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업황부진에 '선택과 집중'으로 대응
입력 2014.09.22 09:00|수정 2014.09.22 09:00
    SK이노베이션, SK유화 등 소규모 자산 매각
    회사 "대규모 포트폴리오 조정 계획은 없어”
    • [09월17일 10: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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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에너지 울산정유공장 전경(출처=SK에너지)

      SK이노베이션이 선택과 집중을 통한 전문화에 나서고 있다.

      올해 상반기 정유 및 석유화학 업황 악화로 실적이 급감한 SK이노베이션은 핵심 자산의 경쟁력 강화 및 비핵심 자산 매각을 통해 극복하겠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5일 계열사인 SK유화를 SK케미칼에 290억원에 매각했다. SK유화는 페트병과 폴리에스터 옷감의 원료인 PTA(고순도 테레프탈산), 엔지니어플라스틱 등에 사용되는 DMT(디메틸트립타민)를 생산하는 업체다. 이번 매각으로 SK유화는 2008년 SK케미칼에서 SK이노베이션으로 매각된 이후 6년 만에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가게 됐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 계열의 전문화 과정에서 사업적으로 SK케미칼이 SK유화를 인수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 매각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SK유화 매각 결정 배경에는 실적 부진이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분기 영업손실 502억원, 당기순손실 230억원을 기록하며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정유 및 석유화학 시황이 부진이 곧 SK이노베이션의 실적 저하로 나타났다. 

      향후 업황 전망도 밝지 않다. 현재의 부진이 일회적 요인이 아닌 구조적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NICE신용평가는 “국내 정유사의 영업환경은 2012년 이후 저하됐고 중기적으로도 개선이 힘들다”고 말했다. 

    • SK이노베이션은 이런 상황에 맞서 사업부 조정을 통해 기존 사업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사업성이 좋지 못한 사업을 정리하고, 핵심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고 말했다.

      SK유화도 이런 방침의 하나로 매각이 결정됐다. SK유화는 지난 2012년과 2013년에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7월에는 시황이 저하된 PTA 생산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에 내부적으로 DMT 생산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SK케미칼에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SK이노베이션 계열의 SK에너지는 스팀생산설비 매각을 추진 중이다. 스팀생산설비는 경기도 평택을 비롯한 4~5개 사업장에 위치한 생산설비로 인근 업체에 스팀을 공급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스팀생산사업은 비핵심 자산으로 분류되며, 본원적 석유 비즈니스에 집중하기 위해 매각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 SK이노베이션은 소규모 자산 매각을 진행 중이지만 현재로선 대규모의 사업조정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 산하의 5개 주력 자회사로 구성된 포트폴리오의 변동까지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투자금융업계에서는 업황 부진이 구조적으로 고착화할 경우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영업이익이 급감한 상황에서 중장기적으로도 시황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포스코 구조조정 사례와 같은 의미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투자자들 사이에선 중장기적으로 시황 개선이 어려울 경우, 자산매각 등의 방식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도 생각해 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SK그룹은 SK유화 매각과 관련한 사촌 간 계열 분리 가능성에 대해 부인했다. SK유화 매각이 최태원 SK그룹 회장 계열의 SK이노베이션에서 사촌인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 계열의 SK케미칼로 넘어가면서, 사촌 간 계열정리의 신호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SK그룹 관계자는 “그룹 내부적으로 사촌 간 계열분리에 대한 어떠한 논의도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