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법 개정으로 자기자본 100% 이상 계열사 지분 보유 불가능
생명 잔여지분 다 팔아도 부족…증권 지분도 내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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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월24일 12: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미래에셋캐피탈이 핵심 계열사인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생명보험 지분 대부분을 매각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개정 추진에 따른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미래에셋캐피탈 중심의 미래에셋금융그룹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올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여신전문금융회사(캐피탈·리스 등)를 기업금융전문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내용의 여전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달 말까지 의견 수렴 후 하반기 중 법제화 절차를 밟게 된다.
이 법안에는 캐피탈의 대주주 등과의 거래 제한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전까지는 대주주에게 자기자본의 100% 이상 신용공여를 할 수 없다는 규정만 있었지만, 개정안에는 신용공여 한계가 자기자본의 50%로 줄었다.
여기에 '자기자본의 100% 이상 대주주가 발행한 채무증권 및 지분증권을 보유하면 안된다'는 규제가 새로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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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법상 '대주주'에는 최대주주와 주요주주(지분 10% 이상 보유)가 포함되며, 최대주주엔 계열회사도 당연히 포함된다. 즉, 캐피탈은 앞으로 자기자본보다 더 많은 액수의 계열회사 주식을 보유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대부분의 캐피탈은 이 규제에 큰 영향이 없지만, 캐피탈이 지배구조의 주축인 미래에셋금융그룹은 다르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사실상 개인회사인 미래에셋캐피탈을 주축으로 미래에셋증권 등 핵심 자회사를 지배하고 있다.
미래에셋캐피탈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은 지난 6월말 기준 1조원이 훌쩍 넘는다. 현재 시가로 따져보면 미래에셋생명 지분 26.24%(2760만여주)의 값어치가 3064억원, 미래에셋증권 지분 36.98%(1549만여주)이 7204억원에 달한다. 미래에셋생명 지분 가치는 최근 미래에셋증권에 지분을 매각한 가격(주당 1만1102원)을, 미래에셋증권은 22일 종가(4만6500원)를 적용했다.
미래에셋캐피탈의 6월말 기준 자기자본(별도기준)은 4630억원이다. 여전법이 개정된다면 미래에셋캐피탈은 현재 가치로 5637억여원에 달하는 계열사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셈이다. 미래에셋생명 지분 전체에 미래에셋증권 지분의 거의 절반을 내놔야 하는 규모다.
지분을 매각하기 싫다면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끌어올려야 한다. 미래에셋캐피탈은 박 회장 본인이 48.69%를 직접 보유하고 있으며, 역시 박 회장의 개인회사인 미래에셋컨설팅과 그 자회사 미래에셋펀드서비스가 각각 14.14%, 13.4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즉, 미래에셋캐피탈의 대규모 증자를 위해선 박 회장의 쌈짓돈을 수천억원이나 꺼내야 한다.
여전법 개정안은 법이 시행된 이후 위반 사항에 대해 3년의 유예기간을 적용하고 있다. 올해 말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미래에셋캐피탈은 2018년까지 지분을 처분하거나 자기자본을 크게 확충해야 한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미래에셋캐피탈은 금융지주회사로 전환될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다. 미래에셋캐피탈 중심 그룹 지배구조도 개편이 불가피하다. 박 회장이 캐피탈의 자본확충 또는 지분 매각의 과정에서 재무적투자자(FI) 등 제3자를 끌어들일지도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