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다각화에 5000억 들인 대신證, 차라리 우리證 인수했더라면
입력 2014.09.18 08:00|수정 2014.09.18 08:00
    양홍석 사장 3세 승계 포석
    핵심업종서 먼저 승부 봤어야
    • [09월17일 10:21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최근 3년새 5000억원을 들여 사업을 다각화한 대신금융그룹을 두고 업계 안팎에서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저축은행을 인수하고, 자산운용을 강화하고, 부실채권(NPL) 투자관리회사를 사들이며 영역을 확장했지만 그룹 자체가 시장을 뒤흔들만큼 영향력 있게 성장하진 못했다는 것이다.

      차라리 조금 무리해서라도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해 그룹의 뿌리와 같은 증권업에서 부동의 1위자리를 차지하는 게 더 낫지 않았겠느냐는 지적이다. 창업주의 손자인 양홍석 사장이 경영일선에 나서며 '금융그룹'이라는 틀을 세웠지만 방향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 대신증권은 2011년 이후 모두 5124억원을 사업 다각화를 위해 투자했다. 2011년 대신저축은행을 1180억원에 매입했고, 이듬해 대신자산운용에 260억원을 증자했다. 대신자산운용은 이 자금 중 일부로 미래에셋 출신 스타펀드매니저 서재형 대표가 이끄는 한국창의투자자문을 인수했다.

      지난 5월엔 NPL 전문회사 우리F&I(현 대신F&I)를 인수했다. 최근엔 IB사업단 내 프라이빗에쿼티(PE) 사업부 분사 절차를 추진 중이다. 대신증권을 중심으로 각각 전문금융 영역을 담당하는 자회사를 수직계열화해 금융그룹의 토대를 갖춘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양 사장이 경영일선에 나선 2010년 이후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양 사장은 부사장이던 2010년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이후 대표로 재임하는 동안 저축은행 인수 등 굵직한 인수합병(M&A)이 진행됐다. 2012년 대표이사에서 물러났지만 등기이사직을 유지했고, 올초 등기이사로 재선임됐다.

      잇딴 M&A의 성과를 판단하는 시각은 제각각이다. 일각에서는 자산 규모 면에서 대형사들과 경쟁이 어려운 대신이 대형금융그룹처럼 다각화에 나설 것이 아니라, 핵심업종인 증권업에서 승부를 먼저 봤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는다.

      대신F&I는 유암코(UAMCO)와 NPL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전문회사다. 연간 500억~600억원의 영업이익을 창출해왔다. 다만 국내 NPL 시장의 경우 규모가 한정된 상황에서 유암코의 존속 기한이 연장되고, 화인자산관리·외환에프앤아이가 신규 진출하며 경쟁 강도가 강해지는 추세다.

      대신저축은행은 인수 2년 만에 올 상반기 영업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저축은행업 특성상 규모 확대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계 저축은행이나 금융지주계열 저축은행과 비교해 조달 코스트를 낮추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자산운용 계열은 증시 침체로 인한 업황 부진으로 올 상반기에도 영업적자를 냈다.

      5000억원을 들여 그룹의 기틀을 세웠지만, 시장 지배적 지위를 갖추거나 동종업계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계열사는 찾기 어렵다는 평이다. 대형화·승자독식 구조가 심화되는 금융시장에서 생존에 필요한 경쟁력을 완전히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신증권이 재무적투자자(FI) 등을 유치해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했다면 자산 규모에서 명실상부한 증권업계 1위가 될 수 있었다. 증권업으로 그룹의 중심이 쏠린다는 부담은 있지만, 시장 1위의 프리미엄이나 종합금융투자사업자 라이선스 등을 고려하면 그만큼 성장의 기반을 더 다질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이어룡 대신증권 회장과 그 장남인 양 사장이 3세 승계구도를 고민하며 업황 부침이 심한 증권업 의존도를 낮추려 한 게 아니냐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다만 그 방향이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신은 은행계 금융지주들의 확장 모델보다 한국투자금융지주의 모델을 따라갔어야 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며 "실적 부침이 심한 증권업에 올인할 수 없다는 경영적인 판단이었겠지만 결과적으로 투자 규모 대비 실익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