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1, KT렌탈 관심은 가지만…문제는 錢, 그리고 분위기
입력 2014.09.22 09:00|수정 2015.07.22 15:11
    [Weekly Invest]
    LPG 수요 감소에 신사업 투자 관심 커져
    "그룹 재무상황·SPSX 트라우마에 참여 가능성 크지 않아"
    • LPG(액화석유가스) 수입·판매 업체인 E1은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분위기가 썩 좋지는 않다. 주력 사업인 LPG의 수요가 감소세에 접어들면서다.

      E1은 신사업과 눈을 돌리고 있다. 그 중 하나가 KT렌탈 인수다. 하지만 회사는 물론 그룹 전반적인 재무 상황이 좋다고 할 수 없는데다가 기업 인수합병(M&A)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한 기억, 보수적인 그룹 분위기 등으로 인수에 적극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게 평가가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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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1 LPG 충전소 전경

      창립 30주년을 맞은 E1은 글로벌 에너지 업체로의 도약을 선언하며 신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전체 매출의 58%를 차지하는 해외 트레이딩을 더욱 강화하고 셰일가스 가공·수송 중심지인 미국 휴스턴에 설립한 지사를 통해 사업기회 모색에 나선다. 미국 셰일가스 운송설비 회사인 카디널가스서비스(Cardinal Gas Services) 지분 인수를 추진하는 것도 같은 일환이다.

      웬만한 대기업들이 한번씩 다 관심을 가져본다는 KT렌탈 인수전에도 E1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이 역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E1, 더 나아가 LS그룹의 생각과 맞닿아 있다.

      가정용 연료시장은 액화천연가스(LNG)에 밀려 2000년 이후 도시지역에서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LPG 수요의 절반을 차지하는 자동차 시장에서도 2011년 이후 감소세로 전환됐다. 내년 9월부터 경유 택시에도 유가보조금이 지급될 예정이라 LPG 수요는 추가로 감소할 수밖에 없다. 당국 규제로 비용을 판매가에 탄력적으로 반영하지 못하면서 판매마진도 떨어졌다. E1의 실적도 감소세다.

      렌터카 시장은 LPG업계의 구원투수 역할을 하고 있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렌터카 시장은 최근 10년 동안 법인용 장기 렌터카 시장의 확대에 힘입어 연평균 15% 성장했다. 최근에는 개인용 장기 렌터카 이용자도 급증하고 있어 향후 3년간도 연평균 13%의 성장이 예상된다. E1이 KT렌탈을 인수하게 되면 렌터카 사업을 통해 확실한 LPG 수요처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E1은 KT렌탈 주력 인수후보군에서 사실상 제외된 상태다. 인수 의지가 다른 후보들에 비해 강하지 않다는 평가 때문이다.

      KT렌탈 인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KT렌탈이 업계내 1위 자리를 확고히 한 가운데 후발주자들과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매각 가격은 최소 6000억원, 업계 예상 수준인 7000억~8000억원, 더 나아가 그 이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1과 LS그룹은 KT렌탈 인수 타당성에 대해 계속 검토 중이지만, 아직까지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LS그룹 상황이 여의치 않다. E1의 2014년 6월말 연결기준 현금성자산은 868억원가량이다. LS그룹 전체의 현금성자산은 1조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일부를 외부 차입을 통해 마련할 수 있다고 해도, 과거에 비해 재무적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여의치 않다는 지적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2008년 LS전선이 미국 전선업체 수페리어에식스(SPSX)를 인수하기 위해 1조원가량을 외부에서 조달했고, LS니꼬동제련도 대규모 광산투자를 시행하면서 그룹 전반의 재무 부담이 커진 상태"라며 "영업기반이 안정적인 편이라 급격하게 재무안정성이 떨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그렇다고 추가로 차입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사업 대부분이 성숙기에 진입하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투자를 늘렸는데 이것이 그룹의 전체적인 재무 부담 확대로 연결됐다"며 "이를 위해 다양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고 시장에서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데 KT렌탈 인수를 위해 차입금을 늘리기란 쉽지 않다"고 전했다.

    • 구자열 LS그룹 회장

      M&A 트라우마도 아직 지우지 못한 상태다.

      LS그룹의 SPSX 인수는 크로스보더(국경간 거래) M&A의 대표적 실패 사례로 꼽힌다. 대규모 자금을 들여 SPSX를 인수한 이후로도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그룹 차원의 자금 지원이 지속되고 있다. SPSX는 연간적자가 계속 누적되고 있다. SPSX 인수를 위해 조달한 차입금 상환은 지주회사인 ㈜LS가 부담을 지고 있다. 미국 케이블 시장이 성장세로 돌아섰다는 게 그나마 호재라지만, LS그룹의 SPSX 인수 효과는 아직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LS네트웍스(舊 국제상사)도 인수 초기 여러 부침을 겪었다. 재계에서는 LS그룹의 보수적인 경영 방식이 LS네트웍스 부진의 한 원인으로 지목한다. LG그룹에서부터 이어진 그룹의 보수적 문화가 PMI(인수 후 통합) 과정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평가다.

      2013년부터 그룹을 이끌고 있는 구자열 회장은 매우 활동적이고 도전적인 스타일의 경영자로 알려져 있다. E1은 구자열 LS그룹 회장이 최대주주(17.66%), 오너 일가가 45.3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E1의 KT렌탈 인수 추진은 철저히 구 회장의 판단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E1 단독으로 인수에 참여하기는 사실상 무리다. 그룹 내부에선 KT렌탈 인수 시너지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구 회장이 의지를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현재 그룹의 상황과 보수적 기조를 감안하면 밀어붙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LS그룹은 지난해 9월 웅진케미칼 인수를 검토했지만 LG화학과 GS에너지, 도레이첨단소재 등 후보간 치열해지자 내부 논의 끝에 인수 검토를 접은 것으로 안다"며 "범LG가인 GS그룹이 KT렌탈 인수에 적극적이라는 점도 LS그룹의 운신 폭을 작게 하는 요인"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