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경영권 인수자격 후보 0명?…금융주력자 논란 탓
입력 2014.08.14 08:00|수정 2014.08.14 08:00
    3조 이상 자금 소요…사모펀드 등 컨소시엄 구성해야
    컨소시엄 참가자가 '비금융주력자'면 컨소시엄도 같은 취급
    인수자격 갖춘곳 거의 없어…해외자본만 참여가능한 구조
    • [08월13일 12: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우리은행 경영권 매각에서 '금융주력자' 판정 문제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관건은 교보생명 등이 까다로운 은행법 규정에 저촉되지 않는 재무적 투자자(FI)를 끌어올 수 있느냐다.

      하지만 현행법령과 그간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감안할 때, 우리은행 경영권 인수자격을 갖춘 곳이 한 곳도 없을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현재 우리은행-우리금융지주 합병 후 보유할 우리은행 지분 56.97%를 ▲경영권 지분 (30%) ▲나머지 소수지분으로 나눠 매각할 계획이다.

      관심사는 경영권 지분을 살 곳이 어디냐는 점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후보는 교보생명이 유일하다. 하지만 어느 후보라도 3조원 가량의 인수자금을 단독으로 마련하기는 어렵고, 결국 컨소시엄을 구성해야 한다. 이 컨소시엄이 은행의 최대주주가 될 법적자격을 갖추느냐가 문제의 핵심이다.

      현행 은행법 제16조의 2에 따르면 비금융주력자는 은행 주식 4%를 초과해 보유할 수 없다. 이때 비금융주력자란 '자본의 25% 또는 자산 2조원 이상을 산업자산에 투자한 이'를 말한다. 한마디로 은행이나 보험사 같은 금융회사를 제외한, 일반기업이나 국민연금 등의 연기금이 비금융주력자다. 이들이 4%를 초과해 은행 지분을 사려면 금융위원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면서도 지분은 10%까지만 살 수 있으며 4% 초과 지분에 대한 의결권은 제한된다.

      이때 지분을 계산하는 기준은 당사자는 물론, 당사자의 '특수관계인'(동일인) 보유물량을 포함한다. 이때 동일인은 친인척 뿐만 아니라 '의결권을 함께 행사하겠다'는 약정을 맺은 주주도 포함한다.

      사모펀드(PEF)가 은행 지분을 인수할 수 있는 금융주력자로 판정 받는데도 규정이 까다롭다. ▲펀드에 10% 이상 출자한 투자자(LP)가 비금융주력자이거나 ▲펀드 운용사(GP)가 비금융주력자거나 ▲상호출자제한기업(대기업) 계열사 출자지분의 합계가 30%를 넘으면 비금융주력자가 된다. 쉽게 말해, 운용사는 물론이거니와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LP)가 모두 금융회사여야만 은행 대주주 자격을 갖춘 '금융주력자'가 될 수 있다. 달리 말하면 오로지 은행ㆍ보험사 등에서만 돈을 받은 PEF여야 하는데 국민연금 등으로 제한된 투자자 풀(Pool)을 감안할때 쉽게 수용되기 어려운 조건이다.

      진짜 문제는 이제부터다. 그렇다면 '금융주력자-비금융주력자가 섞인 컨소시엄'은 어떻게 보느냐다. 이는 '교보생명과 MBK파트너스 등 국내 PEF 컨소시엄'이 우리은행 경영권을 인수할 자격이 있느냐 문제로 귀결된다.

      정부는 이에 대해 선례를 통해 금융-비금융 컨소시엄을 비금융주력자라고 판단했다.

      지난 광주은행 매각 당시, 전북은행이 CVC 사모펀드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하려 했다. 전북은행은 금융주력자이지만, CVC는 비금융주력자에 해당된다. 이에 전북은행은 두 회사가 의결권 공동약정이 없으며 동일인이 아니라고 주장하려 한 것으로 전해진다. 컨소시엄이지만 각자 지분을 인수하는 형태라는 논리로 금융주력자 논란을 피하려 했던 것.

      그러나 당시 정부는 '의결권 공동약정이 없다 해도 컨소시엄을 구성해 병행으로 입찰에 참여하면 동일인으로 보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로 인해 CVC는 전북은행과 컨소시엄을 구성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복수의 정부 관계자들은 "경영권을 희망하지 않을 경우, 굳이 프리미엄을 주고 컨소시엄에 참여할 필요가 있겠느냐”며 “컨소시엄 구성원이 의결권을 공동 행사하지 않는다고 주장해도 동일인으로 추정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밝혔다.

    • 이런 원칙을 우리은행 경영권 매각에 적용할 경우. 교보생명이 사모펀드(PEF)와 컨소시엄으로 입찰해 참여하고, 이 펀드가 비금융주력자라면 무조건 우리은행 인수가 불가능해진다. 사모펀드가 아니라 교보생명이 새마을금고, 또는 다른 연기금과 컨소시엄을 구성해봐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이들 모두 비금융주력자이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이 아닌, 사모펀드끼리 컨소시엄을 구성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작년 경남은행 매각 당시, MBK파트너스는 세 개의 펀드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를 추진했다. 이 가운데 펀드 한 곳(기존 블라인드 펀드)은 '비금융주력자'에 해당됐다. 펀드 운용은 모두 MBK가 맡았다. MBK는 기존 비금융주력 펀드와 은행 인수를 위해 결성한 펀드간 출자자가 겹치지 않는다면 비금융주력자에서 제외된다는 예외규정을 들어 각 펀드의 출자자를 달리 구성했다.

      정부는 그러나 금산분리 규정의 취지를 감안할 때 예외규정은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모든 펀드가 금융주력자일 경우를 전제로 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펀드 출자자가 겹치지 않는다해도 운용사가 같다면 동일인으로 봐야 한다"고 해석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다보니 동일인 이슈가 발생할 것을 감안, 당시 세 펀드의 투자자(LP)가 전부 다르게 구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불구, 정부는 "펀드 투자자가 겹치지 않는다해도 운용사(GP)가 같다면 동일인으로 봐야 한다"고 해석을 내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3조원대 우리은행 경영권을 인수하려면 기존의 금융지주사 혹은 보험사가 컨소시엄 없이, 자사명의로만 참여해야 한다. FI를 끌어들일 구석이 없다는 의미다.

      교보생명이 참여하려면 아예 대규모로 증자를 받거나 회사채를 찍어 3조원을 직접 마련해 참여해야 한다는 뜻이 된다.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구조다. 이미 주주들이 나뉘어진 교보생명 지분구로로 볼때, 증자가 더 늘어나면 신창재 회장의 1대 주주 지위까지 사라질 수 있다.

      이를 피하려면 교보생명이 은행과 보험사로부터만 돈을 받은 '금융주력자' PEF를 데려와야 한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는 PEF 가운데 금융주력자 판단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코쉐어 캐피탈'" 뿐이라고 밝혔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교보생명이 해외 등에서 금융주력자 투자자를 데려오는 것도 방법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