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업계, 현대제철發 구조조정 돌입
입력 2014.09.22 09:00|수정 2014.09.22 09:00
    [현대제철發 철강업계 구조조정①]
    현대제철, 고로완공으로 포스코·동국제강 시장지위 저하
    현대제철 공격적인 투자에 중소형 철강업체까지 위기의식 고조
    • [09월16일 18:52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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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제철 당진 3고로 공장에서 점화봉을 주입하고 있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사진제공=현대제철)

      일관제철소로 거듭난 현대제철이 국내 철강업계의 구조를 뒤흔들고 있다.

      현대제철이 공격적인 투자 기조를 이어가면서 포스코는 물론 동국제강, 세아그룹 등 국내 철강 업계가 대대적인 개편에 돌입했다. 철강업계는 특수강 분야까지 진출을 선언한 현대제철의 행보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현대제철은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약 9조5000억원을 투자해 고로 3기를 신설하는 대규모 일관제철소 투자를 진행했다. 또한 2013년부터는 총 8400억원을 들여 특수강 부문 자체 공장을 설립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최근 동부특수강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등 현대자동차그룹 철강 전 부문 수직계열화 의지를 드러냈다.

      현대제철의 고로 완공으로 포스코는 독점적 지위를 상실하게 됐다. 그동안 국내 유일의 고로 보유 업체였던 포스코는 현대제철이 2010년 제1고로를 완공하기 전까지 20~30%대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마진을 기록해왔다. 이후 수익성이 악화돼 현재 EBITDA 마진은 한 자릿수 대로 내려앉았다.

      포스코의 국내 시장 점유율도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포스코는 2009년 조강 생산 기준 국내 시장점유율 61%를 기록했으나 2014년 상반기 51.5%로 떨어졌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6월 거듭되는 시장지위 약화와 수익성 저하를 이유로 포스코(AAA)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하기도 했다.

      현대제철이 고로 완공을 통해 조선용 후판 생산능력을 확보함에 따라 하공정업체인 동국제강도 큰 타격을 입었다.

    • 동국제강은 2011년 매출액의 7.56%를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올리는 등 현대중공업은 동국제강의 큰 매출처 중 하나였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이 후판 생산능력을 확보한 현대제철과 협력관계를 맺음에 따라 현대중공업에 공급하던 동국제강의 물량이 급감했다. 지난해 동국제강이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올린 매출액은 60억원에 불과했다. 동국제강의 판매량 기준 후판 시장점유율은 2010년 40%에서 2013년 25%로 떨어졌다.    

      동국제강의 신용등급(A) 전망도 지난 6월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됐다. 한국신용평가는 “현대제철이 후판사업에 뛰어듦에 따라 동국제강의 시장지배력이 약화됐고, 저수익구조가 고착화되고 재무안정성이 저하됐다”며 등급조정 이유를 설명했다. 동국제강은 지난 6월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과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체결해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현대제철이 동부특수강 인수를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특수강 시장을 중심으로 철강업계에 다시 한 번 지각변동이 예고됐다. 현대제철이 동부특수강 인수에 성공하면 현대차그룹은 현대·기아차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열연·냉연·특수강을 계열사를 통해 직접 조달할 수 있게 된다.

      투자금융(IB) 업계관계자들은 “현대제철이 동부특수강을 인수할 경우 기존 특수강 사업을 영위해온 세아그룹이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동부특수강의 특수강 선재 사업이 세아특수강이 영위하는 사업부문과 상당부분 겹치기 때문이다.  

      세아그룹은 현대제철발(發) 업계 지각변동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세아그룹은 포스코와 최근 상호협력을 강화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포스코특수강을 인수하는데 합의했다. 현대제철이 특수강에 진출함으로써 예상되는 피해를 제품 다각화를 통해 상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포스코특수강이 생산하는 스테인리스강 부문은 세아베스틸이 영위하지 않는 분야다. 또한 세아그룹은 포스코특수강 인수와 더불어 동부특수강 인수전에도 총력전을 펼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한 신용평가사 연구원은 “이미 특수강이 공급과잉인 상황에서 세아그룹이 포스코특수강 인수 합의에 이어 동부특수강 인수에 총력전을 펼치겠다는 것은 현대제철을 견제하려는 측면이 강하다”고 밝혔다. 현대제철의 특수강 하공정 확보를 저지하기 위해선 세아그룹이 동부특수강 인수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현대제철의 공격적인 투자 기조에 대해 업계 전체가 상당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이다.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는 게 문제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최근 포스코와 세아그룹이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현대제철 경쟁사들 사이에 긴밀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며 “다만 현대제철에 대응할만한 구체적인 연합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