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으로 상장하면 자격은 '초기화', 해외지점은 '미아'
입력 2014.08.20 08:47|수정 2014.08.20 08:47
    [다시 생존 위협받는 스팩③]
    인허가 및 라이선스 재취득해야…해외지점 은행 이용도 어려워
    상장 규정 개정으로 법인번호 승계토록 하면 해결 가능
    • [08월14일 13:45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 지난해 스팩을 통해 증시에 입성한 한일진공기계는 합병 전후 주요 납품처 중 하나인 삼성전자와의 거래 유지를 위해 수많은 서류 작업을 거쳐야 했다. 존속법인이 스팩으로 바뀌며 기존 인허가 및 납품자격 등을 모두 새로 신규 법인 명의로 재취득하고 업데이트해야 했기 때문이다.

      # 올 상반기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AC)과 합병한 알서포트는 합병등기에 앞서 일본 현지법인을 신규 설립했다. 영업적 목적이 아니라, 우회상장 과정에서 기존 알서포트가 해산하게 됨에 따라 해외지점이 공중에 붕 뜨게 되는 상황이 올 수 있었던 까닭이다. 알서포트는 현지법인 설립을 통해 일본 지점을 자산양수도하며 업무 공백을 피했다.

      스팩의 합병이 성사되기 어려운 이유 중엔 영업을 이어가기 위해 합병 후 신경써야 할 부분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도 꼽힌다. 납품자격 등 영업활동에 필수적인 라이선스 문제가 걸려있고, 해외지점 등이 합병 과정에서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없게 되는 상황까지 고려해야 한다.

      스팩과 일반 회사가 합병하면, 스팩이 존속 법인이 되고 일반 회사가 해산하는 우회상장 구조로 거래가 이뤄지게 된다. 스팩이 상장사이기 때문에 현재 규정상으로는 스팩을 존속법인으로 남겨야 우회상장이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합병 과정에서 기존 회사가 해산한다는 건 주주 및 경영진 입장에서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우선 수십년 전통을 이어온 회사도 존속 법인이 바뀌며 법적으로는 최대 3년의 업력을 가진 회사가 돼버린다.

      이 뿐만이 아니다. 영업활동을 위한 각종 인허가 및 자격사항을 새 법인 명의로 재취득해야 하고, 납품처가 있다면 거래업체 등록자격도 재취득 혹은 점검해야 한다. 신용등급이 승계되지 않기 때문에 일부 특수한 거래처와는 세금계산서 발행 및 납입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지금까지 합병한 스팩 중 이렇게 영업적인 면이 크게 훼손된 경우는 없었다. 다만 이를 유지하기 위해선 시간과 노력을 별도로 투자해야 한다. 게다가 주주나 경영진 입장에선 만의 하나 거래관계가 끊기는 상황을 상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때문에 대기업에 납품하는 알짜 중소기업 중엔 스팩과의 합병을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해외 지점이 있는 경우 모회사가 해산하면 지점도 함께 해산된다. 해산 등기부터 신설법인의 등록까지 아무리 빨리 잡아도 2주 이상이 걸리며, 국가별로 공백기간이 더 커질 수도 있다. 공백 기간동안 해외 지점은 모회사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 되며 은행 업무가 마비되는 등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이는 스팩 뿐만 아니라 우회상장 기업 모두에게 적용되는 번거로움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우회상장 양성화를 위해 스팩 제도가 도입된만큼, 법인번호를 승계할 수 있도록 해주는 등 스팩에 좀 더 인센티브를 부여해 활성화를 시킬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는 규정상 크게 어려운 일도 아니라는 분석이다. 한국거래소의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과 코스닥시장 상장규정을 일부 변경하거나, 스팩에 한해 예외를 인정해주는 방식으로 도입이 가능하다.

      스팩에 합병 외에 '인수'를 허용하는 것도 중장기적으로 시장에서 함께 논의해봐야 할 의제로 꼽힌다. 스팩 자금의 일부로 재무적 투자자(FI)의 지분을 매입해주고, 나머지 자금은 유상증자를 통해 회사에 투입하는 등 좀 더 다양한 구조의 스팩 활용이 가능해지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