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현대車 주주, 의사결정 참여도 주식매수청구도 '不可'
입력 2014.09.22 08:30|수정 2015.07.22 09:32
    상법상 자산양수도의 경우 주총 결의·주식매수 의무 없어
    소액주주들 '완전 소외'…박탈감 주식 투매로 이어져
    • [09월18일 18:23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현대자동차그룹이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에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10조원의 뭉칫돈을 베팅하며 소액주주들의 시름만 깊어가고 있다.

      미래 성장과 새 먹거리를 위해 활용할 수 있었던 내부 현금 중 상당 부분을 부동산과 통합사옥 건축에 쓰게 됐지만, 주주들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길은 완전히 막힌 상태다. 결정에 반발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도 없다. 주주들의 박탈감은 결국 주식 투매로 이어졌다.

      현행 상법은 합병·주식교환·중요한 영업양수도의 경우 주주총회를 열어 주주들의 특별결의(참석 주식 수 3분의 2 이상, 전체 주식 수 3분의 1 이상)를 받도록 하고 있다. 반대하는 주주들에겐 회사에 주식을 사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주식매수청구권이 주어진다.

      그러나 이번 한전 부지같은 '자산'의 경우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자산양수도 규모가 총 자산의 10% 이상에 해당하는 '중요한 자산양수도'도 이사회의 결의(상법 제393조)만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동의를 구할 필요가 없고 당연히 주식매수청구권도 주어지지 않는다.

      2014년 상반기 연결기준으로 현대자동차를 비롯, 기아차와 현대모비스의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35조원 안팎이다. 이 중 3분의 1인 10조원의 현금을 사용하는데도 주주, 특히 소액주주들의 의사가 반영될만한 창구가 완전히 닫혀있는 것이다.

      실망한 주주들은 매물을 쏟아냈다. 18일 현대차 주가는 전일 종가(21만8000원) 대비 9.17% 하락한 19만8000원으로 마감됐다. 지난해 4월 이후 1년5개월만에 최저 수준이다.

      중요한 자산양수도의 경우에도 이사회 결의만으로 가능하게 한 현행 상법은 이전에도 수많은 논란을 낳았다. 지난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우건설 인수가 대표적인 사례다.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는 재무부담으로 인해 결국 2009년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수많은 주주들이 주가 하락 등 손해를 봤다.

      이 때문에 경제개혁연구소는 2012년 '인수비용이 자기자본 대비 50% 이상인 자산양수도의 경우에는 영업양수도와 동일하게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받도록 하자'는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그간 현대차가 현금을 내부에 쌓으며 시장 악화 및 향후 투자를 위한 완충장치(버퍼;buffer)라는 논리로 주주들을 설득했는데 그 현금을 부동산 사는 데 쓰는 것"이라며 "10조원대 현금을 수익성 향상과 큰 관련이 없는 곳에 쏟는데 주주들이 소외됐다는 건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