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고속 6000억 매각?, 금호그룹 아니면 인수 힘들어
입력 2014.08.05 09:03|수정 2014.08.05 09:03
    다른 대기업들, '의리'상 참여 힘들어…한국에서 딜하려는 PEF도 유사
    높은 에비타 불구, 2000억 부채이전 감안, 3000억 미만에 팔아도 2배 수익
    • [07월31일 20:07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금호고속 매각이 오는 8월부터 본격화된다. 지난달 말 사모펀드(PEF) 인수후보를 대상으로 티저레터를 발송, 프리젠테이션까지 진행했다. 8월에 투자안내서 발송과 예비입찰까지 곧바로 이어진다. BoA메릴린치와 안진회계법인이 매각을 담당하고 있다.

      관건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제외한 인수후보가 누군가?"로 요약된다.

      이미 금호는 "금호고속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꼭 행사하겠다"고 천명했다. 2012년에 금호고속을 사모펀드(IBK-케이스톤 PEF)에 패키지로 팔때도 "그룹 모태격인 회사인데 나중에 꼭 되찾는다"라고 선언했을 정도였다. 되사올 권리는 금호터미널이 금호산업으로부터 인계받았다. 금호터미널은 그간 '월세'로 살고 있던 신세계백화점 광주점을 '전세'로 돌리고, 이때 받은 전세보증금 5000억원을 챙겨두기도 했다.

      이 정도 상황이니, 다른 여타 국내 대기업이 금호고속 인수전에 참가할 가능성은 낮다.

      한국의 재계 오너들 일가는 이미 수십년간 사적인 '교류'를 맺어왔다. 이 와중에 재계를 호령했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내 회사를 꼭 다시 돈주고 되찾겠다"고 선언한 마당이다. 다른 대기업 일가가 인수경쟁에 뛰어들었다가는 '의리' 없는 행동으로 비치기 십상이다.

      행여 '눈치 없이' 참여한 대기업이 있다면? "부탁인데 이번에는 좀 빠져 주십시오"라는 정중한 전화라도 받게 된다면 '아차'하고 물러나는 것이 재계 오너들간의 매너라고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이러다보니 매각측이 자연스레 눈을 돌리게 된 인수후보가 사모펀드(PEF)다. 표면상으로는 '사모펀드'가 팔고, '사모펀드'가 인수하는 구도가 된다.

    • 이런 거래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투자자(LP) 겹침 현상'인데, 파는 PEF와 사는 PEF의 투자자가 동일할 경우를 말한다.

      하지만 금호고속 매각은 이 문제만큼은 조금 벗어난다. 금호고속을 인수한 PEF에 투자한 기관은 정책금융공사-새마을금고-한국증권금융-행정공제회 등이다. 이들 투자자로부터 돈을 받지 않은 해외 PEF, 또는 국민연금에서 돈을 받은 PEF라면 원칙적으로는 금호고속 인수 검토가 가능하다.

      게다가 금호고속이 지닌 메리트도 적지 않다. 어쨌든 금호고속은 영업이익 500억원 이상, 상각전 이익(EBITDA) 700억원 이상이 매년 따박따박 창출되는 회사다. PEF들이 가장 좋아하는 매물의 특성, 즉 '고정적인 현금창출'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또한 어디까지나 '원칙' 수준이다.

      상당구 국내 PEF 관계자들은 '한국'이라는 공간에서 M&A 관련 딜을 하려면 대기업 '눈치'를 살피는 것은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제 아무리 해외 사모펀드 또는 투자자가 겹치지 않는 PEF라고 별 다를바 없다.

      옳고 그름을 떠나 경제력의 태반이 대기업에 집중돼 있다. 또 좋은 매물이다 싶으면 대기업 계열사거나 아니면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특정 대기업 오너의 심기를 거스르거나, 해당 기업에 밉보였다가는 나중에 어떤 투자기회를 잃을지 미지수다.

