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자존심 건 스팩 대결…트랙 레코드가 '관건'
입력 2014.08.11 08:46|수정 2014.08.11 08:46
    [Weekly Invest]
    KB3호·신금투2호 상장예심청구…현대·한투·IBK證도 잇따라 결성
    성격·규모 유사…증권사 합병성과에 결과 좌우될 듯
    • [08월10일 12: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국내 대형증권사들이 2호·3호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이하 스팩)의 설립을 추진하면서 공모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 9~10월에만 5곳의 대형증권사가 스팩상장을 추진하고 있으며 하반기 중·소형 증권사들의 스팩결성도 잇따를 전망이다. 스팩의 특성상 성격과 규모가 비슷하다 보니 각 증권사별 이름값과 1호 스팩의 성적표에 따라 결과가 좌우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재 스팩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업체는 KB투자증권·신한금융투자·현대증권·한국투자증권·IBK투자증권 등 5곳이다. KB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이달 초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청구를 완료했다. 현대증권 이달 말, 한국투자증권과 IBK투자증권은 오는 9~10월께 상장예심을 청구할 계획이다.

    • 스팩은 현금만 들어있는 페이퍼 컴퍼니에 불과하기 때문에 각 스팩별로 질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다. 이 때문에 투자를 고려하는 입장에서는 스팩이 시장에 한꺼번에 몰릴 경우 주관사의 대표적인 실적을 바탕으로 투자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KB투자증권의 1호스팩은 지난해 알소프트(원격지원·제어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와 합병하고 올해 초 코스닥에 상장을 완료했다. 현재는 2호스팩이 지난 5월 케이사인(보안솔루션업체)과 합병, 하반기 증시입성을 추진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1호스팩을 통해 서진오토브(자동차부품)를, 현대증권은 1호스팩을 통해 삼기오토모티브(자동차부품)를 각각 2012년에 코스닥시장에 상장을 완료했다. 2호 스팩 결성을 추진 중인 IBK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아직까지 합병성과를 내지는 못한 상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스팩의 투자는 증권사별로 차이가 없으므로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증권사의 이름 값이 투자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트랙 레코드를 갖추고 있는 업체들이 조금 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공모주 시장에 기관의 자금이 몰리면서 스팩시장도 덩달아 활기를 띠는 모습이다. 아울러 최근 들어 빠른 합병성과를 내는 스팩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시장의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도 달아올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공모주 청약 당시 미달에 인해 증권사가 미매각 물량을 떠안는 경우가 생기기도 했다. 반면 최근에 공모주 청약을 진행한 우리스팩3호에는 1조1100억원의 뭉칫돈이 몰려 공모주 시장의 열기를 실감케 했다.

      이처럼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덜한 상황에서 대형증권사들이 스팩결성을 앞다퉈 추진하고 있지만, 속내는 따로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상반기 기준 기업공개(IPO)는 총 8건, 규모는 3685억원에 불과했다. 이중 스팩이 3건(유진1호·KB2호·하나머스트)을 차지했고 상반기 대형 딜로 손꼽히는 2526억원 규모의 BGF리테일을 제외하면 굵직한 업체들의 상장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거래소는 지난 5월 초 증권사 인수담당자 간담회를 열고 각 증권사별로 스팩결성을 추진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상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한 스팩의 상장도 일반기업과 동일하게 상장 실적으로 인정받는 탓이다. 결론적으로 거래소와 증권사 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증권사들의 스팩결성이 잇따르게 됐다.

      단 시장의 열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내놓은 '주식회사 외부감사인에 관한 법률 시행령(외감법 시행령)'에 의해 스팩을 통한 피합병법인도 지정감사인을 배정, 이를 통한 감사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시행령이 본격적으로 적용되면 그간의 빠른 합병을 주 무기로 한 스팩의 투자 매력은 한순간에 잃을 수도 있다. 정부는 현재 시행령을 바탕으로 세부적용대상 및 시기에 대한 검토작업을 진행 중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르면 내년 초에 외감법 시행령이 적용될 것을 고려해 스팩을 미리 결성하는 측면도 있다"며 "외감법 시행령과 적용시기에 따라 스팩 시장은 급격히 경색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