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새 현금성자산 2배 이상 증가
시장참여자 "현금만 쌓지 말고 전략 보여달라" 주문
현대·기아차 "지금은 방어적 운영방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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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월31일 12: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곳간'이 날로 풍성해지고 있지만, 그만큼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시장에선 미래를 위해 곳간문을 열어 적극 투자에 나서라지만, 회사는 '방어적 운용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금융위기 이후 괄목한 성장을 일궈냈다. 2008년 418만대였던 판매량은 지난해말 기준 756만대로 증가했다. 해외생산·판매가 성장을 견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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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동안 곳간도 빠르게 채워졌다. 2010년 10조원 수준이던 현금성자산은 2014년 6월 기준으로 23조원으로 두 배 넘게 증가했다. 매출 증가 속에 무리하게 시설투자(CAPEX)를 늘리지 않은 결과다.
현대·기아차는 당분간 방어적인 자세로 투자를 늘려나가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은 대외변수가 많아 변동성을 대비해 현금 보유를 늘리면서 준비하고 있다”며 “방어적인 운영방침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의 이런 운영방침에 대해 투자자들은 지나치게 움츠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미 공장가동률이 11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증설 등 적극적인 투자활동에 나서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은 미래차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현대·기아차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점도 지적거리로 꼽힌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의 공장 가동률이 통상 60~70%인 점을 고려하면, 현대·기아차가 시설 투자를 통한 라인업 확대에 자신이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증권업계는 앞으로의 전략을 보여줬으면 한다는 의견이다. 현대·기아차가 이미 생산량에선 글로벌 탑 메이커 수준에 도달했지만, 그다음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증권사 연구원은 “현대·기아차가 라인업을 늘렸다고는 하나 차별화 면에선 아직 부족하다”며 “앞으로 프리미엄 라인업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나 해외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든지 하는 전략을 분명히 제시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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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투자자들의 요구에도 현대·기아차가 선뜻 움직이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자동차 시장이 급격하게 변하는 시기에 후발주자인 현대·기아차가 선도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부담일 것이란 설명이다. 더불어 현대·기아차가 양적 성장을 기대하는지, 아니면 질적 성장을 모색하려고 하는 것인지 모호한 점도 투자의 방향성을 결정하기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공장 증설 등 양적인 성장 대비 디자인이나 브랜드 파워 등 질적 성장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라서 현대·기아차 입장에서도 방향을 정해서 과감한 투자에 나서기 힘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가 독보적 우위를 가진 시장이 없다는 점도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이유로 거론됐다.
증권사 연구원은 “폴크스바겐은 유럽·신흥 시장 1위, 도요타는 일본지역 및 하이브리드 자동차 1위, 제너럴모터스(GM)는 미국 시장 1위라는 독보적 영역이 있지만, 현대·기아차는 국내 시장을 제외하곤 이렇다고 할 우위를 점한 시장이 없다”며 “현대·기아차 내부적으로도 2010년 도요타와 같은 대규모 리콜 사태를 겪으면 회복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스스로도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버팀목이었던 국내 시장마저 점유율 하락으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현대차 직영 판매점 매니저는 “심리적으로 느끼는 내수 점유율 70%와 69%는 하늘과 땅 차이다”라며 “같은 값이면 소비자들이 연비 좋은 외제 디젤차로 많이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현재로선 공격적 투자에 나서기보단, 안정적으로 현금을 쌓으면서 신흥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겠다는 계획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함께 앞으로 브릭스(BRICs) 및 미개척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을 계획”이라며 “일부에서 나오는 동남아 진출에 대해선 현재로선 계획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