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삼성전자, M&A 딜레마
입력 2014.09.04 08:54|수정 2014.09.04 08:54
    [Weekly Invest]
    최근 2건의 M&A 진행…이재용 부회장 존재감 부상
    수익성 감소세속 잇따른 M&A에 신용도 저하 가능성
    • [08월24일 12: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이재용 체제의 삼성전자는 달라질 것인가. 과거 기업 인수합병(M&A)에 소극적이었던 삼성전자는 최근 5일간 2건의 M&A를 성사시켰다. 재계에선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삼성전자가 M&A로 활로를 찾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M&A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수익성 감소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M&A 비용이 증가하게 되면 삼성전자의 신용도 저하가 불가피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와 인수 기업 간의 화학적 융합도 과제로 꼽힌다.

      ◇ 삼성전자, 5일간 M&A 2건…"이재용 체제 이후 M&A 인식 달라져"

      삼성전자는 2007년부터 현재까지 총 21건의 M&A를 단행했다. 2007년과 2009년, 2010년에는 각각 1건씩에 불과했고, 2008년에는 전무했다. 2011년에는 3곳, 2012년과 2013년엔 각각 5건, 6건의 M&A를 진행하는데 그쳤다. 구글·애플 등 글로벌 IT기업들이 M&A에 활발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그랬던 삼성전자가 최근 5일 동안 2건의 M&A를 잇따라 성사시켰다.

      삼성전자는 지난 14일 미국의 사물인터넷(IoT) 개방형 플랫폼 개발 회사인 스마트싱스(SmartThings)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인수금액은 약 2억달러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싱스는 집안의 가전제품을 스마트폰으로 조정할 수 있는 키트(Kit)를 생산·판매한다. 삼성전자의 가전제품들을 묶어 스마트홈을 만드는 데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 나름(?) 거액의 자금을 들여 인수했다.

      19일에는 미국 공조전문 유통회사 콰이어트사이드(Quietside)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인수금액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외신에 따르면 2400만달러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콰이어트사이드는 500여개 유통망을 통해 미국·캐나다 등 북미지역에서 사업을 전개 중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수를 통해 시스템에어컨 등 공조제품의 북미 시장 공략 강화와 함께 B2B(기업간거래), 스마트홈 등 신성장 사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 이미지 크게보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지난 17일 중국 난징 페어몬트 호텔에서 열린 올림픽 후원 계약식에서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왼쪽)과 계약서에 사인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홈 사업 강화를 위해 과감한 M&A 행보를 보이자 재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전면에 나선 이후 삼성전자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스마트폰발(發) 위기가 예상보다 빨리 찾아와 이를 돌파하기 위해 M&A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급변하는 IT업계에서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 때는 직접 인력을 양성하고 제품을 개발하는 시스템 보다는 경쟁력 있는 회사를 인수하는 것이 낫다"며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선 보수적이었던 삼성전자도 M&A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는 흐름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최근 탄탄한 자금력을 갖춘 중국 업체들이 공격적인 M&A를 통해 몸집을 불리며 삼성전자를 위협하는 것, 정부가 사내유보금에 대해 과세를 하려는 움직임 등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그동안 이건희 회장에 가려졌던 이재용 부회장이 M&A를 진두지휘함으로써 그룹 내 존재감을 강화하려는 포석이 깔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 "수익성 약화 속 잇따른 M&A, 신용도 부정적 영향 미칠 수 있어"

      삼성전자의 M&A 확대를 긍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삼성전자가 60조원이 넘는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다지만 수익성이 예전만 못하기 때문에 제기되는 지적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013년 16%였던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이 2014~2015년에는 12~14%로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폰 사업 부진이 예상보다 커 영업이익률이 10% 이하로 떨어질 경우 신용등급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재무정책 또는 성장전략이 공격적으로 바뀌면 신용도에 부정적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S&P는 그 사례 중 하나로 '예상보다 큰 규모의 기업인수'를 꼽았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한창 좋을 때 M&A를 확대했다면 큰 문제가 아니었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며 "실적이 떨어지는 가운데 M&A 확대 기조를 이어간다면 삼성전자의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특히 배당을 늘리기 원하는 투자자들의 불만도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삼성그룹이 M&A 효과를 제대로 끌어내지 못한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삼성그룹이 지난 10년간 M&A를 통해 편입시킨 후 현재까지 생존해 있는 계열사는 7개사에 그친다. 그 중 삼성메디슨 정도가 대형 M&A에 속한다.

      2011년에 삼성에 편입된 삼성메디슨은 현재 국내 초음파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글로벌 초음파기기 시장에서도 5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 의료기기 부문에서는 삼성이 인수한 이후로 부진하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2012년 308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이 2013년 7억원으로 급감했고, 지난 1분기에는 6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메디슨은 벤처기업 성격이 강한 의료기기 업체이다. 관리 중심의 삼성 조직문화 때문에 조직 내의 반발이 컸고, 이 때문에 인력 이탈도 있었다. 인수기업과 피인수기업 간의 화학적 융합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M&A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M&A가 중소형 기술 중심 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M&A 효과 부재가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며 "삼성전자가 인수를 고려하는 기업 후보군도 '삼성전자에 인수되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라는 인식을 갖게 될 수 있기 때문에 이재용의 삼성전자가 M&A를 통해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가 관심"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