 수주한 러시아 야말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감도 존재한다. 대우조선해양의 현재 신용등급은 3사 중에 제일 낮은 AA-로 한 단계만 떨어져도 A급 기업이 된다.

      조선업계가 직면하고 있는 현금흐름 저하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신용등급 재조정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또 다른 신평업계 관계자는 “조선사들의 연내 수익성 회복이 크게 어렵다는 것을 일정 부분 확신하고 있다”며 “3분기에 일명 체인지 오더(Change order)로 얼마나 손실을 상쇄할지를 보고, 수익성 부진이 기업의 펀더멘탈(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기평은 공식적으로 조선업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빅3의 탁월한 건조 및 수주역량이 근본적으로 훼손되진 않았지만, 호황기 투자로 건조능력이 크게 확대된 반면 글로벌 경기회복 지연, 해운시황 침체 장기화 등의 여파로 신규수주 부진 등 수주환경이 악화됐다는 판단에서다.

      한기평은 "중국 정부의 자국 조선업체에 대한 정책적 지원과 엔저에 힘입은 일본업체의 약진 등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선가 회복 등 수주의 질
      적인 제고가 지연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2013년 이후 회복세를 보이던 상선시장이 최근 급격히 둔화되는 가운데 고부가 선종으로 분류되던 해양 부문에서 대규모 적자가 나타난 점은 조선업계가 직면하고 있는 손익 및 현금흐름 저하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한기평은 문제가 된 해양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다른 해양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점검하고 빅3를 포함한 조선업종 전반에 대해 모니터링을 실시해 향후 신용등급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