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세운 LIG넥스원, JP모간 결국 배제
입력 2014.08.25 08:32|수정 2014.08.25 08:32
    [Weekly Invest]
    IPO 주관사 우리·한국證
    유일한 외국계 JP모간 결국 배제
    우투, KAI 상장 실적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
    • [08월24일 12: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LIG넥스원이 장고 끝에 기업공개(IPO)를 위한 주관사 선정을 마쳤다. 방산업체의 상장실적을 보유한 우리투자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낙점했고, 외국계 증권사 중 유일하게 참여한 JP모간은 결국 배제했다. 삼성SDS와 제일모직 상장으로 인해 LIG넥스원에 집중할 수 없다는 점과 방산업체의 특성상 기술유출의 우려도 작용했다는 평가다.

      LIG넥스원은 지난 20일, 우리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각각 대표주관사·공동주관사로 선정하고, 본격적인 상장 준비 절차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던 KDB대우증권·KB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JP모간 등은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LIG넥스원은 지난 6월말까지 주관사 선정작업을 완료한다고 밝혔지만 두 달여간 지연됐다. 회사 측은 "순수 방위산업체로는 국내 첫 IPO 사례인 만큼 방산업의 전문성과 특수성을 충분히 이해하는 주관사를 검증하는 시간이 길어졌다"고 지연의 이유를 밝혔다.

      실제로 우리투자증권은 지난 2011년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IPO 당시 현대증권과 공동으로 대표주관을 담당한 실적이 이번 선정작업에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아울러 우투의 전신이 LG증권인만큼 LG의 방계 그룹인 LIG그룹 차원에서 우투를 선호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여기에 김원규 사장이 직접 프리젠테이션에 나서 올인 하는 모습을 보여 다른 후보들과의 차별성을 드러낸 점도 선정원인으로 꼽힌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우투가 선정된 가장 큰 이유는 KAI의 상장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실적 덕분"이라며 "우투와 LIG모두 LG그룹에서 출발했다는 점도 경영진 입장에서는 고려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 2011년 LIG건설의 기업어음(CP) 불완전판매 사건이 있을 당시 맺었던 악연도 한몫했을 것이라는 평가다. 당시 우투는 CP 불완전 판매로 인해 금융감독당국으로부터 기관경고조치를 받은 바 있다. 당시 LIG넥스원의 상장을 추진하던 LIG그룹에도 사건의 여파가 미쳐 서로에게 약간의 부채의식이 남아있는 애증(?)의 관계가 작용했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CP 불완전 판매 사건으로 인해 우투-LIG가 서로 악연으로 남아 있을 수 있었지만, 우투와 LIG 모두 서로 피해를 본만큼 부채의식이 여전히 남아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외국계 증권사 중 유일하게 참여하며 관심을 끌었던 JP모간은 결국 선정작업에서 배제됐다. JP모간은 이르면 올 하반기 상장완료를 목표로 하는 삼성SDS와 제일모직 두 곳의 공동주관사로 참여하고 있다. LIG넥스원은 주관사 선정작업을 먼저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속전속결로 주관사 선정작업을 진행한 삼성에 선수를 뺏겨 애를 먹게 됐다.

      현재 임석정 한국JP모간 대표를 제외하면 JP모간의 투자은행(IB)인력은 10여명 남짓이다. 인력 중 절반 이상이 삼성딜에 참여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LIG넥스원에 공을 들일 수 없다는 계산이 작용했다.

      당초 JP모간은 일정이 겹치지 않아 문제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나 LIG넥스원의 입장에서는 한군데밖에 참여하지 않은 외국계를, 이마저도 마음이 콩밭에 가있는 회사를 선정해 자존심을 구길 필요가 없었다는 평가다.

      단 회사 상장 관련 실무진 입장에서는 외국계를 배제해 차후 외국 기관 자금 유치에 문제가 생기는 리스크를 짊어질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된다. 같은 값이면 외국계를 선정, 향후 있을지 모르는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일단 뽑아두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있었다.

      결론적으로 이번 선정작업에 LIG그룹 오너를 비롯한 경영진의 자존심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권사 방위산업체 담당 연구원은 "LIG넥스원은 기술적인 측면을 비롯해 최고라는 자부심이 굉장히 강한 기업"이라며 "애초에 JP모간이 배제됐다면 모르겠지만, 숏리스트에 포함돼 검토가 됐던 만큼 최종단계에서 오너를 비롯한 경영진의 자존심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JP모간 선정 시 해외로의 기술유출 문제도 고려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LIG넥스원이 미사일·레이더 등과 같은 유도무기체계·특수무기를 개발하다 보니 기술유출에 더 민감하다는 지적이다. 주관사단 실사 과정에서는 생산 스케쥴·공급대상 업체 등과 같은 민감한 부분들을 내보여야 하지만 이 과정이 외국계 기업에 공개하기 불편한 내용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방산업체 담당 연구원은 "현재 미국 국방성을 비롯해 일부 미국 방산업체에서는 LIG넥스원이 생산하는 무기들이 일부 미국제품을 카피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며 "이 같은 민감한 사안으로 인해 외국계 증권사가 배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1년 대표 주관사로 선정돼 내심 기대를 걸었던 대우증권은 전장에서 장수를 교체함으로써 고배를 마시게 됐다. 지난달 김기범 대우증권사장이 임기를 8개월여를 남겨두고 돌연 사퇴하면서 어수선한 내부 분위기가 주원인이 됐다. 아울러 내년도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하면서 내부적으로 안정되지 못한 점도 배제된 이유로 꼽힌다.

      LIG넥스원의 상장규모는 최대 5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해외마케팅이 필요한 거래인 만큼 국내 증권사만으로 거래를 수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국내 증권사들은 자신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국내 IPO 거래에 관심이 많은 홍콩·싱가폴 등의 시장은 기존의 네트워크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LIG넥스원은 오는 2016년까지 상장을 완료할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내년 상반기 중 본격적인 거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