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록과 '밀월' KB지주 이사회, 말 갈아타나
입력 2014.09.16 13:00|수정 2014.09.16 13:00
    이사회 의지로 임영록 회장 만장일치 추천…비은행 확장 적극 지지
    "옹호할 것" 예상 깨고 사퇴권고…해임하면 차기 회장도 이사회가 선임
    • [09월16일 09:3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사진)이 사장이던 시절부터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 온 KB지주 이사회가 임 회장과의 '거리 두기'에 나섰다.

    • 당초 시장에서는 오랫동안 돈독한 관계를 맺어온 이사회가 임 회장을 직·간접적으로 옹호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있었다. 그러나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직접 그룹 정상화를 언급하며 압박하자 본인들의 자리 등을 감안해 등을 돌린 것으로 분석된다.

      임 회장과 이경재 의장 등 KB지주 이사회의 관계는 지난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재정경제부 차관 출신으로 지주 사장에 선임된 임 회장은 지주 이사회와의 관계 유지에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임 회장은 ING생명보험 인수 건으로 일부 사외이사와 대립을 벌였던 어윤대 전 회장의 후임으로 지난해 6월 낙점됐다. 사외이사 9명 전원으로 구성된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만장일치로 임 회장을 추천했다. 당시 회장직을 둘러싸고 외압설과 내정설이 끊이지 않았지만, 이사회의 의지가 가장 강력하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이후 이사회는 임 회장의 비은행 부문 확장 정책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지난해 11월 우리파이낸셜·우리F&I 인수를 위한 최종제안서 제출, 12월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인수를 위한 최종제안서 제출 등에 반대 없이 전원 찬성(결석 1인 제외)했다. 올해 들어서도 이사회는 LIG손해보험 인수 등 이사회에 상정된 모든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사회의 사외이사들은 임 회장과의 우호적 관계를 바탕으로 올초 대거 임기를 연장했다. 9명의 사외이사 중 이경재 의장을 비롯해 김영진·황건호·이종천·고승의 이사 등 5명이 임기를 1년씩 늘렸다. KB지주 내규상 이사의 임기는 2년이며, 1년 단위로 중임할 수 있다.

    • 사외이사 신규 추천 및 임기 연장은 이사회 내 사외이사추천위원회(사추위)에서 담당한다. 사추위의 위원은 5명으로 임 회장을 비롯해 사외이사 4명이 참석한다. 임 회장과 사외이사들의 관계가 좋다면 얼마든지 중임할 수 있는 '그들만의 리그'인 셈이다. 이번에 1년 중임이 결정된 사외이사 중 의장과 고승의 이사가 사추위에 소속돼있다.

      이런 관계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임 회장이 금융당국과 극한 대립을 펼치는 와중에도 이사회가 쉽게 등을 돌리진 않을 거라고 전망했다.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의 경징계 방침을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중징계인 문책경고로 뒤집었지만, 문책경고 수준으로는 지주 이사회가 움직이지 않을 거라는 예상이 주를 이뤘다.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한 건 지난 12일 금융위원회가 임 회장의 제재 수준을 문책경고보다 한 단계 높은 직무정지로 높이면서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징계 결의 직후 이경재 의장을 만나 KB지주의 조속한 정상화를 요청했다. 이는 임 회장에 대한 결단을 내리라는 촉구로 시장에서 받아들여졌다.

      이사회는 결국 17일 이사회를 소집하고, 그에 앞서 15일 간담회 형식의 모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일부 사외이사의 반대에도 불구, 임 회장에게 사실상 사퇴를 권고하는 목소리를 모았다. 만약 임 회장이 사퇴를 거부하면 17일 이사회에서 해임 안건을 논의하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만약 임 회장이 해임되면 KB지주는 회추위를 구성해 신임 회장 선임 절차에 착수하게 된다. 지주 내규상 회추위는 이번에도 이 의장을 비롯한 사외이사 9명 전원이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