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가 떴다"에 희비 엇갈리는 기관들
입력 2014.08.14 08:00|수정 2014.08.14 08:00
    M&A에 뭉칫돈 투자 갈수록 늘어…코웨이ㆍ현대상선 LNG 등 집중
    요구수익률 낮고 대단위로 자금집행…운용사는 '땡큐', 다른 기관들은 '짜증'
    • [08월13일 12: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지난 6~7월. 비슷한 성격의 두 M&A거래가 시장에서 강제로 비교(?) 당하며 주목을 받았다.

      IMM PE 등이 인수한 현대상선 LNG사업부, 그리고 한앤컴퍼니가 인수한 한진해운 벌크전용선였다. 두 거래 모두 내로라 하는 최정상급 사모펀드(PEF)가 참여했다. 한진과 현대라는 한국대표 해운사의 구조조정 거래라는 성격도 비슷했다.

      문제는 '금리'였다. IMM PE는 인수금융 2100억원을 '7년만기 4%대 후반'이란 금리로 조달했다. 반면 한앤컴퍼니는 '5년 만기 6%대 후반'이라는 금리를 인수금융에 참여한 기관들에게 제공해야 했다. 그래서 IMM PE의 현대상선 LNG사업부 인수가 기관들에게 더 좋은 점수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이 사태를 야기한 주범(?)은 새마을금고로 알려지고 있다.

      현대그룹은 현대상선 LNG사업부를 IMM PE에 팔면서 총 4200억원의 현금을 받아갔다. 이 현금의 출처는 거의 대부분 새마을금고다.

      일단 선순위 인수금융 2100억원이 마련됐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1100억원을 새마을금고가 단독으로 제공했다. 이때 새마을금고가 요구한 금리가 바로 '7년만기 4%대 후반'이었다. 뿐만 아니라 새마을금고는 1250억원의 중순위 메자닌 중 70%에 달하는 850억원을 단독으로 투자했다. 나머지 후순위 보통주에만 현대화재, 동양생명 같은 보험사들이 겨우 참여했다.

      한마디로 이 딜은 앞단에는 IMM PE가 있었지만 전체 투자금 절반을 새마을이 뚝딱 대준, 이른바 '새마을금고에 의한 거래'였다. 새마을금고는 과거 자베즈파트너스를 통해 현대증권 우선주에도 투자할만큼, 현대그룹 관련 거래에 주력한 이력이 꽤 있다.

    • 복수의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투자금 대부분을 대기로한 새마을금고가 4%대 후반 금리면 충분하다고 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다른 기관들이 금리인상을 요구할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금리를 좀 더 올려달라"고 해본들, "4%대 후반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나가라"라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란 의미였다.

      한진해운은 거꾸로였다.

      한앤컴퍼니는 한진해운 벌크선을 인수하는데 있어 국민연금의 지분투자 참여를 노렸다. 국민연금 대체투자실도 이에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어느 정도 결정했다. 그러나 이게 예상치 않게 리스크관리 등의 이유로 갑작스레 부결됐다.

      문제는 일단 국민연금이 한번 봤다가 던진 딜은 한국에서 제대로 부활시키기가 거의 어렵다는 점이다. 지난 상반기 동안 국민연금 검토후 투자부결로 인해 파기된 거래만도 여러 건에 달한다. 이 상황에 갑자기 처한 한앤컴퍼니는 지분투자 참여자를 해외 기관투자가에게서 구했다. 대신 국내 자금은 우리투자증권이 주도하는 인수금융으로 돌렸고, 자연스레 금리도 올라갔다.

      한진해운 벌크선에 투자한 기관투자가는 "기회만 있었다면 인수금융 이외에 지분투자 기회를 갖기 바랬지만 그 기회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또 다른 기관투자가는 "한진해운 벌크전용선은 포스코, 한국전력, 가스공사 등이 10년이상 장기운송계약으로 맺은 부분이 많고 운임료 조건도 유리한데다 담보가치가 높다"며 설명하기도 했다. 이런 평가에도 불구, 오히려 비교 매도를 당한 셈이다.

      과정이야 어쨌든 새마을금고가 국내 인수금융 시장에 대단위로 참여하는 경우는 점점 늘고 있다. 일례로 올 상반기 최대 규모 거래였던 MBK파트너스의 코웨이 인수금융 리파이낸싱거래에서도 새마을금고는 수천억원을 단숨에 투자했다.

      이처럼 새마을금고가 혜성같이 등장하는 일이 잦아지자 그때마다 M&A 거래 참가자들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투자금을 모아야 하는 운용사 등은 새마을금고가 참여한다고 하면 무조건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새마을금고와 유사한 수익률을 맞추기 어려운 주요 공제회 등 상당수 기관들은 짜증을 낸다. "좋은 금리 받기 어렵고 새마을금고 눈치만 봐야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새마을금고가 주도적으로 참여해 온 거래는 저금리 여파로 투자할 곳에 목매는 한화생명 등 보험사들이 주로 많이 참여하고 있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거론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올 상반기 새마을금고의 내부 인사이동 이후 새마을금고의 과감한 투자 스타일 변화가 언급된다.

      지난 3월 중순, 새마을금고는 수십조원의 투자를 진두지휘하던 당시 이성묵 구조화금융팀장(부장)을 갑작스레 대구지역본부로 발령냈다. 이 팀장은 새마을금고가 주요 투자자로 부상하기까지 대부분의 M&A투자를 결정한 실무 책임자였는데, 사전 예고없이 인사가 단행됐다. 이 무렵 새마을금고 자금운용본부장(CIO)였던 정재호 상무가 회사를 떠난 상황이어서 의사결정권자가 거의 비게 됐다. 이후 새마을금고는 김성삼 신용ㆍ공제부문 대표가 투자관련 결정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해 온 것으로 업계에서는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새마을금고가 과감한 행보를 보이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새마을금고가 M&A 거래에 투자하는 예정이율이 주요 공제회 등에 비해 크게 낮아서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전국 1400여개 지점들이 예치한 금액 가운데 일부, 즉 단위금고가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아요"라고 보낸 금액을 활용해 중앙회가 대신 투자처를 찾고 운용한다. 이 자금이 약 40조원에 달한다. 중앙회가 직접 조달하는 자금이 아니고, 예비금을 굴려주는 형태라 목표하는 수익률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회원들에게 5%대 금리를 꼬박꼬박 보장해줘야 하는 교원공제회, 군인공제회, 행정공제회 등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들은 회원급여율과 다른비용까지 합치면 6%대 이상 수익를 기대해야 한다. 새마을금고로서는 "이 정도면 괜찮아요"라는 투자금리를, 이들 공제회는 도저히 받아줄수가 없는 셈이다. 그래서 새마을금고가 점령한 거래는 다른 기관들이 꺼리게 된다.

      새마을금고의 금융 활동영역이 넓어지면서 소관부처 논란도 다시 재점화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새마을금고중앙회의 신용사업 소관부처를 안행부에서 금융위로 이관하는 내용의 '새마을금고법 개정안'이 의원발의로 국회에 제출되기도 했다. 다만 법안 통과여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