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사태, 최후에 웃는 자는 이경재 의장?
입력 2014.09.18 08:54|수정 2014.09.18 08:54
    회장·행장 인사 관여하고도 이번 사태 방관
    임 회장 물러나면 새 회장 추천·대행 체제 등 이 의장에 힘 실려
    • [09월17일 14:06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금융권 안팎에서 이경재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사진)에 대한 '책임론'이 대두하고 있다.

      KB금융 사태에 대한 책임을 함께 져야 할 이 의장이 금융당국에 힘을 실어주며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왔던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을 내치는 데 일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의장이 KB금융의 '실권'을 잡게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 이경재 의장은 2010년 3월부터 KB금융 이사회를 이끌어 왔다. 이사회 의장이지만 지주 회장과 은행장의 다툼을 사실상 방관했다. 그리고 징계가 확정되자 금융당국의 의지에 따라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의 사퇴를 압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의장으로서의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끊이지 않는다.

      이 의장은 한국은행에서 36년을 재직하고 금융결제원장과 기업은행장을 거친 금융계 원로이자 KB금융 이사회 최연장자(1939년생)로, 이사 선임과 동시에 의장을 맡았다.

      이 의장은 일각에서 '실세 의장'이라 부를 정도로 이사회 활동에 깊숙히 관여해왔다. 지주와 은행으로 이원화돼있던 인사 권한을 지주로 합쳐 지주 회장이 계열사대표추천위원회(계추위)를 통해 은행장을 선임할 수 있도록 주도한 게 이 의장이다.

      이 의장은 2010년부터 회장과 사외이사 2명이 참여하는 계추위 위원으로 활동했다. 지주 이사회의 핵심인 사외이사를 추천하고 중임 여부를 결정하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도 빠짐없이 참여했다. 이 의장은 올해 3월을 포함해 세 차례 이사를 중임하며 고승의 이사와 함께 가장 오랜 기간 이사회에 재직하고 있다.

      이경재 의장은 2012년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이 추진하던 ING생명 인수를 무산시키는 과정에서 당시 임영록 KB금융 사장과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ING 인수 무산은 어 전 회장의 연임을 가로막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후 임 사장이 회장직에 오르는 데도 이사회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ING생명 인수에 반대했던 이 의장과 사외이사들은 임 회장이 LIG손해보험 인수에 나서자 적극적으로 찬성표를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 간의 내분이 표면화한 이후엔 이 의장의 모습을 보기 어려웠다. 이사회 의장은 은행과 지주의 인사에 권한과 책임을 갖고 있는 중요한 자리지만, 이 의장은 금융당국의 결정만 기다렸다는 지적이다.

      이는 지난 2010년 신한금융 사태와 대비된다. 신한금융 이사회는 신상훈 당시 신한금융지주 사장이 신한은행으로부터 고발당한 지 열흘 만에 직무정지를 결의했다. 이후 특별위원회를 구성,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당시 전성빈 이사회 의장은 파국을 막기 위해 양쪽을 오가며 중재의 노력을 다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 의장은 사태가 수습되자 "책임을 지겠다"며 연임을 고사하고 의장직에서 물러났다.

      반면 KB금융 이사회가 취한 행동은 임 회장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직무정지 처분을 당하자 정식 이사회가 아닌, 간담회를 마련해 "KB금융 조직안정을 위해 임 회장 스스로 현명한 판단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모았을 뿐이다.

      이 의장은 임 회장이 사퇴 거부 의사를 명확히 하자, 해임을 반대하는 일부 사외이사 설득에 나섰다. 신제윤 금융위원장과의 면담 후 금융당국의 입장을 받아들여 임 회장에게 책임을 물은 것이다.

      임 회장이 해임되면 KB금융은 사외이사 전원이 참석하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새로운 회장 선임 절차에 나서게 된다. 만약 분쟁이 길어지면 당분간 회장 대행체제를 유지하다 내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새 회장을 선임할 수도 있다. 어떤 방향이 됐건 이사회의 수장인 이 의장에게 힘이 실리게 된다.

      현재 상황에선 이 의장이 혼란에 빠진 KB금융을 수습하는 '맏어른' 역할을 맡고, 이를 기반으로 영향력을 넓혀가며 의장직을 계속 유지하는 경우의 수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의 파국을 수수방관한 이경재 의장과 지주 이사회가 임 회장 해임을 발판삼아 계속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회장·은행장 인사권을 가진 최고의결기구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지 않는 게 바람직한 모습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의장은 지난 2010년 이사회 의장으로 취임한 직후 "KB금융의 이익 창출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이사회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1년 연결기준 3조3983억원이었던 KB금융지주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2조269억원으로 급감했고, 올 상반기에도 1조원 수준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