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10조 베팅, 승자의 저주 가능성 높아"
입력 2014.09.18 15:50|수정 2014.09.18 15:50
    실질인수가 3.3㎡당 5억원 육박…기부체납 등 추가 비용 고려
    한전·서울시 드러난 승자…부채비율 20%p 하락·세수 수천억원 예상
    "통합 사옥, 상징성은 있어도 경제성은 낮아"
    • [09월18일 14:3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서울 삼성동 한전부지를 낙찰 받은 현대자동차그룹은 ‘고가 매입이 아니다’는 입장이지만 ‘승자의 저주’ 논란을 비켜가긴 어려워 보인다.

      한전부지의 토지 면적은 7만9314.80㎡로 3.3㎡당 거래가격이 4억400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추가 비용 및 제약조건 등을 감안했을 때 인수가는 12조원, 3.3㎡당 가격은 서울 강북지역 중형 아파트 한채 가격에 맞먹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 3.3㎡당 4.4억...기부체납 변전설비 감안하면 5억원 내외

      서울시가 내놓은 삼성동 한전 본사부지 개발 가이드라인을 감안하면 값이 또 달라진다. 서울시는 땅값의 40%에 해당하는 토지나 시설, 시설설치 비용을 공공기여(기부체납)로 받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땅값은 현대차가 인수하는 가격이 아닌 별도의 감정평가를 거쳐 결정된다. 감정평가 가격은 한전이 입찰 전에 밝힌 감정평가가격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전의 감정평가가격에는 서울시의 코엑스~잠실종합운동장 일대 종합발전계획 등이 반영돼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가 지불해야 할 40%의 가치는 약 1조3000억원 내외가 될 전망이다.

      현재 한전 부지 내에 있는 전력 및 변전소 설비 등이 자리하고 있는 부분은 개발 제약 요소이다. 이 같은 가치 훼손 분을 반영할 경우 현대차의 한전부지 인수 비용은 10조5500억원에서 12조원 내외로 상승한다. 실질 인수가격은 3.3㎡당 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 서울시, 수천억원 세수 확보…일단 4255억원, 건물 신축시 ‘수천억’ 추가

      우선, 취득에 따른 세금 4%가 있다. 낙찰가인 10조5500억원에서 기부체납할 40%의 가치(1조3000억원, 감정평가가격으로 추정)를 제외한 9조2500억원에 취득세가 부과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지방교육세(0.4%)와 국세인 농어촌 특별세(0.2%)도 내야 한다. 취득세와 기타 세금을 더하면 4255억원에 달한다. 이에 비하면 현대차가 내야할 재산세는 4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재산세는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산정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한전 부지를 ‘한국판 아우토슈타트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건물을 새로 지으면 또 취득세와 재산세가 부과된다. 한전부지는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으로 건물 신·증축시 지방새 3배 중과가 적용된다. 취득세율이 12%까지 오른다. 과표는 신고가액과 시가표준액 중 높은 금액이다.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이 예상된다. 과밀부담금, 교통유발부담금, 환경개선부담금도 납부해야 한다. 이번 한전부지 매각의 숨은 승자가 서울시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이다.

      한전은 이번 매각으로 향후 1년간 20%포인트가량의 부채비율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6월말 기준 한전의 부채비율은 207%이며 오는 2017년까지 14조7000억원의 부채를 줄이고 부채비율을 143%까지 낮추겠다고 보고한 바 있다. 한전의 현재 총 부채 규모는 107조원에 달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의 10조5500억원 베팅은 부채축소에 가장 큰 공을 세운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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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공=서울시. 국제업무·전시·컨벤션·문화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통합 개발된 잠실종합운동장(왼쪽부터), 한국전력공사 부지, 코엑스 일대 지역을 북쪽에서 남쪽으로 바라본 조감도. 서울시가 이해를 돕기 위해 만든 그림으로, 세부 계획 수립 과정에서 일부 모양이 변경될 수 있다.

      ◇ "7조~8조원 '적정'…10조원 승자의 저주 구간"

      최대 관심은 승자의 저주 여부이다. 용산역세권개발을 삼성물산 컨소시엄에 내주고, 성수동 뚝섬부지 개발까지 막힌 후 현대차그룹이 남은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이지만 인수가격이나 향후 개발 가치에 대한 의문이 크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현대차가 뛰어든 이상 7조~8조원 정도를 인수가격으로 써낼 것으로 예상했지만 10조원은 지나치게 높다”며 “자체 분석 결과 10조원 수준이면 승자의 저주 가능성이 높은 구간”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현대차는 “부지 매입 비용을 제외한 건립비 및 제반 비용은 30개 입주 예정 계열사가 8년간 순차 분산투자할 예정으로 사별 부담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그룹 통합사옥 부재로 인해 계열사들이 부담하는 임대료가 연간 2400억원(보증금 금융비용 부담 포함)을 웃돌고 있다고 강조했다.

      2400억원이란 임대료가 큰 금액이긴 하지만 부지 매입비와 개발비용 등에 20조원이 들어가는 점, 향후 건물 유지 관리 비용 등까지 전체적으로 고려했을 때 어느 쪽이 경제적인지는 따져볼 문제라는 지적이다.

      현대차의 품질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 기술 및 제품 개발보다는 구시대의 부동산 가치 상승을 통한 기업가치 유지를 노리고 있다는 우려도 일고 있다. 사실 시장에서 가장 우려하는 대목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