      게다가 금호고속은 '브랜드'가 됐든, '터미널 사용처'가 됐든 필수적으로 금호그룹과 관계를 맺고 운영되는 기업이다. 극단적으로 평가하면 금호그룹이 '몽니'를 부릴 구석이 충분하다.

      만일 다른 후보가 금호고속을 샀을 경우. 호남지역 운행이 주류인 이 회사가 '금호'라는 브랜드를 뗐을때 리스크에 접한다. 더 큰 문제는 금호고속이 사용하고 있는 전국 주요 터미널 상당수가 금호터미널 관리하에 있다. 금호터미널의 눈치를 보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 매각측은 거래를 성사시켜 정책금융공사 등 투자자(LP)의 이익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는 게 필수다. 상황과 별개로 최대한 다수의 후보를 끌어들여 경쟁을 일으키는 게 본업이다. 매각 측으로서는 누가 사든 좋은 가격, 높은 가격에 파는 게 최종 목표다.

      다만 금호고속 매각가격 범위(Boundary)는 시장 기대치보다 낮아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여러가지 요인이 있지만 가장 큰 변수는 PEF로 인수된 이후 늘어난 '빚'(인수금융)이다.

      금호고속은 지난 2012년 지분 100% 기준으로 약 3300억원에 매각됐다. 인수한 주체는 특수목적회사(SPC)인 'KH고속투자'였다.

      인수대금은 '사모펀드 1100억원 + 은행 빚(인수금융) 2200억원'으로 마련됐다. 당시 금호고속의 부채는 1350억원에 그쳤다.

      그러나 불과 몇달 뒤 금호고속 부채는 3400억원으로 늘어났다. 이유는 간단했다. 2013년 1월1일자로 SPC인 'KH고속투자'와 투자회사(Target Company)인 '금호고속'이 한 회사로 합병됐기 때문. 자연히 금호고속 인수과정에서 발생했던 사모펀드가 빌려쓴 빚 2200억원이 고스란히 금호고속의 빚으로 이관됐다.

      해외는 물론, 국내 사모펀드(PEF)들도 대부분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합병형 LBO 기법이다.

      회사 상황은 그대로인데, 오로지 M&A 때문에 부채가 두 배이상 늘어난터라 금호고속 지분가치(Equity Value)도 바뀌게 된다. 쉽게 말해 합병 이전에는 회사 가치가 "지분 100% 3300억원 + 빚 1500억원' 이었다면. 이제는 '지분 100% 1100억원 + 빚 3500억원'으로 바뀐다.

      이게 '시초가'로 작용한 후에 ▲향후 늘어날 금호고속의 현금흐름과 이에 대한 할인 ▲경영권 프리미엄 반영 ▲경쟁과정에서 올라갈 가격 등이 반영되어 실제 인수가격이 마련된다는 의미다.

    • 따져보면 금호고속을 사는데 들인 돈이 1100억원에 불과하고 빚은 다 떠넘겼다는 뜻이다. 결국 금호고속을 2200억원에 팔아도 이미 사모펀드는 두 배 가까운 수익을 번다는 결론이 나온다.

      유사기업들(Peer Group)과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금호고속과 유사업종인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동양고속은 주가수익비율(PER)과EV/EBITDA 배수 모두 약 7배 전후로 형성돼 있다.

      금호고속의 EBITDA 720억원을 이에 적용할 경우 약 5000억원 미만의 EV(Enterprise Value)가 형성된다. 여기서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부채들과 현금 및 비영업용 자산 등을 감안하면 지분100% 가치는 약 2600~3000억원 수준으로 산출된다. 쉽게 말해 동양고속과 감안한 현재 금호고속 지분 가치는 최대 3000억원 수준이라는 의미다.

    • 물론 어디까지나 공개된 수치로 비교한 수준이라 경쟁입찰이 실시되기전 매각가격을 확정하기는 힘들다.

      변수는 여전히 남아 있다. 금호그룹으로 금호고속이 인수되기를 꺼리는 제3의 인수후보, 또는 금호고속의 회사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고 시너지 밸류를 창출할 수 있는 후보가 등장할 경우, 인수가격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