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SK C&C 합병, '아직 때가 무르익지 않았다'
입력 2014.08.19 08:43|수정 2014.08.19 08:43
    [Weekly Invest]
    SK C&C 1년만에 주가 두 배 뛰며 합병설 '솔솔'
    최태원 회장 지분은 늘겠지만 밸류에이션·SK證 이슈 해결해야
    • [08월17일 12: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SK㈜와 SK C&C의 합병설이 다시 시장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SK C&C의 주가가 1년만에 두 배나 급등하며 합병 시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이 지배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게 된 까닭이다.

      다만 주가 외 다른 조건을 두고 보면 SK㈜와 SK C&C의 합병은 시기상조라는 평가다. 단기간 급등한 SK C&C의 가치(밸류에이션)를 SK㈜의 주주들이 받아들일지도 의문이고, 무엇보다 SK증권 등 공정거래법상 자회사 이슈가 다시 불거진다는 단점이 있다.

    • SK C&C의 주가는 14일 20만1500원으로 거래가 마감됐다. 시가총액은 지난달 10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지난해 이맘때 주가가 10만9000원이었음을 감안하면 두 배로 뛰었다. 이날 SK㈜의 종가는 16만2000원이었다. 1년 전(17만2500원)과 비교해 뒷걸음질쳤다.

      SK C&C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배하는 회사다. SK㈜ 지분을 31.8% 보유해 옥상옥(屋上屋) 지배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최 회장이 SK㈜ 지분 0.02%(1만주)만으로도 SK그룹을 지배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옥상옥 구조의 불안함으로 인해 SK㈜와 SK C&C의 합병은 오래 전부터 언급돼왔다. 두 회사 합병을 위한 전제조건은 SK C&C의 기업가치 상승이었다. SK C&C의 기업가치가 높아질수록 합병 후 최 회장의 지배력이 커진다.

      SK㈜와 SK C&C의 기업가치는 지난 6월 역전됐다. SK C&C가 중고차 매매(엔카)·반도체 모듈(ISD테크놀러로지) 사업에 진출하는 등 사업을 다각화하며 주가가 재평가된 것이다.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수혜를 받을 거란 전망도 한 몫 했다.

      두 회사의 합병을 위한 전제조건은 성립됐다. 만약 SK㈜와 SK C&C가 보유 자사주를 소각하고 지난해 이맘때 합병에 나섰다면, 최 회장은 합병 법인의 지분을 15.9%밖에 보유할 수 없었다. SK C&C의 기업가치가 커진 지금 가치로 두 회사가 합병한다면 최 회장은 22.2%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합병법인이 보유하게 될 자사주(15.9%) 및 특수관계인을 합치면 안정적인 지배력 행사가 가능하다.

      다만 이것만으로 두 회사의 합병이 임박했다고 예단할 순 없다는 지적이다. 일단 국민연금(7.13%)을 비롯한 SK㈜ 주주들의 반발을 무시할 수 없다. SK C&C는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선반영되며 현재 주가순이익비율(PER)이 지난해 순이익 대비 57배까지 치솟은 상황이다. SK㈜는 27배다.

      두 회사 모두 상장사라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는 SK㈜ 주주들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최근 거의 정리가 끝난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행위제한 이슈가 다시 불거진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SK그룹은 지난해 SK증권을 SK C&C에 매각했다. 일반지주회사인 SK㈜가 금융자회사를 보유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이었다. 유예기간을 포함해 4년을 기다렸지만 공정거래법 개정은 무산됐고, SK그룹은 지주회사 외 계열사인 SK C&C에 SK증권을 넘기는 방법으로 이를 해결했다.

      SK㈜와 SK C&C가 합병하면 SK증권은 또 다시 일반지주회사의 자회사가 된다. 공정거래법상 합병법인은 2년 안에 SK증권을 매각해야만 한다.

      SK그룹은 "SK㈜와 SK C&C 합병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 없다"라는 입장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SK가 예전 지주회사 체제 전환 때 자사주를 활용한 전례가 있어 최근 SK㈜와 SK C&C의 잇따른 자사주 매입을 지배구조 개편과 연결시키는 시각이 많은 것"이라며 "경영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상황인 최 회장의 신변 등을 고려하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