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성동조선 합병 "아이디어였지만…현실성 부족"
입력 2014.08.25 09:02|수정 2014.08.25 09:02
    [Weekly Invest]
    채권단 측 "아이디어 차원으로 논의했지만 추진 안 해"
    합병 과정서 풀어야 할 난제 수두룩해 '시기 상조'
    • [08월24일 09: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최근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의 합병 가능성이 제기되며 실제 실행 여부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됐다. 하지만 양측 채권단 측이 "사실무근"이라며 합병설(說)을 일축하자 높았던 관심은 금세 사그라진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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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동조선해양의 LR1 탱커선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은 채권단과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율협약을 체결하고 각각 2013년, 2010년부터 채권단 공동 관리를 받고 있다. STX조선해양 채권단은 주채권은행 산업은행을 비롯해 수출입은행·농협은행 등 8개 기관으로 구성돼 있다. 성동조선은 수출입은행이 주채권은행이며 우리은행과 무역보험공사 등이 채권단에 포함됐다.

      STX조선과 성동조선의 합병은 전략적 측면에서 이상적인 시나리오로 꼽혔지만 실행은 되지 않았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이는 STX조선이 채권단 공동관리 체제로 들어설 때 아이디어 차원에서 논의되기도 했지만 의미있는 아이디어는 아니라 실제 추진은 안 됐다"고 전했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방안이 다시 부상한 것은 두 회사의 경영 정상화가 지지부진했기 때문이다. 성동조선은 채권단 관리를 받은 지 5년이 됐지만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STX조선 채권단은 지난해 2.7조원의 자금 지원을 결의했다. 이후 1년도 지나지 않아 추가 부실 우려가 제기됐고 채권단 투입 금액은 4조원까지 불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두 회사의 합병은 구조조정에 속도를 낼 수 있는 방안으로 거론됐다. 회사를 합쳐 규모를 키우고 수주 경쟁력을 강화해 수익성 개선뿐 아니라 향후 매각 가능성도 높아진다. 채권단은 회사를 관리해야 하는 부담도 덜 수 있다.

      성동조선으로서는 5년 간의 기나긴 채권단 공동관리를 벗어날 돌파구가 될 수 있다. STX조선 입장에서는 중국 조선소 STX다롄 가동 중단의 여파를 신속하게 만회할 수 있다. STX다롄은 STX그룹이 3조원을 투입해 만든 초대형 중국 조선소로 불황으로 인해 작년 5월부터 사실상 가동이 중단 됐다.

      한계 기업을 정리해 구조조정을 한다는 측면에서도 합리적인 방안이었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군소 조선사들까지 따지면 조선사가 많아 헐값 수주 등의 문제점이 많았다"며 "합병으로 한계기업이 정리되면 심화된 경쟁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풀어야 할 난제들이 너무 많아 합병 실행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앞으로 합병 절차가 논의될 지도 불투명하다.

      우선 STX조선과 성동조선 중 어느 법인이 합병 주체가 될지 결정하기 쉽지 않다. STX조선과 성동조선의 주채권은행부터가 다르다. 수출입은행은 두 회사에 모두 여신이 있지만 산업은행은 STX조선 채권만 갖고 있는 것도 문제다. 채권단도 한두 군데가 아니다. 의견 조율이 안 되면 입장 차만 확인한 채 합병 자체가 무산될 우려가 있다.

      두 회사가 완전 자본잠식 상태인 점도 변수다. 합병 법인 등기가 법적으로 가능한지도 따져봐야 하는 데다 합병으로 재무구조가 개선될 지도 미지수다. 게다가 대주주가 채권 금융기관인 터라 합병 이후 회사 경영진을 어떻게 구성할 지 선택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다른 관계자는 "성동조선은 구조조정한지 5년이 됐지만 STX조선은 채권단 관리를 받기 시작한지 이제 1년 정도밖에 안 됐기 때문에 합병을 거론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워낙 많아 아마 당장 가시화 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