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토종펀드 LG실트론 투자 실패…투자 시장에 후폭풍 부나
입력 2014.08.14 08:00|수정 2014.08.14 08:00
    • [08월13일 12: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 지난 2개월간 국내 투자시장은‘LG실트론 사태’로 시끌시끌했다. 보고펀드는 실트론의 인수금융 만기연장에 실패했다. 우리은행 등 대주단은 기한이익상실(EOD)을 선언, 실트론 지분 29.4%에 대한 담보권을 행사했다. LG실트론의 두 대주주인 LG그룹과 보고펀드의 책임공방도 벌어졌다. 동시다발적으로 1세대 토종 사모펀드(PEF)인 보고펀드의 구조조정으로도 이어졌다.

      예고된 사태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LG실트론 사태는 투자시장 전반과 PEF업계에 충격을 줬다.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자 관심이 집중됐고 평가도 봇물처럼 쏟아졌다. 일각에선 국내 PEF의 위기 또는 한계가 거론됐다. 은행들의 몸 사리기 현상이 벌어질 것이란 예상도 나왔다.

      이번 사태가 은행권 인수금융과 신디케이트론 시장에 경종을 울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PEF 시장 전반의 위기를 언급하기는 이르다. 냉정하게 따져보면‘1건’의 투자 실패가 일어난 것뿐이다. PEF를 일찌감치 도입한 미국, 유럽에서는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보고펀드의 LG실트론 투자가 처음이 아니다.

      보고펀드, 인수금융 만기연장 실패
      LG그룹과 보고펀드간 책임공방도
      PEF시장 전반 위기론 섣부르지만
      해결 과정 통해 냉철한 반성 필요
      '대기업·PEF 동거'는 부담 크고
      비상장 주식 담보대출 한계 드러나

      보고펀드도 마찬가지다. 총 투자금액만 4000억이 넘는 대형 투자에 실패해 그 충격이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LG실트론에투자했던‘보고1호’블라인드 PEF 전체의‘실패’를 논하기는 이르다. 노비타와 비씨카드 투자와 매각으로 벌어들인 수익과 동양생명, 미국 이글포드 광구 등 투자해놓고 회수하지 않은 굵직한 투자건의 성적까지 감안해야 투자 성패 여부를 가늠해볼 수 있다. LG실트론 사태가 시장 전체를 떠들썩하게 한 배경에는 국내 PEF에서 보고펀드가 가진‘상징성’이 크다 보니 과도하게 비쳐진 측면이 없지 않았다.

      주목할 부분은 PEF가 흔히 사용해온 은행 빚, 이른바 인수금융 전반에 대한 냉철한 반성이다.“ M&A 한다고 PEF에 돈을 막 빌려줘도 되는가” “은행 빚에충분한 담보가치가 제공됐는가” “PEF가은행 빚을 못 갚을 때 활용할‘대안’ 또는 ‘안전망’이 있는가” 더 원천적으로는 과연 PEF가 돈을 쉽게 빌려줄 수 있는 대출처인가 하는 점 등이다.

      LG실트론 사태는‘비상장 주식 담보대출’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 대부분의 PEF들은 상장사가 아닌, 비상장사에 투자한다. 이 때 인수대금의 절반을 인수한 회사의 주식을 담보로 빌리고 있다.

      비상장 주식은 상장 주식과 달리 즉각적인 가치 평가가 이뤄지지 않는다. 현금흐름이 크게 나빠지지 않는 한 혹은 이자비용을 꾸준히 갚아나가는 한에서는 은행들로서는 위험 정도를 체감하기가 쉽지 않다. 분기별, 반기별 기업 실적에 의존해야 한다. LG실트론의 사태는 이 같은 한계를 보여줬다.

      물론, MBK파트너스의 코웨이 인수금융 리파이낸싱 당시, 상장 주식의 주가가 기업가치를 온전히 반영하고 있는가라는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논란 속에서도 새마을금고, 한화생명 등 다수의 투자자들은 코웨이 주가 상승을 이유로 더 많은 돈을 빌려줬다.

      바이아웃(Buyout)이 아닌 거래의 한계도 지적된다. PEF가 기업의 1대 주주가 되는 바이아웃 거래는 회사 경영 전반에 대한 장악력이 높다. 위기가 닥쳤을 때, 비용절감을 통해 회사 내 현금흐름을 늘리고 이자 비용을 조달하는 방법도 있다. LG실트론과 같은‘불편한 동거’관계에서는 불가능하다. 배당성향이 높은 기업이 아니고서야 PEF가 2대 주주 또는 3대 주주가 되어 인수금융 이자를 감내하는 데는 부담이 만만치 않다.

      PEF의 대기업 계열사 투자에 대한‘경계령’도 거론된다. LG실트론은 보고펀드투자 이후에도 LG그룹 계열사로, LG그룹의 경영방침에 충실했다. PEF에서 이사회에 참여했지만 의사 결정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 주주와 사모펀드가 공생관계를 이루지못할 경우, 사모펀드는 치명타를 입을 수 있고 현실화됐다. LG실트론에서는 LG그룹이 LG실트론의 이익을 계열사 지원을 위해 투자한 점을 놓고 날 선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보고펀드는 LG그룹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LG그룹이 2011년부터 LED용 6인치 사파이어 웨이퍼 사업에 1140억원을 투자했다가 2년간 36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결국 사업을 철수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LG실트론 사례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국민연금이 재무적 투자자(FI)로 투자했지만 1대 주주인 대기업이 현금을 계열사 지원에 써버려 논란이 일었던 기업이 적지 않다. 이 같은 위기가 발생할 수 있는 기업에 대한 인수금융에 대해 은행은 위험을 감내하고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의미다.

      PEF의 2대 주주 투자에서 더 강력한 주주간 계약이 적용될 가능성도 언급된다. 실트론의 경우 LG-동부라는 동거 관계에서 동부를 대신해 보고펀드가 참여했다. 이 과정에서 주주간계약이 제대로 구성되지 않았다. LG실트론 사태를 이끈 요인이기도 하다. 풋옵션-콜옵션까지는아니더라도 주주간계약이 명확하지 않은 거래에 대해 은행들이 인수대금을 빌려주는데 대해 한번쯤 더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LG실트론 사태의 결론을 섣불리 내기는 무리다. 다만 사태 발생과 해결과정이 국내 투자 시장에 한 획을 긋는 케이스로 남을 것은 분명하다. 남은 것은 여기서 어떤교훈과 시사점을 얻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