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테크닉스, 신사업 찾아 증자만 세번째…믿을건 '삼성'뿐
입력 2014.09.04 08:50|수정 2015.07.22 09:39
    내년까지 ESS 투자…삼성SDI와 배터리 사업 공조 포석
    LED·태양광·무선충전기 등 잇딴 투자 미스…3년간 매년 증자
    • [09월01일 16:25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삼성 덕분에 컸고, 삼성 때문에 위기에 처했던 한솔테크닉스가 또 다시 삼성을 믿고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투자에 나섰다. 최근 3년간 매년 대규모 증자를 통해 신사업 확보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성적표는 신통치않다.

      한솔테크닉스는 이번 증자를 통해 독자생존이 가능한 수준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 중인 한솔그룹은 올 연말 지배구조가 재편되면 이전처럼 한솔테크닉스에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기 어려워진다.

    • 한솔테크닉스는 지난달 말 668억원 규모 주주배정 후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주가 하락분 등을 감안하면 실제 조달하는 현금은 600억원 안팎이 될 전망이다. 조달 자금 중 일부는 최근 3~4년새 크게 늘어난 차입금 일부를 갚고, 나머지는 ESS 설비와 솔라 모듈 시설 등 신사업 투자 용도로 활용한다.

      ESS사업은 한솔테크닉스가 올해 중점을 두고 있는 신사업 중 하나다. 한솔테크닉스는 최근 배터리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삼성SDI와의 제휴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LCD TV용 백라이트유닛(BLU)을 생산하며 쌓은 조립 노하우를 바탕으로 ESS 부문에서 핵심 협력사가 되겠다는 포석이다.

      600억여원의 자금 중 200억여원이 클린룸·컴베어라인 등 ESS설비 투자에 쓰일 예정이다. 투자 기간은 내년 12월까지다. 이외에도 최근 수익성이 좋아진 솔라 모듈 조립 설비에도 100억여원의 자금이 쓰인다.

      한솔테크닉스는 범(凡)삼성 계열사로 삼성 TV의 주요 부품인 BLU를 생산해왔다. 삼성이 2010년 이후 TV 제조라인을 중국으로 옮기며 한솔테크닉스에 위기가 찾아왔다. 2010년 1조3500억원에 달했던 BLU 부문 매출은 지난해 149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주력 먹거리가 부실해지자 한솔테크닉스는 2010년 405억원, 2012년 505억원, 2013년 537억원을 증자하며 신규 사업 확장에 나섰다. 유기발광다이오드(LED) 잉곳 및 웨이퍼 설비, 태양광 잉곳 및 웨이퍼 설비, 스마트폰용 무선충전기 사업 등이 대상이었다.

      결과적으로 신사업은 모두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12년 활짝 열릴 거라던 LED 시장의 개화는 늦어지고 있다. 지난해 증자 자금 중 242억원을 LED에 투자할 계획이었던 한솔테크닉스는 83억원만 집행하고 나머지는 운영자금으로 돌렸다. 태양광 업황 악화로 2012년 태양광 잉곳사업 부문을 철수하며 362억원의 손실을 냈다.

      지난해 유상증자의 테마였던 무선충전기는 삼성전자에서 단가를 이유로 채택을 미뤘다. 253억원을 들여 양산 라인을 설치할 계획이었으나, 11억원을 들여 제품 개발만 하고 말았다. 남은 자금은 솔라모듈 투자와 차입금 상환 등에 활용했다.

      올해 증자의 테마 역시 핵심은 삼성이다. ESS는 물론, 지난해 50억원을 출자한 계열사 한솔베트남도 삼성과의 합작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한솔베트남은 베트남 현지 삼성전자 공장과 협업해 휴대폰 부품 조립 등을 담당하게 된다.

      2011년부터 계속 영업적자를 내오던 한솔테크닉스는 지난 상반기 1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삼성전자가 울트라하이데피니션(UHD) TV 등 대형 TV에 집중하며 BLU 부문 수익성이 좋아진데다, 태양광 모듈 쪽에서 꾸준히 실적을 내준 덕분이다. 여기에 조립 노하우를 살린 ESS 신사업과 자회사 한솔베트남이 성공적으로 정착한다면 지난 3년 간의 하락세를 반전시킬 수도 있다.

      다만 한솔테크닉스의 위험요소 역시 삼성이다. 지난해 무선충전기를 채택하지 않았던 삼성이 한솔테크닉스에 얼마만큼의 '의리'를 지킬 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증자가 한솔그룹 차원에서 한솔테크닉스에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는 마지막 거래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대주주인 한솔제지가 올 연말 기업분할을 통해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쪼개지는 까닭이다. 새로운 최대주주가 될 한솔홀딩스(가칭)는 순수지주회사로 지금의 한솔제지처럼 주주배정을 통해 수백억원을 지원하긴 어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