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차원 경영진단 후 플랜트 설계역량 강화 필요성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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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월01일 16:12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삼성중공업이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병을 통해 설계 역량 강화에 나선다.
삼성그룹은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플랜트 사업에서 설계능력 부족으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자 양사의 합병을 결정했다. 건설·조선 업계에선 해외 엔지니어링 업체에 대한 추가 인수·합병(M&A)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1일 이사회를 열고 합병을 결정했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이번 합병을 통해 오일메이저를 비롯한 고객들에게 육상과 해상을 모두 아우르는 토탈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합병 후에는 합병 법인의 사명 변경도 검토하고 있다.
양사 합병의 주된 이유는 플랜트 설계 역량 강화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육상플랜트 사업을,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양사는 플랜트 사업에서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는데 설계 능력 부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3분기 746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중동지역에서 진행한 플랜트 공사에서 예상외로 비용이 많이 투입되면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1분기 해양플랜트 사업에서 대규모 적자를 냈다. 설계 능력이 부족하다 보니, 설계과정에서 사업의 수익성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것이 문제가 됐다.
삼성그룹은 플랜트발(發) ‘어닝쇼크’에 두 회사에 대한 경영진단에 들어갔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에, 삼성중공업은 현재까지도 고강도 경영진단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합병 결정도 두 회사의 경영진단 결과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조선 업계에선 이번 합병으로 양사가 자체 설계 역량을 강화할 것으로 봤다. 국내 한 증권사 연구원은 “삼성엔지니어링의 육상 플랜트 설계 인력이 해양플랜트 설계까지 할 수 있도록 역량 강화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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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선 이번 합병을 반기는 분위기다. 종합 EPC(Engineering, Procurement and Construction; 설계, 구매, 제작) 업체로 성장하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란 설명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이 해양플랜트에서 설계 부족으로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바 있어, 종합 EPC 업체로 성장하기 위해선 설계 역량 강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합병이 이뤄진 후 해외 엔지니어링 업체에 대한 추가 M&A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플랜트 사업에서 적자를 기록해 단시일 내 M&A를 추진하긴 힘들지만, 사업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면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용희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이번 합병은 해양플랜트 프로젝트에서 프랑스의 테크닙, 미국의 KBR 등 해외 엔지니어링 업체에 의존했던 기초 설계 부문의 역량 강화차원이다”라며 “양사가 합병한 이후 중장기적으론 해외 엔지니어링 업체 M&A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양사가 사업부문이 겹치지 않는다는 점도 합병 후 시너지 차원에서 긍정적이란 설명이다. 양사 합병 후 기존 사업부문의 인력 구조조정이나 감축 없이 플랜트 설계 역량 강화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세련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업부 조정에 드는 비용 없이,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플랜트 부분에서 역량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선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다만 단기적으론 사업 시너지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란 예상이다. 양사 모두 부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 이 프로젝트들이 정리되고 난 후에야 합병 시너지가 날 것이란 전망이다. 김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이 지난 1분기 대규모 손실을 인식한 해양플랜트 사업이나, 삼성엔지니어링의 중동 사업 등 손실이 발생한 사업이 끝난 후에야 합병 시너지가 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이번 합병으로 인력감축은 없다고 밝혔다. 양사의 사업부문이 겹치지 않아 사업부 조정을 위한 인력 구조조정은 필요하지 않다는 견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합병은 플랜트 사업 설계 역량 강화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다”라며 “양사 합병에 인한 인력 구조조정 등 인력감축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